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경제사 수업 - ‘보이지 않는 손’에서 ‘후생경제학’까지 13가지 대표 이론으로 배우는
조너선 콘린 지음,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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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대학에서 경제학을 부전공하면서 재미가 있는데도 점수가 참 나오지 않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경제학 속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수학적 기호에 겁을 먹은 문과생이었던 탓이라고 생각했었다. {나의 첫 경제사 수업] 책을 보고 나니 경제학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것 같다. 1주일에 하루 공부하는데 경제학의 개념들이 너무 많은 탓이다. {나의 첫 경제사 수업] 을 읽는 내내 이렇게 어려운 책도 있구나 싶다. 읽고 나서 빈혈이 올 정도로 힘든 책은 정말 오래간만이다. 옛날의 향수에 젖기에 애덤 스미스부터가 어렵다. 영상세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옛날 사람들보다 문해력이 약해서 그런가? 생각이 들었지만 읽어서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안 읽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대학 강의를 듣는 것처럼 여러 교수님들이 13명의 경제학자들에 대한 삶과 이론 등을 요약해 주는 형식의 책은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지만 글을 읽는데 큰 차이를 느낄 정도는 아니라서 신기했다. 첫 경제사 수업이라기엔 너무 어려웠지만 그동안 몰랐던 경제학자들의 삶과 시대상을 보니 왜 그런 이론을 주장했는지 이해가 가는 면도 있었다. 가령 아마르티아 센의 고향은 방글라데시 지역인데, 1943년 인도의 벵골 지방 대기근 당시 10살이었다. 1945년 실시된 조사에서는 쌀이 부족했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냈지만, 그 후 1976년 센의 논문 [교환 자격의 박탈로 인해 발생한 기근]에 의하면 쌀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고, 식량이 어떤 식으로 '분배'되는지의 문제로 인한 참상이었다. 곡물이 부족하지 않아도 노동과 식량 간의 교환(분배) 비율의 문제는 빈곤과 기근을 일으키는 문제라는 것이다. 나로서는 정부의 조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였을 텐데, 확연히 다른 원인과 결론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후생경제학의 개념이 어렵기만 했는데, 미시경제학의 원리와 기법을 통해 거시경제학을 분석하고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자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여기서도 여러 지표와 통계가 필요하므로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마르크스 [자본론]에 대한 내용도 예전에 한 권의 책으로 볼 때는 그나마 이해되는 내용이 많았던듯싶지만 요약본을 보니 오히려 하나도 이해가 안 돼서 힘든 점도 있었다. {나의 첫 경제사 수업] 을 잘 보기 위한 팁이라면 부록의 경제 개념을 먼저 보고 책을 읽는 것이 더 나았을 거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해가 안돼도 익숙한 개념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이해할 때 대단히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케인스와 마찬가지로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 경제가 안정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가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경기 침체의 원인을 과소 투자가 아닌 호황기에 있었던 과잉 투자의 결과물로 보았다. 그런 오스트리아학파의 눈에 호황기에 다른 좋은 기회를 놓쳐 버린 투자자들은 결국 확실하게 장담할 수 없는 투기성 투자가 이끄는 세력이 된다. 케인스학파가 내놓는 투자를 자극하는 정책들은 그저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역할만을 할 뿐이다. 경제가 비 생산적인 투자를 털어 내고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경기 침체가 주기적으로 일어날 필요가 있다.

케인스의 진정한 숙적: 하이에크와 오스트라이학파 221쪽

경제학의 태동인 고전 경제학자들부터 현재까지 현실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책을 제시해왔다는 사실에 대해 경제학자의 존재 이유에 대해 알게 됐다. 여러 경제학자들의 이론 또한 과학 문물처럼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효용이 생기므로 자체에서 옳다 그르다고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경제학자들의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좋은 의도에 대해서 생각해 본 계기가 된 시간이었다.

* 책의 제본이 잘못되어 케인즈에 대한 부분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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