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금방 큰다. 작년 초에는 기어다니기도 했는데 이제는 펄쩍펄쩍 뛰어다니고 "아빠가 화냈어." 라는 말도 잘 하고 벌써 공주와 프린세스 그리고 언니라고 부르면 좋아하고 수건만 보면 치마나 베일로 만들어 두르고 쓰고 다니는 것을 보면 어쩜 천상 여자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둘째에 딸이라 모든게 빠르다는 소리도 듣고 주변에서 외모 평가도 해주는데 그게 자연스러우면서도 엄마라서 그런지 방어적으로 옹호하기도 한다. 엄마로서 딸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내가 여자로서 교육받았던 것은 5학년때 여자애들만 양호실에 몰아넣고 바닥에 책을 깔고앉아 받은 성교육이 처음이었다. 여자는 차가운 바닥에 앉으면 안된다느니, 생리대는 잘 접어서 버려야 한다는 생리 교육이었다. 그 이후로는 공부에 밀려 성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는데...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부족함이 많은 부분은 나 자신이 공부하면 될 일이다. 배워서 딸을 잘 키워볼까? 어떻게?

먼저 아홉살 성교육 사전 여자아이 세트를 봤다. 요새는 성교육 동화도 있다는데 난 책 제목을 보기만해도 거부감이 들어서 집에서 자연스럽게 시작하고자 했다.

아홉살 되려면 멀었지만 엄마가 먼저 보기에 양장본으로 속지도 두텁고 고급스러워서 감탄했다. 나중에 딸아이가 보기에도 예쁜 책이라 좋아할 듯하다. 그림도 아기자기하고 적절하게 배치되있다. 특히 인체 그림을 통해 여자와 남자의 차이를 설명해주셔서 이해하기도 쉬울것 같다.

그리고 성교육 책이라서 내심 뜨끔한 내용들에는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궁금했는데 내용은 초등학생 아이의 시선에서 질문을 하면 손경이 선생님이 친절하게 답변하고 있어 초등학생 아이라면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것 같다. 얼마 전 어린이 날 행사의 일환으로 질병관리본부장님이 대구 어린이들의 코로나 질문에 친절하게 답변해주셨던 것처럼 말이다. 초등학교 아이의 시선이라는 생각은 못해보고 엄마로서 책임감만 넘쳐났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궂이 아이에게 설명해주고 지키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환경만 잘 조성해주면 될 듯하다.

내 하루는 내가 결정할게요.

내일 아침에는 몇 시에 일어날 건지, 어떤 옷을 입을 건지, 숙제는 몇 시에 할 건지, 만화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볼 건지 등 매일 해야 하는 일들을 정해 보는 거예요.

여자아이 마음, 자기결정권 본문 중 88쪽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이의 자기결정권과 동의를 구해요!, 존중 뽀뽀 라는 부분이다. 엄마로서 아이를 존중하면서 키우겠다고 항상 다짐했지만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는데 유아때부터 자기 존중감을 잘 길러줄 수 있는 대목이다.

여자의 성기를 '음순'이라고 정확히 불러 보세요. 내 몸을 바르게 이해하는 첫걸음이 된답니다.

여자아이 몸, 여자에게는 '음순' 이라는 성기가 있어요. 본문 중 18쪽

옛날에는 배우지 못했던 여자의 성기 명칭, 이제부터는 딸아이에게 당당히 불러봐야겠다. 본인의 몸을 인식하고 소중히 여기는 시점에서 아홉살 성교육 사전을 알게되서 다행이다. 세상이 내가 바라는 대로 흘러가진 않고 변화가 익숙하지 않지만 아이를 잘 키우기위해 세상의 변화를 알아가고 더 잘 대처해 나갈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흔히 아빠들은 아들은 더 아들답게 딸은 애교가 철철 넘쳐 본인이 딸 바보가 되는 것을 바란다. 일반적으로 딸을 키울때는 잔 재미가 많다는 소리가 있다. 그러나 아이를 틀에 맞춰 키우고 싶지는 않다. 아들보다 딸을 세상에 내놓고 키우는게 더 조심스럽다. 일상에도 널린 성폭력은 무섭고, 요새같은 성 상품화 시대에 약자로서 잘못된 성 인식을 갖게되는 것이 제일 경계해야 될 일이다. 엄마로서 내 딸이 여자라는 사실에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 여성, 남성이라는 사실을 뛰어 넘어 하고 싶은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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