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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세트] 오오가미 양, 속이 전부 보여요 (총7권/완결)
요시다마루 유우 / ㈜소미미디어 / 2025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항상 머리속에 야한 생각만 가득한 오오가미양, 그런 그녀가 자신에게 손을 대면 마음속에 있는 생각이 입으로 튀어나오게 되는 힘을 가진 야기누마와 만나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거리감을 좁혀가는 이야기.
사람의 생각을 읽는다 라는 부분은 텔레파시와 비슷하긴 하지만 상대에게 강제로 말로 내뱉게 한다는 점에서 텔레파시보다는 자백제에 가까운 야기누마의 능력. 소재 자체는 흥미롭지만 이 만화는 좀 여러모로 결함 투성이에 가깝다.
일단 두가지 만화를 먼저 예로 들까 한다.
만화 '거짓말쟁이 수사학'에서는 타인의 거짓말을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주인공 카노코가 자신의 능력 때문에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그것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만화 '사신 도련님과 검은 메이드'에서는 자신을 만지면 죽는 저주 때문에 살아있는 존재를 멀리하고 스스로 고립되길 자처한 주인공 빅터가 메이드 앨리스를 만나 사랑받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알아가게 된다.
이 두 만화를 언급 한 것은 부분적으로는 유사한 요소. 즉 자신의 능력 때문에 괴롭다+극복하는 방법을 찾는다 라는 점이 있다.
거짓말쟁이 수사학에서는 만능일것 같은 거짓말 판독 능력에도 허점이 있으며 잃어버릴수도 있으며 스스로 조심하지 않으면 오해를 하거나 오해를 사는 등의 리스크가 있고 이러한 것들을 멘토 캐릭터를 통해 배우고 조절해 나간다.
사신 도련님에서는 일반인 입장에선 저주를 푸는 방법이 없다보니 대부분의 내용은 빅터의 심리를 주로 다룬다. 사람을 피할 수 밖에 없어 스스로 고립되어 가는 빅터에게 앨리스가 소중한 존재가 되고 빈자리를 채워 주면서 어둡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성격을 극복하고 조금씩 밝아진다.
그럼 돌아와서 오오가미양 전부 보여요 라는 만화는 어떤가. 아쉽게도 이 만화는 대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를 알수가 없다.
일반적인 러브코미디와는 달리 여주인공 오오가미양은 머리 속에 야한 생각밖에 없는 좀 특이한 사춘기 소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보통 아무리 사춘기라 하더라도 야한 생각이 드는 것은 좀 특별한 상황일때나 드는 편인데 이 여주인공은 시종일관 보고 싶고 벗기고 싶고 야한 생각을 한다. 코미디물의 캐릭터로서는 나름 준수한 캐릭터성이지만 조연이나 지나가는 서브캐러라면 모를까 여주인공에게는 좀 과한 캐릭터성이다. 그런데 이 소녀의 캐릭터성에는 과거 에로 대마왕이란 별명이 붙은 사건으로 표면적으로는 유쾌한 변태 캐릭터를 연기하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일이 있고, 그 이후로 고등학교에서는 스스로 자제하는 상황이란 점을
제대로 살리지를 못 한다.
오오가미양의 과거 이야기는 분명 캐릭터성을 좀 더 탄탄하고 입체적이게 만들어 주는 부분인데 정작 작가가 이 점을 제대로 살리지를 못 하기에 과거의 변태와 현재의 변태에서 서로 차이가 없다. 보통 이런 경험을 하면 스스로 자제를 하다가 참기 괴로워서 고민하는 부분이 나올텐데 이 소녀는 중학생 때의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학교에 야한 내용이나 남성기와 관련있는 책을 가지고 다닌다. 캐릭터가 변화하고 학습한 부분이 보이지 않기에 진짜로 고민을 하기는 하나? 라는 의심 밖에 들지 않는다. 오오가미양이 가진 문제인 야한 것에 집착하는 성격은 이후 전혀 변화하지 않으며 딱히 해결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야한걸 좋아해서 야한 소설을 잘 쓴다 식으로 맥아리 없이 변화한다.
.....차라리 보건 선생이나 성교육 관련 직종으로 나가서 같은 고민을 하는 사춘기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 주면 모를까 희망하는 진로가 없다고 대충 방황하다 대충 에로 소설가나 되어버리는 점은 뭔가 있는 듯 하던 캐릭터의 과거마저 무의미하게 만든다. 오오가미양이 전쟁영화나 야쿠자 영화를 좋아한다는 설정 역시 에피소드 중 영화 제작에 관여하는 부분이 있으나 이야기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 하며 아무 의미없이 소모되기에 왜 이런 특이한 캐릭터성을 부여하고서는 제대로 활용도 하지 않는지 그저 작가의 취향을 덧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만 든다.
여주인공만 무의미하게 만드는게 아니라 남주인공 야기누마 역시 무의미하긴 마찬가지다.
