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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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AN INSTANT를 한 번에 읽어 끝을 보고야 말았다. 한순간에 이 책은 재난, 삶과 죽음, 부부관계, 가족, 우정, 양심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주 잘 짜인 스토리를 보면 언젠가는 영화나 드라마로 나올 것 같은데 정말로 책 뒷부분 보면 토론을 위한 질문에 있었다. 이야기가 끝나고 토론 질문은 누가 썼는지 참 친절한 배려에 미소가 지어진다. 나만 한순간에 이 책을 보기 너무 아깝고 가까운 사람과 나중에 아이가 크면 꼭 같이 봐야겠다. 한순간에 이 책을 읽은 모든 사람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책에 대해 느낀 점을 공유하고 싶어!, 모두들 꼭 읽어봤으면 좋겠어!'라고.

무섭고 무거운 책도 재밌지만 이렇게 따듯한 시선으로 서술된 소설책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구나 싶다. 서술자가 주인공이라 한다면 보통은 주인공이 잘 죽지 않는데 초반에 죽는다. 참 충격적이다. 어른이 되어 보지 못한 아이를 아무리 소설이라도 죽이기는 힘들었을 텐데 수잰 작가님은 틀을 깸으로써 시공간을 넘나드는 서술자를 얻게 되었고, 이 소설이 마지막까지 멋질 수 있었던 이유가 됐기 때문에 역시 작가라는 직업은 타고나는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알고 보니 작가님이 일부 겪었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충격적이었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아이를 남에게 맡겨도 되는가? 생존과 양심의 사이에서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어떤 결론도 내릴 수 없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건으로 여러 경우가 있지만 보통 두 돌도 되기 전에 보내는 경우를 많이 보았고, 또 내 경우에는 보내기를 종용 받기도 했다. 그런데 직접 어린이집에 방문해 보면 돌쟁이를 믿고 맡기고 보낼 수 있는 곳이 과연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나는 유난스러운 부모란 소리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아동학대의 현실들을 접할 때 나는 부모로서 어때야 할지 알 수 없어진다.

그리고 내가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생각하기 싫지만 알 수도 없다. 부디 나도 내 양심을 지킬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있길 기대한다. 그러나 죽을 위기가 아니라 작은 손실 앞에서도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기에 비 이성적인 결정을 하게 될 확률이 더 클 것이다. 한때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라는 슬로건이 있어 나도 가능하면 동참하려 노력하던 때가 있었지만 끝까지 가지도 못하고 말았다. 그렇게 인간은 나약해서 어려움에 부딪혀 몸과 마음의 상실하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현실 도피를 하게 된다. 하지만 삶은 계속된다. 만약 나 자신의 경우가 됐을 때 그 계속된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만 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이 책에서처럼 양심을 지키고 선을 넘지 않다면 살아남은 자신의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테니까.

"한 번에 한 발자국씩이요."

뭔가 심오한 경험과 깊은 통찰력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남자의 대답에, 나는 모든 고통은 그 근원과 상관 없이 다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은 아직 여기 있어요." 그가 계속 말한다.

"그러니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1센티미터, 10센티미터씩이라도, 꼭 올바른 방향일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그래도 계속 나아가야 해요." ...

"그러다 보면 마침내 현재는 과거가 되고, 어느샌가 당신은 완전히 다른 곳에 있게 될 겁니다. 그곳이 지금보다 더 나은 곳이면 좋겠어요."

한순간에 책 중 373쪽

수잰 레드펀 작가님은 한 순간에 이 책에서 등장 인물은 물론 모든 독자에게도 열렬한 응원메시지를 보낸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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