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건강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설탕을 덜 먹으려고 노력하고 채소을 더 챙겨먹으려한다. 어렸을때는 단방약이라고 하여 온갖 산나물과 나무, 버섯 등 온갖 자연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윗 세대를 보고 자라서인지 아는 것도 많고 마트에 나온 대부분의 나물들도 요리해보기도 한다. 식초에도 관심이 있다. 집에서 감식초를 담그는 것도 보았고, 할머니댁에 가면 부뚜막위의 식초병도 보면서 자랐다. 식초 열풍이 불때는 식초를 물에 타서 먹기도했다. 그래서 조선시대의 식초 이야기가 궁금했다. 비싼 식초는 작은 병이 꿀보다 비싸기도한데 도대체 무엇이관데?
한권의 책을 만드는데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데 풍석 서유구 선생의 임원경제지를 번역하고 식초를 복원해내서 책으로 싣기까지의 노력이 상상이 가지않는다. 굉장히 귀중한 책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표지의 우아함만을 보더라도 가공식품에 찌든 나를 반성하게하는 힘이있다.
임원경제지는 조선의 브리태니커라고 불리는 백과사전이며, 19세기 실학자인 풍석 서유구 선생의 저작이라는 사실은 풍석문화재단 블로그에서 알게됐다. 임원경제지라는 말만 들었지 식초를 만드는 법이 실렸는지는 몰랐는데 [조선세프 서유구의 식초 이야기]를 통해서 풍석 서유구 선생이 어떤 분이었는지 알게되서 좋은 시간이었다. 조선시대의 훌륭한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사실은 후손인 나에게는 큰 감동을 준다. 한자로 써진 저서를 한글로 옮겨담으면서 알기쉽게 풀어놓은 내용들이 생각보다 쏙쏙 들어온다.
60개가 넘는 식초 빚는 법과 식재료에 대한 설명, 중국과 일본의 식초에 대한 설명, 유럽의 식초 이야기까지 꼭꼭 담은 책을 보자니 처음에는 눈이 빠지는 것같았다. 글씨가 너무 작아. 요새 안구건조증이와서 힘든데 그것을 극복하고 책을 봐야할만큼 재미있는 내용이라니!
프롤로그 정조지와 우리 식초의 미래를 보면 글 쓴 분의 이야기가 귀에 착착 붙어서 읽어가다보면 초산, 아세트산, 구연산, 호박산, 주석산, 글루콘산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난 화학포기자라서 쉽지않다가 다시 곡물과 과일로 식초를 빚는 이야기에 이르러서는 콩식초, 창포식초, 도라지 식초, 흑임자 식초, 박하사탕 식초를 보게되니 눈을 뗄 수 없게된다. 또 식초를 복원한 곽미경 소장님과 박병애 연구가님들의 식초를 사진으로도 먹는 듯한 느낌을 받을 만큼 만드는 과정이 예술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억에 남는 식초만들기로, 정조지에는 가루 식초인 천리초를 만드는 법이 있다. 난 가루 식초가 있는 줄 몰랐는데 요새 캡슐 식초로 다이어트를 한다고 한다. 신박하다.
앞으로의 더 많은 임원경제지의 내용들이 다양하게 출판된다고 하니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