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자책] [고화질] 냄비로 총알을 막아내며 01
아오키 준타로 지음, 모리야마 신 그림, 김정규 옮김 / 블루픽 / 2025년 6월
평점 :
위험한 곳에서 먹는 음식이 맛있다?
유루캠 7권 161쪽의 방과후 유루캠 파트 52에서도 나온 이야기인데 찰스 스펜서의 '왜 맛있을까'란 책에서 언급되는 요리와 심리학을 합친 가스트로 피직스 같은 계통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 듯 싶다.
물론 음식과 관련된 연구 중 후각을 자극하면 설탕물도 과일쥬스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나 음식점의 요리나 분위기에 맞는 도색이나 인테리어가 더욱 사람을 끌어당긴다던지 음식과 심리적 요인이 아주 상관이 없진 않겠으나
이것이 실제로 심리를 자극해서 맛있게 느껴지는 것인지, 위험한 지역에서 먹는 요리의 조리법이 시간이 오래 걸려 공복 상태를 오래 자극해서 맛있게 느껴지는건지, 아니면 목숨이 오가는 곳에서 맛 없는 요리나 만들고 있으면 골로 가기 때문에 맛있게 만들수 밖에 없는건지 등 때와 상황마다 다를 수 있는 것의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 있을리가 없다. 하물며 연구자도 아닌 소설,만화 원작자일 뿐인 저자의 주장은 과학적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에 곧이 곧대로 믿고 위험지역을 찾아 나서는 일 따윈 없어야 한다.
저자는 자기 눈에는 모든 사람이 미소녀로 필터링 된다고 말해놓고 정작 해당 책의 64페이지에서 만난 외국인을 보고 질릴 정도의 미남이라고 말하는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기에 더더욱 신뢰가 가질 않는다. 광고계에는 3B법칙이라고 아기(baby),미녀(beauty),동물(beast) 세가지가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기 쉬운 소재라는 법칙이 있는데 그 법칙을 따라 등장 인물들을 미소녀로 만든게 아닌가 싶다. 지극히 상업적으로 관심을 끌기 위한 허언증이 아닌가 싶어 책의 내용이 신뢰가 가질 않는다. 등장인물들이 여성이 되어 있긴 하지만, 여성으로 만들어서 더 이야기가 좋아진 구조는 아니기에 의미가 없다. 위험한 곳에서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면 더욱 신경쓰이긴 하겠으나 그런 요소를 살리지 못 하고 느긋한 먹방 이야기 위주라 굳이 여성일 필요도 위험 지역에서 먹는 요리일 필요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요리까지 사기를 칠 필요는 없을테니 요리는 진짜겠지만 위험 지역에서 먹는 요리라는 컨셉하에 나오는 요리들이 딱히 흥미로운 점은 없다. 아마 그 부분이 제일 궁금해서 보는걸텐데 해당 지역에서 갓 딴 과일같은 것을 제외하면 굳이 위험 지역일 필요도 없으니, 위험 지역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통해 좀 더 분위기를 살려야 하는데 정작 외국인 친구 소개 내용으로 땜빵하고 있으니 아무 감흥이 없다.
작화는 좋지만 그저 작화만 좋을 뿐이다. 그림이 깔끔하긴 한데 음식이 맛있어 보이는 작화는 아니다. 중쇄를 찍자 13권 96페이지에 나오는 젓가락 효과와 시즐감이란 내용을 이야기하자면 음식이 반들거려서 식욕을 자극하는 윤기를 내는 것이 시즐감이고, 형태가 있는 요리를 식기로 변화를 주어 식욕을 자극하는 것이 젓가락 효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요리 작화는 반들거리는 느낌은 살리긴 했지만 그저 사진을 트레이스 한 느낌일 뿐 맛있어 보이는 느낌은 아니다. 사진을 트레이스 한 것 뿐이라서 그런지 음식의 형태를 무너트려 먹고 있는 과정을 표현한 그림도 없다. 여체화 된 캐릭터의 작화도 준수하긴 하지만 이 캐릭터들로 뭔가 하려는건 아닌데다, 과거사를 늘어놓거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며 내용을 채우는 것은 아니기에 그저 여성 캐릭터이기만 할 뿐 별 감흥이 없다. 작가의 말이 사실이라면 실존 인물을 멋대로 여체화를 한 것이라 이상한 용도로 써먹을 수도 없을테니 여성 캐릭터가 나왔지만 아무런 내용도 기대 할 것이 없다.
그나마 좋은 점이라면 요리의 레시피를 수록하고 있다는 점 정도. 대체로 요리 만화들이 요리 레시피를 공개하고 있는 편이기도 하고, 대결 방식의 요리 만화도 아니어서 지나친 과장으로 재현이 어려운 요리도 아니니 레시피를 싣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일단 레시피를 수록하고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다만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에서 이것이 요리 만화라고 하기에 재미가 있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다. 요리 만화라 하면 요리와 관련된 이야기가 재미있어야 한다. 단순히 먹방처럼 식도락 여행을 떠난다거나 이곳 저곳 요리점을 돌아다닐 뿐이어도 고독한 미식가처럼 그 중간 과정의 이야기나 음식을 고르고 즐기는 부분이 흥미롭던지, 요리와 관련된 휴먼 드라마가 있던지, 특정한 테마를 쫓아 음식에 도달하는 과정을 그린다던지, 요리 배틀물로서 대결이 흥미롭던지 해야 하는데 이 만화는 그저 위험 지역에 가서 외국인에게 요리 대접을 받았다. 맛있었다가 전부인 내용이라 요리와 관련된 이야기는 거의 없으니 요리 만화라고 하기에는 매우 내용이 부족하다. 하다 못 해 여러 요리들 중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골라 찾아서 먹는 것도 아니고 전부 외국인이 주거나 추천한 요리를 그대로 따라서 먹는 것 뿐이라 요리를 고르고 즐기기까지의 과정이 빈약하다. 위험 지역에서 먹는 요리가 맛있다고 해 놓고 대부분의 요리가 그저 누가 주는 요리일뿐이다. 이걸 보면 남이 끓여주는 라면이 더 맛있다 라는 말이 생각나는데 위험 지역에서 먹어서 맛있던게 아니라 그저 남이 만들어 준 요리라 맛있었던게 아닐까?
냄비로 총알을 막아내며 라는 제목만 보면 요리 만화라기 보다는 배틀 그라운드라는 게임의 내용이 먼저 생각나는데, 배틀 그라운드 게임을 알든 모르든간에 제목만 보면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내용일듯 싶지만 냄비로 총알을 막아낸다는 제목과는 상관없이 그렇게 위험한 내용도 나오질 않고, 아슬아슬한 이야기도 없어 제목 낚시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제목낚시, 위험지역 요리, 의도적인 여체화 등 그저 소비자에게 자극적인 소재로 어그로 끌어서 책을 팔아먹을 의도가 넘쳐날 뿐 내용면에서는 그 어떤 요리 만화와 비교해 봐도 딱히 나은 점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별로 추천 할 마음이 안 드는 만화. 요리 만화로서도 내용이 부족하고, 위험지역 여행기로서도 내용이 부족하며 주의사항이나 경고를 충분히 전달하지도 않는다. 해당 국가의 문화나 치안과 관련된 이야기는 나오지만 요리 이야기가 대충인것처럼 이 부분 역시 내용이 엉성하다보니 그 어느쪽도 즐길 부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