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곰
전이수.전우태 지음 / 서울셀렉션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프로젝트 수업 주제로 고래 이야기를 한 기억이 난다. 정말 기억에 남았는지 플라스틱에 대해 이야기하고 쓰면 안 된다고 집에 와서 이야기했더랬다. 올해 초등학생이 돼서도 1회 용품 줄여야 한다며 나에게 설교를 했다. '그런데 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많은 포장재, 빨대, 비닐을 안 쓰는 것이 너무 어려운걸!' 그래도 실리콘 빨대는 1회용이 아니라고 했더니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안 하더라. 아이들은 이렇게 배운 것을 곧이곧대로 실행에 옮기려고 하고 착하다. 나도 그랬는데, 어른이 돼보니 어느 순간 쓸 수 있을 때 쓰는 것이 나에게는 이로운 것이라는 생각도 들게 된다. 요새는 비닐봉지도, 일회용 컵도 법으로 막고 있기도 하는데 진즉 그랬다면 착한 환경보호자들의 탄식이 줄어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법으로 막아도 일회용품은 막을 수가 없다. 신문 기사 중 쓰레기 제로에 도전하는 장 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세계가 환경 보호를 부르짖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제도와 사회를 정착시키는 것이 더 중요함을 생각해 봐야 한다.

환경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지만 정작 어른들은 지역 사회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갯벌도 없애고 싶어서 공약을 내건다. 어린이들 교육보다 어른들의 환경 인식 교육과 환경 파괴를 막는 실질적인 계획과 실행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개인의 작은 행동들이 모이다 보면 큰 성과가 되기도 한다. 화장실에서 수건을 쓴다던가 하는 일등이 있지만, 바로 옆에서 도로를 만든다고 산에 터널을 뚫으려는 폭탄 소리가 들리고 있다면 역시나 무기력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길 잃은 곰]을 읽었다. '어린이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힘이 있고, 그 시선에서 내가 발견할 수 있는 희망은 무엇일까?'싶어서, 또는 위안을 얻을 수 있을 듯해서.

우리 집이 분명 여기 있었는데..

집이 사라지고 있어....

길 잃은 곰 본문 중

그런데 나의 생각하고 달리 현재 상황에서 희망은 없다. 전이수, 전우태 형제의 [길 잃은 곰]은 현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사람들의 나 하나쯤이야라는 심리도 꿰뚫어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곰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현실 그 자체이다. 전이수, 전우태 형제는 어리다. 그렇지만 생각은 어리지 않다.

경제 논리와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남의 집을 마음대로 유린하고 빼앗는 강도 같은 짓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3월 어느 날 우리 집에 고라니가 들어왔었다. 여기저기 공사 차량이 제 집처럼 다니는 동네에서 고라니는 집을 잃었을까? 길을 헤맸던 것일까? 순진한 표정의 고라니는 유유히 밖으로 나갔다. 아파트에서 살면 한껏 꾸며진 정원에서 꽃들을 감상하느라 우리가 벌레의 집을 빼앗은 것도 모르고 산다. 시시때때로 하는 수목 소독 때문에 벌도 흔한 애벌레도 보기 힘든 환경이 정상일까? 사람들이 많은 동식물의 집을 빼앗고 살아가는 현실을 잘 꼬집고 있는 [길 잃은 곰]을 우리는 아이에게 읽으라고 줄 수 있을까? 아이에게 환경 보호에 대해 그럴듯하게 설명도 해주고 싶었지만 어렵겠다. 너무 현실적이라 아이랑 같이하면 더욱 슬퍼질 것만 같다. '어른들에게는 동식물들의 집을 빼앗은 죄가 있어. 앞으로 곰과 새들은 멸종할지도 몰라! 그러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