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채
대풍괄과 지음, 강은혜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학창 시절 소설을 읽을 시간이나 여유를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처럼 인문학 광풍이 있는 시절이 아니었으니까. 그렇더라도 접하던 소설도 모두 학습과 관련된 책이었던듯싶다. 그렇더라도 학창 시절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소설을 들라면 '구운몽'이라 할 수 있다. 유교 사회에서도 충격적인 내용일 수 있었겠지만 돈이면 돈, 여자면 여자, 말년의 깨달음으로 도를 깨닫게 되는 남자의 모든 유희가 가득 든 책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아주 치열하게 욕망하는 삶을 살아냈는데 그저 하룻밤 꿈처럼 흩어질 뿐인 삶이 부질없어서 그랬다. 지극한 즐거움도 삶에 큰 의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이 '인생은 고통이다.'라고 하셨는지 모르겠다.

#도화채를 읽는 내내 구운몽이 떠오른 것은 신선과 윤회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왔기 때문이다. 아시아 문화권에서 #신선과 윤회를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고 문체를 보니 구운몽이 자꾸 떠올랐다. 단지 한국에서는 신선의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아 '금도끼, 은도끼'에서나 볼 수 있다. 오히려 옥황상제와 저승사자의 이야기가 더 다양하고 최근에는 만화와 영화로도 나왔다. 이렇듯 문화의 차이가 다양한데 중국에서는 힘만 믿고 더 많은 땅을 위해 문화를 소유화하려 하니 약소국의 원한이 생긴다. 어쨌든 도화채는 문체에서 문학적 느낌도 많이 난다. 그래서 남자 신선들의 애정 문제를 다루는 소설임에도 고상한 느낌이 소재와 잘 어울린다.

처음에는 좀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간간이 신선들의 동양풍 유머에 웃음 지어지기도 했다. 도화채, 이 책은 뒷부분으로 갈수록 명확하게 인과관계를 맺고 있고, 거기에서 오는 깨달음도 있어 재미있었다. 남신선들의 애정관계가 보기 힘들다고 여길 수 있겠으나 누구나 볼 수 있을 만큼 이야기에 무리한 수는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스 로마신화의 신들처럼 애정 관계도가 복잡하지는 않지만 신선들 간에도 인간적인 감정이 충만하고, 품계가 있고, 월급이 지급되는 등 신선에 대한 재해석이 돋보인다. 중국에서도 웹 소설이 인기가 있어서 많은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고 드라마로도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약간의 bl 느낌이 나긴 하지만 거슬리는 내용도 없고 마무리도 훌륭해서 영화화해도 재밌을 것 같다.

단수

동성애자. 한나라 애제가 자신의 소매를 베고 잠든 신하 동현이 깨지 않도록 소매를 자르고 일어났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본문 중 14쪽

동성애가 과거부터 금기이긴 했지만 항상 존재해왔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또 다른 사랑의 하나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부정하기만 한다면 사람으로서 생존하기가 힘든 일 이 될 것이다. 어떤 생물이나 살아갈 권리가 있지 않은가?

주인공 송요원군은 속세에서도 귀한 집 자제로서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우연한 횡재로 거저 신선이 된 상황에서도 속세에서 점쟁이 말만 듣고 천궁에서도 한탄만 하고 애정운을 비관하기만 한다. 누가 봐도 엄청난 행운의 사나이가 그것을 즐기지를 못하다니... 소설책이지만 삶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고 현재의 우리 삶에서도 애정운과 점쟁이의 말에 대처하는 말들에 묘한 재미를 느껴볼 수 있어 좋았다.

책 뒤쪽 표지의 내용에 오타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가 되지 않을까? 사실 나라도 더 익숙한 느낌의 이름이라 실수할만한 일이긴 해서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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