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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세트] 오컬트 짱은 말할 수 없어 (총9권/완결)
혼다 하지메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말을 조진 아쉬운 이야기.
데미는 이야기하고 싶어의 스핀오프인 오컬트 짱은 말할 수 없어. 대체로 스핀오프가 원작을 넘어서는 경우는 드문데 이 만화는 원작보다 많은 면에서 더 낫습니다.
일단 이야기가 알차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사건 기반의 전개, 오컬트를 과학적으로 풀어낸다 + 괴담의 재해석 + 아인의 특성과 현실의 마찰 + 호러,미스터리에 충실 이란 점에서 이야기가 빈약하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듭니다.
특히 주제의식에서 원작보다 나은 점이 원작이 아인으로서 살아가는 불편함,문제점을 직시하지 않고 다루려 하지 않는 반면 이 작품은 아인이 가진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충만합니다. 다만 그 때문에 결말이 좀 망쳤지만요.
또한 원작의 아인의 능력은 장기자랑은 커녕 자기소개에도 못 미칠 정도로 영향력이 적은 반면 이 작품에 나오는 아인의 능력은 영향력이 강해 문제가 되는 것이 주된 내용이며 캐릭터를 등장,활용,소모하는 측면에서 많이 뛰어 납니다. 캐릭터 수가 많은데도 대부분의 캐릭터가 마지막까지 활용이 되며 두각을 보인다는 점이 매우 좋습니다.
그러나 모든 점이 마음에 들기는 힘들기에 이 만화도 단점은 매우 뚜렷합니다.
일단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것 까진 좋지만 설명이 난해한 부분은 세상의 이치,정리로 퉁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주로 이공간과 관련해서 나타나는데 이 이해할 수 없는 요소는 해결할 수 없는 영역에 있기에 더욱 공포스럽게 다가오지만 결말에서는 ??? 물음표를 연달아 띄우게 만들 정도로 이걸.. 이렇게 써 먹는다고? 란 생각 밖에 들지 않습니다.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해 피해야 할 재앙과도 같은 것이 디스크 조각 모음 프로그램처럼 추락하고 맙니다. 신비감의 추락이라 너무 허탈할 뿐더러 주인공이 본 아카식 레코드를 대충 얼버무리는 것 역시 결말이 왜 이러지 싶게 만듭니다. 어느 정도 충분한 설명이 필요한데 그 부분을 뭉개듯이 덮고 넘어가려 하다 보니 많이 불만스럽게 느껴집니다.
차라리 이공간 계열 아인의 등장을 좀 줄였더라면 좋았을텐데 등장도 많은데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후반부에 또 몰아놓고는 제대로 풀어내지 못 합니다.
특히 평행차원으로 아인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이야기는 사실 성립되기가 어려운 것이 두 차원의 존재를 서로 바꿔야 된다는 점에 있습니다.귀자모신이 주인공에게 다른 차원의 주인공을 만나게 해 오류를 일으켜 세상에서 지워버리겠다고 말하는 것 처럼 다른 차원의 존재와 겹치면 안 되기에 이 둘을 교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면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골라야 하죠. 거울의 악마가 불우한 환경에서 빠져나와 사랑받는 차원으로 이동하면 그 차원의 자신은 불우한 차원으로 옮겨가기에 자신은 행복해도 다른 차원의 자신은 불행해지게 만들죠. 상당히 이기적인 발상입니다. 귀자모신이 자신의 범죄적인 성벽이 용인되는 세계관을 찾으려는 것 처럼 그리 긍정적인 모습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걸 아카식 레코드를 보고 온 주인공이 괜찮다고 방치합니다. 모든 이가 만족하는 이상향이 어떻게 가능한지가 사실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이 부분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넘깁니다.
아인들의 바램을 이루기 위해 주인공이 필요하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필요 없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게 만듭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모든 일이 끝난 다음 이공간이 사라진 세계가 된다는 점 또한 왜 그렇게 되는지를 풀어내지 않습니다. 그저 자시코가 아인이 아니게 되고 이공간으로 곤란한 문제가 전부 해결되어 모든게 해피엔딩이 되기 위해 필요하다 보니 억지로 문제를 해결시킨것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 이공간 문제가 해결이 되면 필연적으로 원작의 듀라한 문제 역시 해결이 될텐데 그 부분의 표현은 빼 버려서 찝찝하게 만듭니다.
결말만 제대로 만들었더라면 정말 좋았을텐데 결말이 작품을 망쳐서 아쉽습니다. 그래도 못 만든 작품은 아니고 1~7권은 5점. 결말 부분인 8,9권이 1점인 형태입니다.
차라리 이공간,평행차원을 언급하지 않고 건드리지도 않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과학적으로 푸는건 흥미로운 점 중 하나일 뿐이지 재미를 위해 필수적인건 아니니까요. 때로는 신비의 영역에 남겨두는게 더 재미있는데 억지로 풀려다보니 작품의 재미와 완성도도 해체되어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