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의 고백 - 법의학자가 들려주는 살인 조서 이야기
마크 베네케 지음, 송소민 옮김 / 알마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법의학자가 들려주는 살인 조서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내가 두번째로 읽은 마르크 베네케의 책이다. 이전에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라는 책을 읽었는데 책 속의 사진이 흑백이라는 점에서 안도감을 느낀 몇 안되는 책 중에 하나였다. 그동안 즐겨보던 CSI의 실제가 늘 궁금했었는데, 역시 드라마는 드라마일뿐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기도 했다. 이 책에서도 마지막 장인 '내가 생각하는 CSI 드라마 시리즈'에서 드라마에 대한 작가의 짧은 소견을 들을 수 있다. 불가능하단다.

책의 도입부에 범죄수사학자들의 오래된 원칙으로 마음을 다스리라고 충고하면서 헤르만 헤세의 글귀를 인용하고 있다.

"밝음을 이해하려는 자는 어둠을 알아야 한다"

읽어가는 페이지 수가 늘어날수록 서문에 작가가 인용한 문구를 되새기게 된다.

 

7부로 구성되어 있는 '연쇄살인범의 고백'은 뱀파이어 사건을 시작으로 식인종, 연쇄살인범 그리고 완전범죄의 시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책 속에서 이어진다. 그 중에 5번째 장에서는 사기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황금공주라고 불리운 어느 여성의 사기 범죄였다. 어느 노부인의 전재산을 쇼핑을 하고 마차를 유지하고 여행을 다니기 위해 탕진하다가 -가끔 가난한 이웃을 돕기도 했다- 끝내 발각된 사건인데 책에 있는 다른 사건들이 워낙 엄청나다보니, '그래도 사람은 안 죽었으니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거의 대부분의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감옥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훔친 종이에 쓴 편지를 보며 짐작할 수 있다.

 

두려움에 휩싸인 친척들이 시신을 훼손하는 뱀파이어 사건이 몇 백년전에 일어난 일만이 아니라는 것에 놀랐다. 시체를 교차로에 끌어내서 심장을 재로 만들어 친척들이 먹은 일이 법의학이 발전하지 않았고, 시체를 검시하는 지식이 있는 사람이 없었던 때가 아니라 2004년에 일어났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손님이 끊이지 않았던 중국집이나 만두가게의 비밀에 대한 괴담을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누군가 지어낸 무서운 이야기로 간주하고 있었는데, 책 속에 등장한 소시지와 베이컨을 팔던 사람과 식당 주인이 저지른 일들이 그 무서운 이야기를 만들어지는데 기여했을지도 모르겠다. 식인행위도 생각하는 것보다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던 일이라니 할말이 없다.

책에서는 웬디고라는 전설의 식인종을 시작으로 식인 행위를 한 사람들도 소개하고 있다. 비록 대부분은 허기를 해소하기 위해 시체를 훼손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지만, 사찰 내에서 의례 형식이나 사이비 뱀파이어 범죄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단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미식을 위해 식인행위가 나타나고 있다는 내용은 당혹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식인종들은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는다고 한다.   

 

범죄 생물학자들이 듣는 질문들 가운데 두가지를 제외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완전살인범죄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작가는 사장이 싫으면 직업을 바꾸고, 아내가 미우면 떠나버리고, 과거에 나쁜 짓을 한 사람을 죽여버리고 싶다면 일단 살인이 벌어지면 결코 되돌리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라고 한다. 책에서는 자신이 수사관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패로 돌아간 몇가지 사건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라마는 드라마일 뿐이고, 추리소설은 또 추리소설일 뿐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흔적을 남기지 않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이 책에 실린 여러 사건들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려야 옳은지는 당신의 판단에 맡긴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너무 무거운 과제를 책을 읽는 사람에게 떠넘긴게 아닐까한다. 판단을 차후로 미룬다고 하더라도 종족의 어두운 면을 한권으로 묶은 책은 불편했다.

금기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책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 장을 덮고나서 법의학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그 분야가 발전해서 확보할 수 있는 증거가 많아질수록 범죄를 멈추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범죄의 환상이 깨져버린다면 그만큼 범죄의 빈도수가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리고 사회적, 의학적인 발전으로 인간 행동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졌으면 한다. 그로인해 우리들이 믿고 있는 것들이 위태로운 위치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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