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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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정의' 다음은 '도덕'이었다.  

정의만큼이나 까다롭고 복잡한 도덕에 대해 알아볼 시간이 되었다.

정말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을 들여 이것 저것 세심하게 따지고  

집요하게 파헤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적어도 나는 말이다.  

어느 순간이 되면 '아, 복잡해!', '지금은 바쁘니까, 다음에 생각해보자구'라며

언제가 될 지 알 수 없는 다음으로 고민을 넘겨버리곤 한다.  

그러다보면 그 명제에 대해서는 언제까지나 대면대면한 상태로 남아있게 된다.  

'도덕'과 '정의'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마이클 샌델의 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은

이제 더 이상 그런 변명으로 도덕과 정의를 등 뒤로 밀어놓을 수 없게 만든다는 점이었다.  

책과 마주하는 그 시간만큼은 생각을 짜내야 했고, 판단을 내려야 했으며,  

미심쩍어하면서도 서투른 결정을 해야만 했다.

확실히 평소와는 다른, 낯선 모습이었다. 물론 때때로 책장을 탁 덮으며 도망치기도 했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읽지 않은 이상 멀리 멀리 도망칠 수 없었고 되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약간은 스스로를 강압한다는 분위기로 읽어내려갔지만,  

그렇게라도 읽어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언제까지 도망칠 수는 없는 일이니까.

베스트셀러 코너는 자의나 타의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많이 노출되게 된다.  

스테디셀러는 믿어도, 베스트셀러는 믿지 말자고 늘 생각하지만  

휘둘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이 읽고 있으면 의례 관심이 가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그 책을 재미있다며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가끔은 도대체 왜 이 책이 베스트셀러인가를 놓고 고민할 때도 있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책들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고,  

대체적으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읽을거리일 확률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베스트셀러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그건 다름이 아닌 균형의 문제다.  

베스트셀러 코너에 이름을 올리는 책들은 대개 특정 장르인 경우가 많았고,  

의외다 싶은 건 어떤 이유로 붐을 일으켰던 때가 대다수였다.

그래서인지 '정의란 무엇인가'를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보고 한동안 고개를 꺄웃했었다.  

도대체 이 책은 왜 여기에 있는 것인가 싶었다. 그런 이유로 읽게 된 책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베스트셀러에도 좀 더 다양한 책들이 이름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러면서 베스트셀러에도 스테디셀러만큼의 신뢰가 생겼으면 바라게 되었다.  

그만큼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던 책들 중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어렵지 않으면서-물론 쉽지도 않지만- 우리가 한번쯤은 꼭 생각해봐야 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느낌의 책이었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해 본 적도 없었던 그 이전과 지금은 확실히 다를거라 믿고 싶어진다.  

앞으로 내 앞에 떨어진 그 어떤 질문과 화제에 대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잣대와 기준이 생겼다 싶었으니까 말이다.

앞으로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찾아 얕지 않게 읽어야 겠다 생각했다.  

그런 독서의 필요성을 새삼스레 절감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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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알바 내 집 장만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5
아리카와 히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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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프리터, 집을 사다'라는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다.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어서인지 다음 화는 어떻게 될지 너무나도 궁금했었다.  

그래서 이 책을 필연적으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다음주까지 도저히 기다릴 수 없어'라는  

심정이었달까.

드라마는 이 소설과 대략적인 줄거리는 같이 하고 있는 것 같다.  

3개월만에 직장을 뻥하고 차버리고 나와 알바로 용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점이라던가,  

꽤 오랜 시간동안 동네에서 어머니가 교묘하게 왕따를 당했다던가,

어머니가 심각한 우울증에 걸리는 상황이라던가, 아버지는 완고하고 고집불통이지만  

믿음이 가지 않는다던가 하는 게 말이다.

다만 세부적인 사항에서 차이점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주인공 세이지가 알바로 보낸 시간과 어머니가 따돌림을 당한 기간이 소설에서는  

드라마보다 2배 정도 길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어머니의 병세가 소설 속에서 훨씬 더  

심각하게 그려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누나의 캐릭터가 확연하게 다르다.  

드라마에서는 약간 궁지에 몰려있다는 느낌이었는데, 소설 속에서는 다부지고 강단있다.  

여걸의 모습이랄까. 그리고 드라마에는 소설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 한 명 등장하는데,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드에서 자주 있는 일이기도 할뿐더러 전체적인 줄거리 진행에  

그다지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도 않다.   

'프리터, 집을 사다'라는 제목만 보고 유쾌하고 밝은 스토리일거라 제멋대로 짐작했었다.  

프리터였던 젊은이가 집을 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이겠거니 생각했고,  

그 과정이 코믹하면서 판타지스럽게 그려질거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세이지가 그동안 외면하고 있었던 스스로의 모습을 절감하는 순간이라던지,  

집을 사기로 결심하게 되는 과정이라던가, 어머니를 돌보면서 지쳐가는 상황이 드라마에서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져서 그 예상이 완전히 틀렸음을 알 수 있었다.