야기누마는 능력 때문에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려 하지만 그가 그렇게까지 접촉을 조심한다는 표현은 없다. 보통 정면에서 친구나 학교 인물이 손을 대려 하면 피하기는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사람들과 부딪히거나 접촉하는 것 까지 신경쓰진 않는다.
보통 이런 능력을 지닌 캐릭터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려고 한다면 앞서 말한 사신 도련님처럼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방법을 쓴다. 그러나 이 캐릭터는 전혀 그러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거리낌 없이 활동을 한다. 배려를 하는건지 아닌지 좀 확실하지 못 한 태도를 취하여 여러 사람들이 닿아 휘말리기도 한다. 야기누마는 이 능력 때문에 친구를 만들 수 없는 점을 고민하지만 실제로 야기누마의 능력은 그런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닿으면 숨기고 있는 속마음을 강제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자백제에 가깝고 이런 능력은 자의든 타의에 의해서든 얼마든지 악용이 가능하다. 야기누마는 친구를 만들지 못 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능력이 알려져서 어느날 쥐도 새도 모르게 납치될수 있는게 더 큰 문제다. 혹은 우연히 위험한 사람과 부딪히고 그 사람의 속마음이 튀어나와 범죄나 사건에 연루될수도 있다. 능력과 관련하여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점에서 이 만화가 얼마나 소재를 가볍고 대충 취급하는지를 알기 쉽다. 물론 그런 일이 벌어지면 작중 이야기가 한도 끝도 없이 무겁고 심각해질테니 의도적으로 무시를 한 것일수도 있으나 그런 것 치고는 야기누마의 능력을 이용한 개그 요소가 매번 오오가미의 성희롱에 그치는 수준이라 맛을 제대로 살리지를 못 한다. 또한 무표정의 야기누마는 어떤 상황에서도 반응이 무덤덤한터라 보통 코미디에서 웃기는 짓을 할 때 리액션을 취해줘야 하는 부분에서 반응이 뚝 끊기게 만든다.
개그가 나오면 적당히 웃어주고 호응을 해 줘야 개그의 호흡이 사는건데 이 만화는 정작 뜬끔포 섹드립만 줄창 해대서 주변 인물들+야기누마의 반응이 쌩하거나 미적지근하다. 심지어 이걸 원패턴으로 7권까지 계속 써 먹으니 처음 볼 때는 특이한데 2,3권만 가도 별 느낌이 안 들고 결국 지겨워지고 만다. 특히 야기누마는 단순히 리액션만 부족한게 아니라 표현이 전혀 없어 대화의 호흡이 자주 단절되고 속마음을 전혀 이해할수 없다보니 오오가미 없이 단독으로는 내용을 이어나가지 못 하여 신규 캐릭터가 나올때마다 이야기에서 빠져나가 버린다. 주인공인지 그저 자백제 도구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 말수가 적고 표정의 변화가 적은 러브코미디의 남자 주인공은 '그래도 아유무는 다가온다'나 '아하렌 양은 알수가 없어' 등 과 같은 만화에도 나오지만, 그 캐릭터들은 나름대로 자기주장과 캐릭터성을 내보이고 있다. 과묵함은 자기주장이 없다는 것과 동일한게 아니다. 자기주장이 약한 러브코미디의 남자 주인공은 꿔다놓은 보릿자루만도 못 하다.
신규 캐릭터들도 투입을 할 경우 그 캐릭터가 메인 캐릭터에게 갈등과 고난을 주어 성장을 시키거나 메인 캐릭터를 보조하고 빛내주는 역을 하거나 해야 하는데 이 만화는 신규 캐릭터가 등장 할 때마다 이야기를 발전 시키지 못 하고 이상하게 방황을 한다. 하나의 주제, 오오가미의 변태성인지 야기누마의 체질 문제인지를 그 중 하나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극복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순간순간 신캐릭터가 등장하고 별 상관도 없는 갈등을 만들고 제멋대로 방황하다 멋대로 답을 내리고 끝내는게 고작이다.
이 만화는 오오가미의 성격을 극복 할 것인지, 야기누마의 체질 문제를 극복 할 것인지 둘 중 하나라도 대주제로 설정하고 그것을 집중적으로 따라가야 했다. 그러나 둘 다 제대로 다루지 않아 여주인공은 홧김에 에로 소설가가 되고 남주인공은 명확한 비전없이 유학을 반복하는 이상한 결말이 되어 버린다. 분명 야기누마의 체질은 심각한 일이고 어떻게든 극복 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작중에서 제대로 다루질 않다보니 데미는 이야기하고 싶어의 듀라한 마냥 별 문제 아닌거처럼 취급을 해 버리고 극복이나 피할 방법을 찾지도 않은 채 대충 끝내버리고 만다.
특이한 소재를 잘 살리려면 그에 맞는 캐릭터 구성과 상황을 생각 해야 하는데 그저 특이함에만 매달리고 연구를 등한시 하여 아무것도 활용을 못 한다. 여주인공의 캐릭터성도 남주인공의 캐릭터성도 개그 요소도 깊이 생각한 흔적이 없는 소재의 특이함만 믿고 대충 만들어진 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