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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세트] 데미는 이야기하고 싶어 (총11권/완결)
페토스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7월
평점 :
아인, 작품내 데미로 통칭하는 존재는 유전적인 문제와는 상관없이 돌연변이나 사고에 의해 태어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마치 마블의 x맨시리즈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마블의 x맨과는 달리 이 작품은 너무나 평화롭다. 차별따위 없고 문제따위 없는 듯한 이 세계관은 노골적으로 문제를 숨긴다.
차라리 뭐 청춘하이틴 고민 이야기라거나 작정하고 코미디 물이면 모르겠는데 이래저래 작품의 성격이 너무 어중간하다. 데미는 이야기하고 싶어 인데 딱히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없어 보인다.
작품의 제목만 보면 데미로서 살아가는 아인들이 살면서 겪는 이야기를 말할 것 같지만 정작 본 내용은 정말 쓰잘데기 없고 듣든 말든 별 상관 없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등장인물 수도 적은데 다루는 이야기도 별거 없다는게 더 불만이다. 다루는 캐릭터의 숫자가 적으면 최소한 이야기의 밀도라도 높이던지 해야 하는데 이야기의 밀도는 마치 네다섯번 우려낸 녹차 티백처럼 똑같은 이야기를 한도끝도 없이 울궈먹는다.
작가는 차별적인 시선과 엮일 것이 두려워 의도적으로 문제를 회피하는 듯 하다. 작중 등장인물들이 지닌 체질로 가장 고생하는 것은 서큐버스이나 위험이나 사고로 따지면 듀라한이 가장 클텐데 듀라한은 심각한 사건,사고와 전혀 엮이지 않는다. 서큐버스 또한 최음 체질이 문제가 되면 보기 안 좋은 사건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기에 매번 호들갑만 떨 뿐이지 그로 인한 문제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취급이 이러니 드라큘라나 설녀 역시 별 문제가 없다. 문제가 있어야 화두를 던질텐데 문제가 없으니 이야기 할 것이 없어 정작 데미는 이야기 할 게 없다. 심지어 후반 부분에서 아인으로서 살아가는 불편함이 없다고 하니 그럼 이 만화는 뭐하러 그린건가 싶을 정도다.
그럼 생활에 문제 없으면 역으로 아인의 능력으로 즐겁게 사나 싶지만 아인의 능력을 일부러 별볼일 없게 만들었기에 특별한 맛도 없다. 스핀오프작인 '오컬트짱은 이야기 하고 싶어'의 아인이 능력을 사용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지도 않고 자신을 행복하게 하지도 않는다. 그냥 판에 박힌 일본식 괜찮아 괜찮아 컨텐츠다. 이 세상에 문제같은건 하나도 없으며 모두가 미움받지 않고 반드시 평화롭게 살아가는 머리속 꽃밭의 유토피아 이야기다.
다른 만화 작가 같았으면 계절,기념일 이벤트는 물론이고 연애,대회,경쟁,도전,노력,라이벌,친구,여가,오락,여행,축제,행사,단체 행동 등 온갖 소재를 찾고 이야기를 만들며 주제 의식을 넣으려고 할 텐데 이 만화는 소재를 찾으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다른 만화가 보여주는 소재의 반의 반도 되지 않는다. 그냥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만화 아무거나 골라 잡아도 이 만화가 11권 동안 보여주는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아인이란 핑계를 대더라도 순정,인간 드라마,스포츠 등 장르가 달라도 마찬가지다. 이 만화는 게으르기 짝이 없다. 오히려 스핀오프 만화가 더 알차고 실속있다. 심지어 스핀오프작은 결론이라도 있지 이 만화는 결론도 없다. 그래서 뭐 어쩌자는건지 두루뭉실하게 내놓으며 그냥 하나마나한 이야기만 한다.
X맨처럼 피튀기며 싸워야 하는 것도, 꼭 심오한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데미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으면 들려줄 만한 이야기를 내놔야 했다. 아인이란 존재를 보여줬으면 그들의 이야기를 보여줘야 하거늘 인간의 틈바구니에 문제없이 살아가는 것을 보여주려고 희석을 시키다 보니 물에 물탄 밍밍한 이야기가 되고 만다. 근데 딱히 아인 이야기만 엉성한 것도 아니다 보니 가장 큰 문제는 작가의 실력 문제다.
남자 선생을 둘러 싼 두 사람의 호감은 시작 자체가 엉성하고 납득하긴 힘들어도 추후 재미있게 끌어낼 여지가 있었다. 설녀를 둘러싼 주변의 험담 역시 충돌과 마찰을 통해 좀 더 끌어낼 여지가 있었지만 이 만화는 모든 이야기를 무 자르듯 단칼에 끊어낸다. 희노애락 중 희와 락을 제외한 다른 감정선이란게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갈등은 시작도 하기 전에 마무리되고 인간관계는 전혀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추후 등장하는 아인 역시 문제 있는 줄 알았는데 없었다 식이다. 모든 이야기가 이런 식이니 재미가 없다. 스핀오프 오컬트짱은 그나마 사건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니 이 정도로 심각하진 않다.
개인적으로 구매를 추천하진 않는다. 그러나 스핀오프인 오컬트짱을 이해하려면 봐야 한다는 것이 문제다. 그런데 그 스핀오프 오컬트짱도 결말에 문제가 있는터라 그리 추천하기가...쉽지 않다. 둘 다 안 보는게 가장 편하긴 한데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