4화까지 드라마를 봤는데 조금 많이 슬펐다. '집을 사야하는데,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언제쯤 집을 사게 되는거지' 싶어서 조금 조바심이 들기도 했었다. 그래서 원작인  

'백수 알바 내 집 장만기'의 페이지를 엄청난 속도로 읽었던 것 같다.  

평소보다 몇 곱절이나 빨리 페이지를 넘겼고, 소설 읽기 최단 시간을 갱신한 것 같다.  

그리고 이제 마음이 좀 놓인다. '역시 그렇게 되는 거였어'라고 안심하게 되었다고 해야하나.  

드라마의 다음 화가 아무리 슬퍼도 이젠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드라마 시작하기 전에 소설부터 먼저 후딱 읽어버리는 건데 말이다.

'프리터, 집을 사다'의 다음 화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면,  

그런데 무언가를 기다리는데 재능이라고는 깨알만큼도 없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을 권하고 싶다.  

원작소설도 드라마만큼 재미있으니까 후회없는 선택이 될 듯 하다. 게다가 드라마적

한계로 이야기되지 못한 것들을 책에서는 만나볼 수 있으니까,  

드라마를 보며 전개가 빠르다 싶은 부분을 콕콕 집어내고 있었다면

이 책이 훌륭한 보충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 그러고보니 소설을 읽고 이렇게 마음이 가벼운 적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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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는 냥이’s 아이디어 소품 DIY
성미당출판 편집부 엮음, 김수연 옮김 / 동학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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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마음에 든다 싶은 물건들은 대체로 도도한 가격이라는 건  

고양이 용품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말문이 막힐 정도는 아니지만 꼭 저 가격이여야 했을까 싶은 정도.  

게다가 딱 한 번만 구입해서 되는 문제도 아니고. 그리고 이미 구입했더라도  

더 좋아보이는 게 나오면 얕은 지갑이라도 탈탈 털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 아닐까.

여유가 있다면 더 멋지고 좋은 거 사주고 먹여주고 싶은데, 그게 아니라서  

가끔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부자가 아니라서 미안해지는 걸 이제 그만두도록 하자.  

고양이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꽤 가까이에 있었다. 이제 고양이 장난감을  

손수 만들어보는거다. 서투르고 어설프겠지만 직접 재료를 선택하고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하면서 만든 장난감은 분명 파는 것보다  

훨씬 조잡하고 예쁘지도 않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지구 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장난감이 만들어지는거다. 오직 내 곁에 있는 그 녀석만을 위한. 멋지지 않은가.  

'톡톡튀는 냥이's 아이디어 소품 DIY'은 그런 마음에 꽤 괜찮은 협조해줄 것 같다.

생활소품, 장난감 뿐만이 아니라 패션용품까지 만들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팔고 있는 건 누군가 만들었다는 이야기, 그건 곧 나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 부분을  

간과했었던 것 같다. 이 책에 있는 제일 쉬워보이는 패턴을 이용해서 뭔가를 하나  

성공적으로 만들어낸다면 자신감이 붙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을  

위해서 준비해 둔 것인지 몰라도 집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슬리퍼같은 것들에다  

약간의 장식을 더해 완성할 수 있는 물건들도 있었다. 실패없는 완성을 위해 제일  

먼저 여기에 도전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대체적으로 만들기가 어렵지 않아 보여서 안심이 된다. 그래서인지 솜씨가 없어도  

약간 무리한 정성을 들인다면 어떻게든 제 모양이 갖춰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없는 희망을 갖게 된다. 게다가 기초적인 바느질법도 알려주고 있으니까,  

이제까지 바느질에 그다지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해 오랫동안 시도해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부담없이 소품 만들기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고양이 장난감에 나만의 개성을 덧입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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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장 사건
아유카와 데쓰야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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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예술대생들이 리라장에 찾아든다.  

함께 놀러온 게 신기할 정도의 조합으로, 돈독해보이는 사이는 아니다.

까칠하고 예민하기 그지없는 성격들을 드러내며 그들은 사소한 사건에도  

충돌하고 언성을 높이고 있으니까. 그들에게 크고 작은 말다툼을 벌이며  

서로를 향해 날카롭게 칼날을 세우는 건 일상일 뿐이었다.   

아무래도 복잡하게 얽혀있는 연애감정이 그들을 이곳으로 이끈 듯 하지만  

그들의 선택은 현명하지 않았다.

'본격의 신'이라 불리우는 아유카와 데쓰야가 준비한 연쇄살인사건은  

오로지 그들을 위해 계획된 것이니까 말이다. 

절벽 아래에서 한 구의 시체가 발견된다. 리라장의 학생들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이지만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레인코트를 비롯한 몇몇 물건들이  

학생 중 한 명의 소지품이었던 것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 곁에 떨어져있던  

한 장의 스페이드 카드는 앞으로 리라장에 머물고 있는 그들에게  

비극의 그림자가 드리우리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에 리라장의 그들은 트럼프 중에서 13장의 스페이드 카드가  

도난당했다는 걸 알아차렸는데, 그 13장 중의 한 장이 바로 사건 현장에서 발견되었다던  

그 스페이드 카드였다. 남은 카드는 12장, 사건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그러던 차에 학생들 중 한 명이 독살당한다. 코코아에 탄 비소를 마시고 중독사한 것.

