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고화질세트] 브레드 앤 버터 (총10권/완결)
ASHIHARA Hinako / 대원씨아이/DCW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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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르치던 학생의 거짓말과 모함으로 교사직을 그만두게 된 유즈키. 교사 외에는 할 줄 아는게 없다는 것을 깨닫고 결혼을 하기 위한 만남을 찾지만 상대의 무엇이 좋고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헤매던 과정 속에서 만난 빵을 파는 하라문방구의 점장 요이치를 만난다. 맛있는 빵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사람과 맛있는 밥을 먹고 싶어'라는 감정을 느껴 청혼을 하게 되고 둘은 약혼을 하며 준비하는 과정을 그리는 이야기.


결혼이란 무엇인가. 30대 후반의 여성이 결혼을 위한 과정을 거치는 이야기란 점에서 '도쿄 후회망상 아가씨'와도 비슷하지만 이 만화는 도쿄 후회망상 아가씨와는 다른 모습이다.

도쿄 후회망상 아가씨는 눈만 높고 현실감각 없는 30대 후반 여성 등장인물을 통해 좋은 남자의 조건만 찾는 모습을 꼬집어 풍자하며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이야기라면 브레드 앤 버터는 어떻게 해야 결혼이란 관계가 잘 유지될수 있는가 라는 이야기를 한다.

도쿄 후회망상 아가씨보다는 부드럽고 의미있는 이야기들이지만 아쉬운 점이라면 결혼을 한 남성의 기준이 74년에 태어난 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본듯한 구시대적인 남성의 이미지 뿐인지라 현재와는 좀.. 아니 어차피 일본 남성이긴 하지만 그래도 똑같이 가진게 없어 연애도 결혼도 포기하게 되는 부분은 반영이 되지는 않는데다, 대체로 애같거나 대화가 안 되고 한심한 모습 위주로 그려지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같이 맛있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관계 또는 맛있는 밥을 먹는 것을 너무 강조하는터라 편향적인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군데군데 제대로 마무리 짓지 않고 대충 넘기는 부분들, 유즈키가 교사를 그만두게 만든 학생과의 사이의 문제는 어물쩡 넘어가 버리고, 요이치가 스스로 납득 할 수 없었던 만화의 문제를 어떻게 깨닫고 이야기를 완성했는지를 보여주지 않는 점 등이 아쉽다.


만화는 상처받은 두 주인공의 주변 인물, 다른 가정의 결혼 모습을 들여다보며 간접적으로 저런 형태는 되지 말아야 겠다 라는 메세지를 전한다. 공통적으로 대화가 단절되어 서로 곡해하고 단정짓고 관계를 끊어버림으로서 골이 깊어지고 회복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노력을 통해 최악이 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며 유즈키&요이치 역시 서로 꿈을 이루려는 과정에서 깨닫고 개선하고 일방적인 관계로 남지 않으려 한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지키거나 행복하게 해 주는 것도 아니고, 참거나 체념하는 것도 매달리는 것도 아닌 서로가 서로의 세상을 넓혀주는 마리아주라는 측면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지만 결말로 이어지는 흐름은 살짝 애매한 편이다.

아마도 작가가 생각한 유즈키의 문제는 맞선을 위해 다닌 결혼정보회사 직원에게 들었던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문제와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참기만 하던 성격을 극복하는 것이라 여긴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변화의 시점이 된 빵을 만드는 일을 통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것을 위해 스스로 나아가는 자주적인 모습이 되었지만 아무래도 하라문방구에 그대로 있으면 자주적인 느낌이 아닌 종속적인 느낌에 가깝다 보니 최대한 멀리 떨어뜨리고 스스로 독자적으로 변화하는 과정과 멀리 떨어져 있어도 변치 않는 관계를 보여주려 한건가 싶기도 한데, 요이치쪽은 빵을 만드는 일을 그만두고, 만화가로서 마무리 짓지 못 한 만화 이야기는 애매한 상태가 되고, 유즈키와 함께 있기 위해 디지털 작업을 무리해서 익히고 이사하는 등의 모습이 유즈키가 변화한 것에 비하면 심경의 변화나 살아가는 방향의 전환 등 여러 면에서 별로 와 닿지가 않는 편이다. 이쪽은 발전이나 안정이라기 보다는 원점 회귀나 방황에 가까워서 결말의 밸런스가 조금 아쉽다.


작화 쪽은 좀 눈쪽이 이상하게 그려지는 경우가 있어서 아쉽고, 음식 작화는 요즘 만화 스타일의 반들반들한 느낌을 살리는 작화는 아니지만 빵에 대한 표현이 매우 뛰어나서 마치 직접 먹는듯한 분위기를 잘 살리기에 대사의 표현력이 작화를 받쳐준다.

일반적인 사랑을 주제로 하는 만화들이 서로 뜨겁게 달아올라 빠지고 사랑하는 과정을 다루는 것과 달리 은은하게 공감대를 공유하는 과정을 다루는 이야기가 재미있고 결혼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고 바라볼만한 이야기라 괜찮은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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