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이의 독서기록이란, 뻔하고 혹은 지루하기 쉽다. 나는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의 줄거리란 영화보다 복잡하고, 그래서 제대로 쓰려다보면 어느샌가 엄숙한, 혹은 자신의 지적 수준을 자랑하는 비평이 되어버린다. 휴식을 위해 손을 내밀만한 에세이로는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나는 칼럼으로만 접한 정희진은, 대체로 내가 이해하고 공감하고 더 나아가서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던 작가이기에 한편 궁금하기도 했다. 책을 어떻게 읽을까. 무엇으로 읽을까. 게다가 짧은글들을 모았다니 그만큼 부담도 덜했다.
여느 독서기록자들과는 달리 다독자가 아님을 처음부터 말하고 들어가지만, 집에 문학사상이나 삼중당 같은 도서류가 없었던 내가 보기엔 굉장한 다독자다. 나는 이와나미 문고의 존재도 몇 년 전에야 알았다.
정희진은 책을 그저 많이 읽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지식을 얻고 사고하고 실천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보여주는 지식인이라고 생각한다. 다독자가 아니라는 것은, 그저 읽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으로 나 혼자 해석했다.
시간이 나는대로 한 번 더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