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의 궁궐에 대해서 웅장하고 멋있고 예쁘다라고 생각하고 역사와 결부시켜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었었는데 덕수궁은 일제강점기 전후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 무능하고 없어져야 할 존재로만 생각했던 조선 왕조에 대한 시각은 책을 읽으면서 배경에 대한 설명과 궁궐에 얽힌 일화를 통해 그들 또한 치열한 삶을 살아냈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동안 박하게 욕만 했지만 그 모두가 그들의 후손으로서 안타까움이 더 큰 탓이다.
너무 늦기는 했지만 조선 왕실이 외세를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사실도 건축물에서 보게된다. 그리고 근현대를 지나오며 역사적 가치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변화시킨 덕수궁과 정동의 모습에서 약간 불편하고 아쉽지만 그 풍광을 즐기며 살아가는 것도 알게된다.
책을 읽고 덕수궁 곳곳에 새겨진 오얏나무 꽃, 이화에 대해서 그동안 몰랐던 사실도 알게됐다. 오얏나무는 오이꽃이 아니라 자두나무 꽃이었다는 것. 덕수궁과 정동에는 영국, 미국, 일본의 여러 건축 양식과 문양이 혼재돼있는데 그저 일제 잔재라고 버려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닮긴 했지만 아니었다.
앞으로 아이들과 덕수궁을 가게되면, 오래전 덕수궁을 구경하고 대한문을 지나갈 때의 무감한 기억들에 새로운 모습들이 덧입혀져 더 화려하고 광할한 느낌으로 변화하게 될거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