그리고 어김없이 등장하는 또 한 장의 카드. 얼마지나지 않아 낚시를 갔던  

또 한 명이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 옆에 있었던 건 역시나 스페이드 카드 한 장.  

이제 리라장의 그들이 범인의 목표가 된 게 확실해졌다.

범인은 분명 그들 중에 있는 것 같지만 확실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  

리리장에 갇힌 그들은 점점 불안해지지만 경찰은 도무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에 사건은 또다시 일어난다. 결국은 탐정을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명탐정이 홀연히 나타나서 실마리를 풀고, 범인의 수를 먼저 읽고 그의 뒷덜미를 잡아챌  

그 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제1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특별상, 제6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 대상 수상작가  

아유카와 데쓰야의 대표작이다.

그리고 꽤 오래전에 출간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 당시에 출간된 추리소설이  

의례 그러하듯이 모든 사건이 일어난 뒤에야 초인같이 나타난 탐정이 모든 것을  

밝혀낸다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유카와 데쓰야가  

꽁꽁 숨겨둔 범인과 치밀한 트릭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흥미진진함을 갖추고 있다.

요즘 같았으면 쓰여지지 않았을 장치들이인지라 어쩐지 오래된 흑백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그것 역시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점이 이 책을 지금 읽는  

의미이자 이유라고 봐야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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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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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스는 달링턴 홀의 집사로 수십년을 살아왔다.  

그 시간동안 그에게는 집사로서의 삶이 무엇보다 우선이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집사로 일했던 아버지의 죽음도,  

켄턴 양을 향하던 자신의 마음도 집사라는 역할때문에 등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그 순간 그의 표정이 얼마나 일그러졌는지, 그가 얼마만큼 동요했었는지는 자신조차도  

제대로 깨닫지 못했었다. 오랫동안 모셔왔던 달링턴 경이 죽고, 달링턴 홀은  

미국인인 패러데이의 소유가 된다. 그리고 달링턴 홀과 더불어 스티븐스도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게 되었다.

패러데이는 집사인 스티븐스에게 여행을 제안한다. 그 즈음해서 과거에 달링턴 홀에서  

함께 일했던 켄턴양, 이제는 벤부인이 된 그녀에게서 편지를 한 통 받게 된다.  

그 편지의 한 문장에 마음이 움직인 스티븐스는

여행을 핑계삼아, 달링턴 홀의 인력 보충을 이유로 내세워 그녀를 만나러 가려 한다.

그리고 그 여행 동안 스티븐스는 찬찬히 과거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이 포기했던 많은 것들에 대해 떠올리게 된다. 모른척 해왔던 중요한 것들도  

기억의 상자에서 끄집어낸다. 그리고 자신이 놓쳤던 것들과 대면한다.

개인의 행복을 위한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철저하게 신뢰했고, 정성바쳐 모셔왔던  

달링턴 경이 사실은 친나치주의자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그는 많은 것에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품위'에 대해서 그토록 집착하는 것도 어쩌면  

그 의문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을 찾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그 텅빈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 되돌아 본 자신의 인생에서 발견한 공허함과 황량함을 덮어두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 공백을 채울 수는 없다는 것만을 절감하게 될 뿐이었다.  

이제는 너무 늦어버렸으니까. 만회하기에는 남아 있는 나날이 모자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남아 있는 나날이 존재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남아 있는 나날'이라는 제목 참 예사롭지 않다. 엄청난 허무와 고독이 몰려올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이 책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찬바람이 몰아치는 텅 빈 들판에 서있는,  

잎사귀를 모두 떨군 한 그루 나무를 연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책은 제목이나 줄거리만큼이나 쓸쓸했다. 스티븐스의 과거 회상은  

합리화와 자기변명의 나열이니만큼 안타깝고 처량할 수 밖에 없다. 그걸 읽고 있노라면  

교훈까지 얻게 된다. 과거에 얽매이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 과거를 봉인하게 되면  

자신도 함께 묶여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 어떤 것의 의미를 너무나 이상화하지 말자는 것,

후회할 짓은 하지 말자는 것, 본능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일은 반드시 하고  

지나가자는 것...!

미련이나 후회로 얼룩진 시간들을 자기변명으로 감추기 위해 남아 있는 나날을  

허비할 수는 없는 법, 저녁이 하루 중 가장 아름답기 때문에 스티븐스는 다시 기운을  

내보려 하는 순간 이 책은 끝이 난다.

그런데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에도 한동안 꽤 쓸쓸한 기분이 되었던 건 왜일까?  

낙엽이 지는 계절이라 그런지, 쌀쌀한 바람 탓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남아 있는 나날'의 스티븐스처럼 후회스러운 일들이 적잖아 있어서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 계절이 이 책은 참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너무나 잘 어울리기에 쓸쓸함의 한바탕 회오리 바람은 각오해야 한다고  

이 책을 이 계절에 읽을 누군가에게 말해두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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