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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세트] 트라이건+트라이건 맥시멈 (전16권/완결)
나이토 야스히로 (저자)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6월
평점 :
불살주의자이자 걸어다니는 인간 태풍 밧슈 더 스탬피드가 인류를 위협하는 숙적 나이브스를 찾아 헤매는 이야기.
1995년 작품으로 벌써 30년이나 된 만화인데 잡지 사정으로 트라이건은 빠르게 종결. 이후 트라이건 맥시멈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구조라 맥시멈에서 전반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트라이건을 봐야 하는 좀 번거로운 구성입니다.
작품은 솔직히 빈말로도 좋은 만화는 아닙니다. 난잡한 이야기, 가독성 떨어지는 구성과 작화, 작가의 취향과 폼 잡는 연출에만 신경쓰고 독자를 배려하지 않는 형태 등 30년전 그 당시 시절이라 용인되는 정도의 만화이지만 사실 그 당시에도 그다지 좋은 작품은 아니어서 별로 안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의 작품인 혈계전선도 좀 난잡하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이건 나름 발전은 해서 보기 어려운 정도는 아닌데, 그 이전이전인 트라이건은 정말 작품으로서는 영 별로입니다.
Sf + 서부 건맨 + 불살주의자 등 그 당시에 주류나 인기있던 요소들이 들어갔는데 요즘에 와서는 좀 시큰둥한 소재들이라 쳐도 소재 때문에 재미가 없는 형태는 아닙니다. 그저 불친절하고 일방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좋은 몰입 구조를 못 만들었을 뿐입니다.
캐릭터 과거사를 중간중간 맥락없이 집어넣고, sf적인 요소나 사전 지식이 필요한 부분도 제대로 된 설명이 없이 무작정 집어넣어 이해보다는 일방적인 이야기 전개에 휘둘리고 캐릭터의 행동 원리나 이야기의 발단, 흐름 등도 뻔하거나 볼품 없는 등 30년전 만화라 감안해도 좋은 형태는 아닙니다. 다만 90년대 만화는 딱 저 정도의 퀄리티가 보통이었고 90년대 후반대에 들어서야 헌터헌터나 유희왕,원피스 등이 나오고, 2000년대 들어서야 좀 난잡한 아마추어적인 형태에서 탈피를 하기에 그 당시 만화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중간 상태에 걸쳐 있는 그런 만화에 가깝습니다.
아무튼 시대를 막론하고 그리 좋은 만화도 아니고 그 당시에도 왜 애니화 되고 왜 인기있었는지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었는데 시간이 지나 다시 봐도 마찬가지긴 하네요.
시간이 지나 취향에 안 맞는다거나 요즘 만화와 다르게 불친절하다거나 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그리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캐릭터에 몰입하려면 캐릭터를 이해 해야 하는데 작품 자체로 설명을 안 하는 불친절함과 주인공의 불살주의의 이유, 주인공의 내막이나 캐릭터의 행동원리 등이 독자를 설득시키기 어렵거나 동떨어져 있거나 제대로 보여지지 않는 등 여러 문제를 지닙니다.
똑같이 불살주의인 바람의 검심의 주인공인 켄신은 왜 불살주의를 고집하는지와 켄신과 적대하는 등장인물들의 내막을 통해 공감 할수 있는 부분을 만드는데, 트라이건에서의 주인공은 속을 알 수 없고, 불살주의의 배경이 되는 마음가짐이 뜬 구름 잡듯이 막연하고, 주인공의 과거사나 이유가 불살주의와 어울리는가 하면 이것 역시 불살주의로 이어지기에는 공감 요소가 부족하고 적들 역시 지나치게 수준이 낮거나 이야기에 맞물리지 않거나 불살주의에 대립하기에는 미묘합니다. 이후의 작품인 혈계전선도 마찬가지지만 이상과 신념이 강할수록 그 캐릭터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지 못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나마 혈계전선은 반드시 불살을 할 이유도 없고 과거사나 적의 내막 등을 과하게 꼬거나 불친절하게 설명하진 않으니 다행입니다.
내용적으로도 솔직히 그리 반갑게 읽을 내용은 아닌데 플랜트라는 생물(?)같은 동력계에 의존하는 인류가 한계까지 플랜트에서 짜내다가 마지막엔 폭주시키는 등의 행동이 착취나 다름 없는데 이 행위를 어거지로 긍정한달까 애써 합리화하는 구성이 전혀 와 닿지가 않습니다. 주인공이 폭력을 당한 쪽만이 본질에 대해, 고통 받은 자만이 전쟁을 막을수 있는 말을 할 수 있다 라는 것도 전혀 와 닿지 않는데다, 인체실험에 가까운 프로토 플랜트의 해부나 후반부의 카미카제 같은 공격 등 여러모로 껄끄러운 점들이 한두가지가 아닌지라 중립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가 힘듭니다. 걍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 일본이 식민지 만들고 핵 맞던 것 그대로 옮겨 놓은 느낌인데 이걸 뭔가 이유가 있는 것처럼 꾸미니 전혀 와 닿지 않습니다. 이 점은 혈계전선b2b 8권에서도 그랬는데 트라이건이나 혈계전선이나 둘 다 민감한 소재를 껄끄럽게 써 먹는 경향이 있는게 단점입니다.
내용도 질질 끌고 늘어지는 부분이 많아서 이게 2권+14권까지 나올 내용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야기 자체는 심플하고 별거 없는데 그걸 풀어내는 방식에 문제가 있어서 매끄럽지도 못 하고 불필요한 부분이 많고 난잡합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그 시절 이상할 정도로 유명했던 만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전설같은 만화지만 전설에 어울리는 내용은 없는 만화입니다. 다만 나이토 야스히로의 작품에서 나오는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면 그 시작점에 존재하는 트라이건이 주는 매력을 무시할수 없긴 합니다.
유명하긴 하지만 재미나 내용적으로는 그리 추천하지는 않는 만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