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소설을 읽을 시간이나 여유를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처럼 인문학 광풍이 있는 시절이 아니었으니까. 그렇더라도 접하던 소설도 모두 학습과 관련된 책이었던듯싶다. 그렇더라도 학창 시절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소설을 들라면 '구운몽'이라 할 수 있다. 유교 사회에서도 충격적인 내용일 수 있었겠지만 돈이면 돈, 여자면 여자, 말년의 깨달음으로 도를 깨닫게 되는 남자의 모든 유희가 가득 든 책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아주 치열하게 욕망하는 삶을 살아냈는데 그저 하룻밤 꿈처럼 흩어질 뿐인 삶이 부질없어서 그랬다. 지극한 즐거움도 삶에 큰 의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이 '인생은 고통이다.'라고 하셨는지 모르겠다.
#도화채를 읽는 내내 구운몽이 떠오른 것은 신선과 윤회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왔기 때문이다. 아시아 문화권에서 #신선과 윤회를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고 문체를 보니 구운몽이 자꾸 떠올랐다. 단지 한국에서는 신선의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아 '금도끼, 은도끼'에서나 볼 수 있다. 오히려 옥황상제와 저승사자의 이야기가 더 다양하고 최근에는 만화와 영화로도 나왔다. 이렇듯 문화의 차이가 다양한데 중국에서는 힘만 믿고 더 많은 땅을 위해 문화를 소유화하려 하니 약소국의 원한이 생긴다. 어쨌든 도화채는 문체에서 문학적 느낌도 많이 난다. 그래서 남자 신선들의 애정 문제를 다루는 소설임에도 고상한 느낌이 소재와 잘 어울린다.
처음에는 좀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간간이 신선들의 동양풍 유머에 웃음 지어지기도 했다. 도화채, 이 책은 뒷부분으로 갈수록 명확하게 인과관계를 맺고 있고, 거기에서 오는 깨달음도 있어 재미있었다. 남신선들의 애정관계가 보기 힘들다고 여길 수 있겠으나 누구나 볼 수 있을 만큼 이야기에 무리한 수는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스 로마신화의 신들처럼 애정 관계도가 복잡하지는 않지만 신선들 간에도 인간적인 감정이 충만하고, 품계가 있고, 월급이 지급되는 등 신선에 대한 재해석이 돋보인다. 중국에서도 웹 소설이 인기가 있어서 많은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고 드라마로도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약간의 bl 느낌이 나긴 하지만 거슬리는 내용도 없고 마무리도 훌륭해서 영화화해도 재밌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