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협력한다
디르크 브로크만 지음, 강민경 옮김 / 알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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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과학 #복잡성 #조화 #연결망 #임계성 #티핑 #집단행동 #협력 #전염병 #군중난류 #군집행동 #린마굴리스

다사다난한 올해 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라고 한다면 코로나와 이태원 참사가 있다. 모든 사건들이 안타깝지만 젊은 목숨들이 스러지는 일은 타인의 일이라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이다 보니 자연히 상실감과 불안감을 느낀다. 이번에 읽은 [자연은 협력한다] 책은 코로나와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내용들이 많아서 어려웠지만 끝까지 읽게 됐다.

[자연은 협력한다]는 복잡계 과학이 일상의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지 소개하는 책이다. 제목을 보고 생물학에 대한 내용이겠거니, 내가 좋아하는 자연에 대한 이해를 돕겠거니 생각하고 읽게 됐는데 첫 장의 복잡계 과학을 설명하는 부분을 보면서 입술을 깨물며 울고 싶을 정도로 어려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작가님이 독일에서 이론물리학 분야를 전공하셨고, 수학자이며 코로나19 전염과 관련된 인간의 이동성과 유행을 연구하고 계신 복잡계 과학을 대표하는 분이라고. 난 물리학과 수학에 어려움이 있지만 현재의 이슈를 과학적으로 논문과 여러 현대 과학자들의 성과를 수록한 책이라서 의무감에 읽다가 어느 순간 소박한 손 그림에 빠지고, 작가님의 일화가 소설처럼 읽히기 쉬워서 읽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중반부터 코로나와 집단행동, 생태계의 이야기는 그래도 익숙했고, 자연은 협력한다는 새로운 과학의 시각에 감탄하게 됐다. 특이한 공생 관계에 대한 내용만 알았는데, 나의 존재 이유가 약 300개 정도되는 각기 다른 종류의 세포와 모두 약 100조 개의 인간 세포,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박테리아 세포 때문이라는 사실은 몰랐었는데 이제는 박테리아에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점점 세균을 무서워하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사실 일 테다.

연구소에서 실험용으로 자라는 쥐들은 무균 상태, 즉 미생물이 전혀 없는 상태인데 수명이 대단히 짧다. 몇몇 연구 결과, 농촌에서 자라며 자연에서 수많은 미생물종과 접촉하고 '더러운 것'을 만지며 놀았던 아이들은 알레르기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낮다. 중략

이 세상의 생명체가 개별적인 개체라는 생각을 바꾼다면 진화의 전체 과정 도한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 린 마굴리스는 1991년에 생명체 간의 결합, 즉 생물 숙주와 그에 속한 미생물 간의 결합을 '전생명체Holobiont'라는 개념으로 표현했다. 말 그대로 전체 생명체라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전생명체의 자연 선택이란 개별 요소가 아닌 한 생물을 이루는 데 가담하는 모든 생명체가 선택된다는 것이다. 모든 생물종을 각 개체 별로 따로 관찰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생명체의 구조와 복잡성은 결합에 있다.

290쪽~291쪽

에필로그에서 디르크 브로크만 교수님은 우리 인류가 가망이 없다고 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여러 위기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그리고 복잡계 과학과 이 책이 인류를 구할 안내서도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금의 임계 상황에서 티핑 포인트를 바꾸는 데는 오만한 인간에서 벗어나야 하고, 상황을 파악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한다. 녹조 가득한 강이 되기 전 임계 상황이라는 단언이 마음 아프게 다가오다가 이 상황에서도 자연은 계속 노력하고 있고 인류도 서로 돕는 일이 위기를 벗어나게 하는 해결책이라는 것이 위안이 되기도 한다. 적자생존의 법칙에 익숙한 사회, 나라, 개인들에게 전혀 쉬운 일이 아님에도, 지금 이 순간 자연은 협력하고 있으니까.

비극적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고 위기에서 규칙을 발견하고 다른 관점을 취하고 모든 것들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이해하도록 우리를 도울 도구 상자는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복잡계 과학의 도움으로 규율에서 벗어난 생각을 하고 필수적인 메커니즘을 확인하고, 세세한 것들만 따지다가 길을 잃지 않고 여러 현상 사이의 연결을 인식한 다음 그 공통점에서 배울 수 있다. 공통점만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차이점에서는 배울 것이 없다. 우리는 그저 차이점을 규명하고 그 수를 셀 뿐이다.

308쪽

복잡계 과학은 사회의 복잡한 구조 사이의 공통점, 연결성에 대한 것으로 나에게는 매우 어렵게 다가왔다. 사실 자연 속에 속한 인간의 사회도 모두 연결돼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지만 그를 구조화하고, 수학적인 모델로 설명하는 일들이 쉬울 리가 없다. 막연하게 코로나19가 어디에서 발생했고 슈퍼 전파자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전염되는 경로가 어땠는지 결과를 말하는 것은 쉽지만 비행기 길을 통한 전염 경로에 의한 전파에 대해 설명해 주시는 교수님이 대단할 뿐이다. 가짜 뉴스가 왜 득세하는 지도 설명되어 있는데, 복잡계 과학이 설명해 주는 진짜 사실들을 책 한 권으로 알기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각 장 모두 대학에서 1년 동안 배워도 다 못 배울 내용들 같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사실들과 과학적 사고방식에 대해서는 조금은 알게 되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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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퍼레이드와 비슷하게 갑자기 발생한 군중 난류가 불행을 야기했다. 이런 현상을 '군중 난류'라는 말로 정확히 모사할 수 있음에도 왜 이런 비극을 예방하지 못한 걸까? 어떤 외부적인 요인이 있을 때 군중 난류가 생기고 그것을 어떻게 멈추는지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218쪽

사람들의 비 이성적으로 보이는 집단행동과 의사결정이 자연의 군집 행동과 닮아 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2006년 사우디아라비아 성지순례 자마라트 다리에서 364명이 목숨을 잃었던 원인은 갑자기 발생한 '군중 난류' 때문이다. 이 사건 후 군중의 통게적인 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군중 난류가 발생할 징조를 포착하고 경고하는 순례자 유도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한다. 무질서하고 규칙성도 없어 보이는 집단의 행동과 의사 결정이 사실은 새 떼와 물고기 떼, 집단으로 행동하는 군대개미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면서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각 개인에게 물어야 하는 문제인가?' 의문스러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런 참사로 무엇을 알고, 얻을 수 있을까?

📓출판사에서 서적만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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