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절판되어 읽을 수 없었던 소설 <영혼의 집>이 새로운 번역본으로 다시 나와서 참 반갑다. <영혼의 집>을 처음 읽은 건 10년 전쯤 되나보다. 최승자 시인의 번역으로 처음 읽고 너무나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그 뒤 우연히 영화를 보았다. 잘 만든 영화였지만 소설의 감동에 미치진 못했다. 이번에 민음사판 <영혼의 집>을 다시 읽었다. 이전처럼 영역본을 중역한 것이 아니라 스페인어에서 직접 번역하였고, 매끄럽게 잘 읽혀서 좋았다. <영혼의 집>은 한 집안의 4대에 걸친 여성 이야기를 쓴 책으로 읽을 수도 있고, 암울했던 칠레의 현대 정치 사회사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던 700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을 단숨에 읽을 수 있도록 써내려간 작가의 이야기 솜씨는 탁월하다. 칠레와 비슷한 군사독재와 민주 항쟁의 역사를 가진 우리에게는 그들의 고난이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영혼의 집>, 많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