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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이반.김종철 옮김 / 녹색평론사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만 보면 이 책은 경제에 대한 책 같다. 그러나 이 책은 경제 발전뿐 아니라 전쟁과 평화, 안전 보장, 환경 위기, 민주주의, 세계화 같은 여러 주제에 대하여 이른바 '상식'으로 통용되는 통념을 뒤집어 본 책이다.
이 책의 앞 부분에서 일본 헌법을 다루고 있는데, 일본 헌법 제9조에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일본은 정식 군대가 아닌 '자위대'를 갖고 있는데, 일본의 우익 정치인들은 이 헌법 9조를 바꾸려 한다. 게다가 헌법 9조를 어기고 연합군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자위대를 해외에 파견한다.
지은이는 군대라는 것의 의미를 생각한다. 20세기를 전쟁의 세기라고 하는데 2억이 넘는 사람들이 국가 군대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전투원이 아닌 민간인이었다. 그 가운데 국가가 자기 국민을 죽인 것이 1억 3천만 명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자기 국민밖에 죽이지 않는 군대를 가진 국가'도 많다.
우리 정부는 이번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에 군대를 파견하였다. 물론 직접 전쟁을 하려는 것이 아니고 공병대와 의료 부대만 보냈다. 그러나 러미스에 따르면 '후방 지원'도 '전쟁'이다. 유엔군을 지원하는 평화유지군과 미군(또는 연합군)을 지원하는 후방 지원군은 아예 다른 성격이라는 것이다.
정당한 전쟁이란 것이 일부 인정될지 모르지만, 거의 모든 전쟁의 목적은 약탈이다. 경제 성장이란 또 다른 약탈이다. 자연에 대한 약탈이자 다른 사람들이 가진 것을 빼앗는 일이다. 이른바 선진국 국민들이 옛날의 제왕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경제 성장의 뒷면에는 제삼세계의 자연과 인간의 희생이 있다는 것이다.
'점보제트기 한 대가 떨어지면 전세계에서 큰 소동이 벌어지지만,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죽고 있는 사람의 수가 매일 (점보제트기) 300대분이나 되는데도, 그 사실을 아는 사람조차 얼마 되지 않습니다.'
지은이에 따르면 이러한 과정을 1945년까지는 '제국주의'라 했고, 1946년경부터는 '경제 발전'이라 했고, 현재는 '세계화'라고 한다. 이렇게 이름을 바꿔온 탄압의 역사 속에서도 인간의 문화는 강인하게 발전한다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모르고 있던 많은 정보와 지식을 얻게 되었다.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것은 좀더 뚜렷해졌고, 학교에서라면 절대로 가르쳐 주지 않을 내용을 많이 알게 되었다. 지은이는 아주 많은 분량의 정보를 한두 쪽으로 요령 있게 간추려서 설명하는 데 뛰어난 재주가 있는 것 같다. 더 나아가 이런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