책에 미친 바보 - 이덕무 산문집, 개정판
이덕무 지음, 권정원 옮김, 김영진 그림 / 미다스북스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看書痴, 看書痴, 看書痴, 看書痴, 看書痴, 看書痴, 看書痴, 看書痴, 看書痴, 看書痴    

책에 미친 바보...

이덕무라는 사람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학자의 표상이 되었을 이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을 살아가면 '삶'에 대해, '앎'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정신을 기쁘게 하고, 받아들이고, 식견을 넓히는!!

이덕무의 책을 읽는 이유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내게도 책을 읽는 이유이며, 평생 학습 시대라는 요즘의 생활에서 단순히 취업이나 성공만이 아닌 진정한 학습의 이유일 것이다. 자꾸만 잊게 되는 초심에 대해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를 던져준 이덕무의 삶...

그는 스스로 달필이 못된다 했지만, 상상을 초월한 그의 독서량이 녹아든 그의 글들은 그 섬세함이 돋보이는 매력을 주었다.

 

용촌 이광지의 독서법 혹은 공부법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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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로, 서문/ 법례 / 저자 / 교정자 / 권질 수 / 목록 등으로 체제를 구분하고

  둘째로, 시간을 정해서 더도 덜도 말고 진행하여 과정이 여유를 갖고 정신력이 증진되도록 하며

  셋째로, 모르느 바를 찾아 가며 혹은 기록해 찾거나 물어가며 읽고

  넷째로, 책을 읽다 글맛이 없으면 잠시 3~40리를 천천히 산보하며 정신을 가다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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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방법은 이덕무는 물론 나에게도 체계적으로 책을 접하는 방법이 될 것 같아 함께 메모하며 살펴보았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책을 접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밟아 나가면.. 나도 이덕무와 같이 섬세한 필력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

 

책 요목조목에서 이덕무는 나름의 학습법을 제시하는데,이런 부분들이 눈이 가는 것은 무언가 배우는 것에 열망하는 내 특성만은 아니리라 믿는다. ^^

논문을 작성하거나 뭔가 보고서를 슬 때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하면... 좋은 점수는 따고 들어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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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로, 경문을 충분히 외워야 하고

  둘째로, 여러 사람의 학설을 모두 참고하여 같은 점과 다른 점을 구별해서 장/단점을 비교해야 하며

  셋째로, 깊게 생각해서 의심나는 것을 풀이하되 자신감을 갖지 말고(자만하지 말라는 것!)

  넷째로, 사리에 밝게 분별해서 그릇된 것을 버리되, 감히 스스로만 옳다고 여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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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기본은 예전과 지금이 같다는 것이지~

 

이덕무의 삶을 보면서 돌아가신 조부님이 생각났었다.

천상 학자시던 그분...

언젠가 사촌오빠가 할아버지 머리에는 컴퓨터 한대 분량의 책이 들어있을 것이라 한 적이 있는데...

이덕무는 용량이 얼마나 되려나~하는 잠시 딴 생각도 하고...

 

천상 선비인 그의 삶을 보면서 현대적인 측면과 맞지 않는 부분도 많지만, 이전이나 요즘이나 기본적인 것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의 말씀을 되새겨 듣는 듯 그의 말을 듣자면 다음과 같다.

 

집에서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밖에 나가서는 어른에게 공손하며, 낮에는 밭을 갈고, 밤에는 글을 읽는 일 뿐

이라는 선비의 본분은 비단 이덕무의 시대일 뿐 아니라 요즘의 시대에도 필요한 기본 덕목이 아닐까.

 

또한 어떤 일을 할 때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의 문제에 있어서도,

억울한 마음을 다스리고ㅡ 욕심을 말고ㅡ 음식을 절제하고ㅡ 말을 조심하면 된다.

마음 다잡기가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며 더욱 힘들게 여겨지는 요즘에 있어 이러한 기본적인 사항들이 오히려 더 와닿는 이유는 이러한 부분들이 돌파구이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옛 사람들의 말이 지금과 다름이 없다는 것은 이덕무의 자녀관에서도 나타나는데,

일상생활에서는 남과 너무 다르게 할 것도 없지만, 구차하게 속세를 따를 필요도 없으며, 평범한 존재로 간단히 마음을 바로잡으면 된다.

과도하게 자녀교육 열풍에 휩사이거나, 튀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부모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한마디였다.

내가 후에 아이를 갖게 된다면 이러한 틀 안에서 아이를 양육하고 싶다는 생각이 함께 드는 부분이랄까?

 

 

사실 이덕무의 삶을 보면서 한가지에 미치도록 빠져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 몰입의 즐거움을 누리는 그의 모습이 부럽기도 하는 한편, 답답한 면도 있었다.

요즈음의 사상과 그 당시의 사상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의 말마따라 게으르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생업에 대해 좋게 말하면 청렴이요, 나쁘게 말하면 민폐의 삶을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내가 그의 가족이나 친구라면 심히 한탄하고 싶어지는 부분이랄까?

 

이러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그의 看書痴(간서치)로서의 책에 대한 열망과 곧은 마음에 대해서는 가히 본받을만 하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밝히지 않으면 쓸데없는 생각이 저절로 가득 차게 되고, 몸을 규제하지 않으면 게으름이 저절로 생각나게 된다.

 

나보다 나은 사람은 존경하고 사모하며, 나와 같은 사람은 서로 아껴주고 격려해주며,

나만 못한 사람은 불쌍히 여겨 가르쳐준다면 이 세상은 자연히 태평해지리라.

 

      看書痴, 看書痴, 看書痴, 看書痴, 看書痴, 看書痴, 看書痴, 看書痴, 看書痴, 看書痴      


또한 이러한 하나의 대표적인 인물을 통해 그 당시의 시대에 대해, 그리고 짧막한 글들을 통해 그의 생활 전반에 대해 해설을 달고 이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통해 알기 쉽게 이를 펼쳐내준 역자, 권정운 선생에 대해서도  감탄하게 된 책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이렇게 열정적으로 탐구하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이를 해박한 지식을 통해 알기 쉽게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런면에서 역자의 이덕무 선생에 대한 사모(?)와 지식에 감탄하며~ 상당부분 함께 정리해 준 원서를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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