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읽기는 쉽지만 실행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나를 좋아하게 해주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슬렁슬렁 읽어가다가 어느 순간 따뜻한 색감의 판화 작품을 유심히 보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게 도와준다. 일이 해도 해도 끝이 안 보이고 다시 쌓이기만 하니 벅차기만 하고 지치는 오후 3시, 사람이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순간 책을 아무렇게나 펼치면 익숙한 듯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조언이나 위로를 받을 수 있다.
난 삶을 비판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단순하고 수용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나의 생각을 지지해 주는 책인 것 같다. 식물이 햇빛이나 물을 잘 받아들이는 것처럼 이 책에 나오는 그림과 글을 여과 없이 받아들여도 좋겠다. 아니사 매크홀 작가님의 밝고 긍정적인 시선이 나에게도 장착되는 느낌이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자연 친화적이며 더 나은 삶을 위해 오래전부터 좋다고 한 많은 방법과 위로의 글과 함께 한편의 정감 있는 판화를 감상하는 경험이 누구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이 얼마 만인지...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면 하루 중 핸드폰을 쳐다봐야만 하는 시간이 많아서 삶이 더 피곤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멍하다 느끼는 시간에는 어김없이 핸드폰을 만지작대고 2시간은 훌쩍 흘러있다. 예술적인 삶과는 거리가 많다. 예술이 행복한 삶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던 어느 철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나도 늙어가는지 눈앞의 일에만 연연하고 뭔가를 배울 시간이 없다. 요가, 피아노, 하모니카, 우쿨렐레, 바느질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 행복을 느끼던 나는 이젠 해야만 하는 일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 밤에 잠자는 일보다는 해야만 하는 일을 찾아야 안심이 되는 삶은 더 이상 싫다. 간절하게 여유를 바란다. 그리고 혼자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예전의 나를 떠올리며 오늘의 나를 좋아하기 위한 루틴을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