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햄릿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1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영열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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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로 유명하다. 학교에서는 이를 두고 우유부단한 성격이라고 가르쳤다. 암기식의 국어 교육을 받고 나서 그걸로 끝이었다. 대학교 때 도서관에서 햄릿이라는 제목을 보고 넘겨보니 희극 형식의 글이라 조금 놀랐던 기억이 난다. 대사들만 나열된 책이라 생소하고 과거의 옛날 문체에는 왜 그렇게 거부감이 드는지 말이다. 그렇게 햄릿은 나에게 멀어져 갔다.

나이가 먹고 보니 지금은 나에게 햄릿이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해서 다시 햄릿을 펼쳐들었다. 예전에 인문학을 많이 읽으면 성공으로 갈 수 있다는 동하는 허황된 생각을 밀어내고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읽게 되니 문장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그냥 이야기의 전개만 신경 쓰니 의외로 재미가 넘쳐난다. 선황의 유령이라는 판타지적 요소에 선하고 우유부단하다고 생각했던 햄릿 왕자가 자신은 물론 주변을 희생시키면서도 계략을 세우고 복수를 하는 직진형 행동가라는 사실은 뜻밖이다. 표현이 자유로운 현대의 드라마보다 더 막장스러운 이야기라서 과거에도 이런 이야기가 흥행했다는 사실은 어쩌면 과거와 현재의 인간성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고고한 사색가라고 생각했던 평면적인 햄릿이 입체적으로 보이게 된다. 그리고 어려운 옛 표현들이 아닌 현대적인 말들이라 '이렇게 술술 읽혀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학교에서 시험용 지문만 읽는 것보다는 원전을 읽는 것이 세상을 넓게 보는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영어 원전은 또 아니기 때문에 완벽히 햄릿이 주는 묘미는 알 수 없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마지막 장의 옮긴이의 최영열님의 글까지 읽어봐야 햄릿을 제대로 읽는 느낌이 드는데, 셰익스피어가 얼마나 언어를 구사하는데 천재적인 위인이었는지 알 수 있고, 언어유희로 인해 번역한 이에 따라 다양한 한글 책이 나올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된다. 한 번쯤 영어권 학교의 수업에서 한 학기 수업 동안 햄릿만을 배운다고 들었다. 그만큼 햄릿의 문화적, 언어적 가치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햄릿은 덴마크의 왕자이다. 지금까지 햄릿이 어느 나라 왕자인지 몰랐고 책을 읽기 전까지 오필리어의 비중이 이렇게 작은 지도 몰랐다. 그리고 햄릿의 여성 혐오가 이렇게나 깊은 줄도 몰랐다. 본인이야 죄를 짓지 않아서 당당하고 복수도 정당하다고 생각했을 테지만 오필리어를 미치게 만든 것은 햄릿의 죄이다. 주요 등장인물이 모두가 죽어버리는 마지막의 비극은 전혀 현실성이 없지만 각 인물들의 대사들은 웅장하고 장렬하며 비장해서 보는 사람의 감정이 어김없이 끌어올려진다. 여러 배경과 인물들이 차있는 무대를 상상하며 마지막까지 언어 유희 속에서 헤매다보면 드라마가 끝나있다.

일단 친구가 되면 쇠사슬을 묶어놓는 한이 있더라도 놓쳐서는 안 된다. 단 풋내기들과 닥치는 대로 악수하고 다니느라 손바닥이 둔해져서는 안 돼. 싸움에는 끼지 말되 일단 끼어들게 되면 상대방에게 네 존재를 확실히 알려라. 모든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되 말은 아껴라. 각자의 의견은 존중하되 네 판단은 쉽게 입 밖에 내지 마라. 옷은 주머니 사정이 허용하는 한 비싼 것을 입되 요란하게 꾸며서는 안 된다. 옷이란 그 사람의 인품을 나타내는 법. 프랑스의 귀족들은 특히나 이방면에 있어 가장 세련된 사람들이지. 돈은 꾸지도 말고 꿔주지도 마라.

35쪽 폴로니어스가 레어티즈에게 주는 축복과 충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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