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고화질세트] 사신 도련님과 검은 메이드 (총16권/완결)
Koharu INOUE / 학산문화사/DCW / 2023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접촉하는 대상의 생명을 빼앗는 저주를 받은 주인공과 주인공을 희롱하는 메이드의 사랑 이야기.
가까이 하고 싶어도 저주 때문에 할 수 없는 거리감을 이용하여 심리적 거리와 물리적 거리의 차이를 절묘하게 사용한다.
싸패 마녀 샤데이에게 자신과 같은 기분을 느껴보라며 저주를 받음으로서 주변 사람들과 멀어진 주인공은 고독의 수렁에 빠지게 되지만 앨리스의 도움으로 조금씩 벗어나게 되고 많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게 된다.
저주를 건 당사자에게서 풀어야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이미 죽었기에 이를 어떻게 극복 할 것인가가 기대가 되는 부분이었지만 정작 이 만화는 엑스맨 데오퓨처럼 시간 이동이란 방법을 쓰면서 기대가 식어버린다.
싸패 마녀가 주인공에게 자신처럼 고독을 느껴보라고 걸은 저주를 스스로 해제하게 만들게 하려면 마녀 스스로가 잘못을 깨닫고 마음을 고칠 필요가 있는데 주인공은 앨리스와 보낸 시간을 통해 고독에서 벗어났지만 정작 저주를 풀어줄 샤데이는 그런 경험을 겪은 적이 없는 과거 시점의 샤데이이기에 충분한 서사의 뒷받침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야기는 난잡하게 한바탕을 치르면서 앨리스의 포옹으로 마음을 고치는 이상한 흐름이 되고 만다.
작품의 테마인 사랑에 대한 관점에서 샤데이는 사랑만 할 뿐 주지는 못 하는 캐릭터이고, 반대로 샤데이에게 저주를 받은 주인공은 타인을 거부하였지만 앨리스의 도움으로 마음을 열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할수 있게 된다. 저주를 받기 이전에도 주인공은 충분히 타인을 위하는 캐릭터이기에 샤데이가 잘못을 깨닫기 위해서 주인공이 보낸 고독의 시간과 앨리스와 함께 보낸 시간의 경험을 통해 샤데이의 방식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시간대에서 해소되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간 이동을 통한 방식을 씀으로서 좀 더 번잡하고 쓸모없는 과정들로 덧칠되는 점이 아쉽다. 앨리스가 샤데이 안에 들어가기 위한 것을 제외하면 마술사 집단은 별 쓸모가 없다. 캐릭터 측면에서도 매력이 떨어지고 어차피 싸워서 해결 할 것도 아니었기에 전투능력을 키울 필요도 없던터라 전투를 위해 추가된 분량은 그냥 지나친 사족에 가깝다.
캐릭터가 많아지면서 주인공을 중심으로 흘러가야 하는 이야기가 점점 다른 이야기로 새기도 하여 긍정적이지가 않다. 서커스단원도 마녀들도 있었는데 여기에 또 마술사집단까지 넣을 필요가 있었나 싶다. 특히 종족을 초월한 사랑이란 점에서 서커스 단장과 문어마녀는 샤데이에게도 메세지가 될수 있었을텐데 그렇게 곁가지로 뿌려둔 캐릭터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점은 여러모로 미흡하게만 느껴진다.
저주가 풀린 이후 좀 더 격하게 꽁냥거릴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밋밋한 점도 아쉽다. 유년기 도련님이 앨리스에게 한 애정공세도 만만치 않았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민망할 정도로 애정공세를 하며 오손도손 사는 과정을 보여줘도 될 것을 그러지 못 하고 이야기가 너무 빠르게 마무리 된다. 뒷심이 전체적으로 부족한 것을 생각하면 마무리를 재촉당한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저주 때문에 가까이 하지 못 하고 끌어온 시간만큼 해소하는 표현이 필요한데 말이다.
보는 내내 한번쯤 도련님 때문에 사람이 죽고 그로 인해 갈등이 깊어지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했었지만 아무도 죽지 않고 심지어 이미 죽은 사람마저 안 죽고 평화롭게 되살아나는 심각함이 결여된 만만세 해피엔딩류 만화. 심각한 이야기를 싫어한다면 편하게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해피한 이야기도 별로라 빡빡하게 주자면 4점이지만 그래도 결말을 망치지 않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