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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서 만들기 쉬운 미니케이크
김정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작은 사이즈의 케이크 레시피가 가득하다는 점이다.
'작아서 만들기 쉬운 미니케이크'라는 제목답게 이 책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 케이크틀의 사이즈는 12cm 아니면 15cm이다. 그동안 사용하고 있던 틀은 20cm가 훌쩍 넘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미처 다 먹지 못해서 냉장고에서 차갑게 굳어가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미니 사이즈 케이크라면 가족들의 디저트 분량으로도 딱 떨어질 것이고, 혼자만의 티타임을 위해 케이크를 구울 수 있는 호사스러움도 부릴 수 있다. 미니 사이즈라면 귀엽고 예뻐서 간단하게 선물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여러 종류의 치즈케이크부터 스펀지, 파운드 케이크 그리고 스팀 케이크까지 다양한 레시피들이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다. 평소에 익숙한 치즈 케이크 레시피도 있지만 두부와 호박을 넣은 치즈 케이크도 있어서 어떤 맛일지 궁금증이 더해간다. 박쥐 모양 초콜릿으로 장식된 단호박 치즈 케이크는 할로윈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두부 치즈 케이크는 검은콩으로 조려서 장식해 건강한 느낌이 든다. 치즈 케이크의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맛있는 커피 한잔이 절로 생각난다.
스펀지와 파운드 케이크를 허브로 장식하고 있는데, 케이크가 신선하고 깔끔하다는 느낌이 든다. 직접 기른 허브로 케이크 장식도 하고, 쿠키도 구우면 더 맛있지 않을까. 파스타 만들 때도 쓸 수 있고, 말려서 사용할 수도 있으니까 올 봄에는 허브 몇 종류를 길러 보아야 겠다.
스팀 케이크는 유자나 단호박 그리고 녹차 같은 재료를 사용하고 있는데, 오븐에서 구운 케이크와 다르게 부드럽다고 한다. 스팀케이크는 술빵과 비슷할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다양한 재료를 첨가해서 만들면 색다른 맛의 케이크가 될 것 같다.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 유자나 대추와 견과류를 섞은 찐케이크가 개인적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가장 시선을 끌었던 파트는 'well-being cupcake'였다. 시금치와 명란젓 그리고 잔멸치까지 다양하게 부재료로 쓰이고 있다. 잔멸치 컵케이크는 상상초월 레시피였다. 달달한 컵케이크에 짭조름한 멸치와 명란젓이 잘 어울릴 것도 같다. 처음에 사진을 보고는 이게 뭔가 싶었지만, 맛도 괜찮으니까 책에 실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 이후부터는 크게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크림과 아이싱으로 장식한 컵케이크도 예쁘고 물론 좋아한다. 하지만 허브나 카레, 버섯과 베이컨을 넣은 컵케이크도 참 맛있을 것 같다. 그동안 케이크에 웰빙이라면 녹차가루나 조금 뿌리고, 조금 더 깊은 맛을 원할 때는 초콜릿을 부셔 넣고, 코코아를 첨가한 게 다였다. 이제까지는 레시피에 의존해서 베이킹을 했었는데, 지금부터는 다양한 부재료를 이용해 보는 즐거움도 찾아보고 싶다.
'미니케이크'책 속에는 Q&A를 정리해 놓은 페이지도 있고, 레시피 아래에 간간히 팁도 적혀있다. 이 정보을 꼼꼼히 읽어두면 베이킹을 처음할 때 있을 수 밖에 없는 시행착오들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나 처음에는 실수를 할 수 밖에 없다.
전자저울 대신 예쁘다고 눈금저울을 덜컥 사버렸고, 핸드믹서 없이 머랭을 올린다고 난리를 쳤었던 때가 생각난다. 식빵은 부풀지 않았고, 레시피에 있는 설탕량을 너무 많이 줄여서 이도저도 아닌 쿠키를 구운 적도 있었다. 여러가지 다채로운 실수들로 많은 걸 배우기도 했지만 버터와 달걀 값이 부담스러운 때에는 최대한 실수를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다. 예전에 요리책을 읽을 때 조그마한 칸에 있는 팁을 대충 보고 넘겼는데, 생각보다 중요한 내용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책을 꼼꼼히 읽는 것도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 중 한가지가 아닐까 한다.
분홍색 표지의 영향인지 책 속에 있는 케이크들이 더 달콤해 보인다. 물론 전문가들처럼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의 노하우와 경험을 따라잡으려면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테니까.
하지만 재료들을 직접 선택하고 공들여 만든 자신만의 케이크는 감동적이다. 그리고 함께하는 기쁨이 있다. 모양이 예쁜 것은 가족이나 친구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한귀퉁이가 부스러진 과자를 차와 함께 먹으면 맛도 있지만 기분도 좋아진다. 그리고 마음도 따뜻하고 넉넉해 지는 느낌이다. 베이킹을 하면서 나누는 기쁨을 아주 조금 알 게 된 것 같다. 봄이 되면 미니 케이크틀을 사서 여러가지 케이크를 구워야 겠다. 특별한 날이라서 케이크를 굽는 게 아니라, 케이크를 구워서 그 날이 특별해지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