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지음, 손예리 옮김 / 창심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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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자마자 한 호흡으로 읽어내린 책이다. 읽은 지 며칠 되었지만 가끔 일본 사람들과 개 다몬이 생각난다. 표지의 푸릇한 풀들 사이에서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는, 셰퍼드지만 누런색이 섞여 무섭지 않은 개 다몬. 내가 실제 개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 집에서 개를 키웠던 기억 때문인지 소설 속 개들에 감정이입이 깊게 되는 듯하다. 시골에서 흔했던 누렁 소와 누렁 개들의 눈을 쳐다보고 있으면 저 까맣고 큰 눈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 떨어질듯해서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었던 어린 시절의 나는, 이제는 내 아이에게서 그 눈을 발견하고는 옛날은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개는 항상 내 주변에 있었고 내가 변한 것이겠지.

요새 소설을 잘 읽지 않는 내가 소년과 개를 읽게 된 이유는 오래전 성석제 작가님의 소설 중 댐 건설 때문에 수몰된 지역의 개에 대한 책을 읽었던 기억 때문이다. 어렸을 때 봤던 누렁 개의 눈처럼 소설 속의 개들도 나의 감정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다.

하세 세이슈 작가님의 소년과 개는 한 호흡으로 읽어내릴 수 있는 책이지만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로서 6개의 단편집을 묶어놓은 듯한 느낌도 났다. 그래서 각 장을 따로 읽고 나서도 다른 장이 시작되는데도 깊은 여운이 있었다.

남자와 개

도둑과 개

부부와 개

매춘부와 개

노인과 개

소년과 개

차례

개는 인간의 조력자 또는 약자인 까닭에 소설의 끝이 슬플 거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무겁지도 않고 재미있었다. 역시 소설은 재미가 있어야 하니까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겠다. 또 글씨도 작지 않고 어려운 내용도 없이 한 번에 읽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래도 이 소설의 배경은 동일본 대지진임에도 그렇다는 것이다. 일본으로 여행도 갔었고, 가까운 나라라서 잘 아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본 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많이 해본 적이 없는데 소년과 개,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일본인들에 대해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만 배출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일본인은 아직 동일본 대지진을 다 극복하지 못했구나! 자연의 무서움을 한국보다 더 잘 알고 있고 대비도 했었을 텐데 터전을 잃고 상실감에 빠진 일본인들이 있었다. 오히려 개, 다 몬 은 자연재해에 휘말려서도 잘 적응해서 살고 있었다. 동일본 대지진처럼 무서운 재해가 한국에서 일어났다면 다몬같은 개가 한국에도 적용됐을 이야기겠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동물들이 방치돼서 죽는 상황을 다큐멘터리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구의 한 동물원에서 굶주림에 허덕이는 상황들에서도 동물들을 보살피는 사람들이 있었다.

​소년과 개는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 또한 이야기하는 소설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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