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여름 개봉한 [한산]을 영화관에서 전율하면서 봤다. 지병이 있어 큰 흥분은 몸에 좋지않은데, 좋은 소재와 엄청난 액션으로 인한 흥분을 막을 수가 없었다. 요새 첫째 아들도 이순신에 관심이 많고 전쟁 놀이를 하면서 "발포하라!"를 외치고 있어서 영화를 보여줘야하나 고심을 하고 있는데, 다들 초딩 1학년 아이에게도 보여주는 분위기이다. 생각해보면 전반부의 끔찍한 한 컷을 제외하면 크게 제한 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이미 더 잔인한 명랑도 할아버지가 보여주셨으니...
이순신 장군님은 난중일기를 쓰셨다. 나는 읽어본 바 없으나,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인용되서 익숙한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이순신 장군님을 천거하신 유성룡 정승님의 징비록은 너무나 어려울 것만 같았다. 그래도 영화의 여운이 있어 임진왜란을 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징비록] 읽기를 시작했고 생각보다 어려움없고 흥미로운 사실을 아는 기쁨으로 하루 동안 술술 읽어버렸다. 영화와는 다른 느낌으로 임진왜란 당시의 큰 그림을 볼 수있었다. 알았던 내용도 있지만 몰랐던 많은 역사적 사실로 인해 글보다는 말로 가족과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져봤다.
나는 정사와 야사 모두에 관심이 많고 들은 내용들이 있었다. [징비록]은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더 많이 읽고, 연구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있었다. 지금도 그렇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국어 교과서에 정철의 "관동별곡"이나 실을것이 아니라 [징비록]을 실었어야 했다. 명의 속국임을 인정하고, 한 없이 무능한 조선의 위정자들의 민낯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징비록]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일이 국어와 역사의 진짜 공부이다. 역사를 한 줄로 요약하는 공부에서 벗어나 제대로된 처세술을 배워야 한다. 지금도 한국은 정쟁만을 하는 중에 미국만 믿고있다. 외교를 무시한 결과로 대미 무역경쟁에서 일본에게 지고있는데 여전히 집안 총질 중이다.
무능한 선조와, 당쟁에 목숨거는 정치인, 백성에게나 위세를 떠는 장군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유성룡의 모습을 보면서 현실 판단이 되는 전쟁 재상의 모습에 위안을 받기도 한다. 전쟁 후에도 당쟁으로인해 낙향하게되는 유성룡이 얼마나 처세술에 뛰어난 지를 알게된다. 거만한 명나라 장군들과 일본군 사이에서 군량을 조달하고, 전쟁을 독촉하면서 당파가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전쟁 막바지에 일본과 협상하려했다는 오명이 붙었고, 처세를 잘못한다거나, 재상의 자질이 없다는 똥묻은 개들의 주장들에 혀를 차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