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좋아해서 웹툰, 소설을 인터넷으로 자주 보지만 특히 성인 소설을 종이책으로 보기는 오랜만이었다. 책은 처음부터 꽤나 예상할 수 없는 내용으로 흘러가서 당황스러웠다. 마시모(남주인공)의 시점으로 시작하는 책인데 사전 지식 없이 책을 보게 되니 궁금함은 고조됐다가 라우라(여주인공)의 시점으로 제대로 이야기가 시작되며 점점 몰입할 수 있었다. 처음과 달리 계속 여주인공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마시모가 죽을 뻔한 상황에서 보게 되는 여자에 대한 환상에 개연성 또는 사실성을 부여하고, 여주인공 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듯하다. 내가 너무 현실적인지 남주인공이 환상 속의 여자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얽매이고, 한눈에 반한다는 사실은 끝까지 이해하지 못할 것 같고 판타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블란카 리핀스카 작가님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법은 신선하고 당당하다는 느낌을 느낄 정도로 마시모와 라우라의 사랑 이야기는 볼 만했다. 전개도 빠르고 술술 읽히는 부분은 작가님의 능력이다.
단순한 로맨스를 기대했는데 이 정도로 성인 소설의 수위를 보여준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지만 마시모와 라우라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너무한다는 느낌 없이 잘 넘어간다. 물론 책 내용 중 납치, 강간, 추행, 마약, 폭력적인 내용이 있어 연령을 제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표지에 이런 정보가 표기되진 않았다. 나는 보수적인 한국의 교육을 받아왔고, 한국 사람들하고만 이야기를 해봐서 세계의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알지 못하지만 책을 통해 이런저런 사랑과 삶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는 계기도 됐다. 특히 영미권이 아닌 폴란드 여성과 이탈리아 남성의 생각들은 역시 나와는 달랐다. 라우라의 당당한 현실 인식은 납치의 상황에서도 멋지다. 절대 주눅 들지 않고 마시모에게 대항하는 모습, 사치와 권력에도 무너지지 않고 본인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서 전 세계 여성 독자들도 기분 좋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