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오직 두 사람, 2017년, 문학동네, e-pub

그들은 오래전부터 다른 언어를 써왔다.

저녁의 대화는 아버지의 기대와 '나'의 죄책감으로 겨우 이어졌다. 아버지의 집착으로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어지던 유대는 다른 이들과의 삶을 끊어버렸지만, 그렇다고 아버지와의 유대가 공고해진 것은 아니다. 다른 유대가 없어진거다.

아빠는 '모국어' 같은 존재라고 하지만, 모국어란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한다는 느낌'과는 다른 것이다. 때때로 외국어로 말하는게 더 직접적이고 논리적이기도 하다. 고려할 것이 적다. 직접적인 말이 해당 문화권에서 약간의 무례로 인식되더라도 상대의 양해를 얻을 수 있기도 하다. 그리고 모국어가 언제나 가장 익숙한, 혹은 능숙한 언어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존재였던 거다, 아버지란.

현주는, '희귀 언어의 마지막 사용자'가 되었다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살아갈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마 가족들 누구에게도, 아버지에게도 하지 못했을 말들을 고백처럼, 변명처럼, 혹은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것처럼 '언니'에게 써내려갔다. 오직 '두 사람'이라면, 그것은 현주와 그 편지를 받을 '언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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