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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 세금으로 산 책 1 ㅣ 세금으로 산 책 1
케이야마 케이 / 시프트코믹스 / 2025년 7월
평점 :
책을 좋아했지만 가정상,환경상의 이유로 멀리 하다 다시 찾게 된 도서관에서 책과의 인연을 이어나가는 양아치 소년의 도서관 업무 이야기.
도서관에서 사서 업무는 아니고 단순 대출 반납 처리나 책을 제 위치에 꽂는 배가 업무 정도만 한 적이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도서관 관련 지식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이 책은 좀 곤혹스럽다.
일단 출판사. 일본쪽 출판사가 아닌 국내쪽 출판사인 시프트코믹스가 일본에서 만들어진 책의 내용과 국내 사정이 다를 경우 그 차이를 책에서 설명 할 필요가 있는 감수,교열 행위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곤혹스럽다.
맨 처음 에피소드와 그 원작자 이야기에서 장기 연체에 대한 변상에 대한 내용을 단순히 자치단체에 따라 규칙이나 방침이 다릅니다라거나 책에선 문제 없이 반납이나 변상만 하면 대출이 가능한 것으로 나오지만
한국에서는 아니다.
물론 자치단체에 따라 다를수도 있긴 하지만 적어도 내가 근무를 경험했던 세군데 도서관에선 공통적으로 연체일만큼 대출 정지가 된다. 즉 작중 10년을 연체한 소년은 10년만큼 대출을 할 수 없다. 이게 시 단위의 정책일 경우 한 곳의 도서관에서 연체중이면 그 시의 모든 도서관에서도 대출이 불가하다.
이런 내용과 차이를 적어두지 않았기에 그냥 이 만화를 보고 그런가? 아무리 연체해도 반납만 하면 되는건가? 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작중 주인공만큼은 아니어도 몇년 단위로 연체해서 그만큼 대출이 불가능해 곤란해 하는 사람도 많이 봤다. 그러니 절대 연체해도 상관 없겠지 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또한 두번째 에피소드에서 대출 기록이 삭제되는 점도 주석을 달아 지자체 시스템에 따라 다릅니다 라고만 되어 있지만
이 역시도 한국과는 다르다. 다만 이게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발설하기 곤란한 부분이므로, 사용자 입장에서 확인 가능한 방법으로 어떻게 다를수 있는지만 설명하자면 자신이 이용하고 있는 지자체 도서관 홈페이지에 가입,로그인해서 자신의 도서 이용 정보를 확인하면 어떤 책을 대출해 갔는지 기록이 다 남는 것을 확인 할 수 있기에 적어도 책에 나온 것처럼 대출 기록이 삭제 된다고 착각하거나 악용하려 하면 안 된다.
또한 3번째 에피소드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저건 희귀한 케이스 정도가 아니라 일어날 일이 없다......
설령 아주 얇은 책이 책 사이에 끼어 들어가도 반납 체크 과정에서 꼼꼼하게 확인 하기에 저런 일이 일어날 리도 없으며, 설령 그런 일이 일어나도 중간에 낀 책이 제발로 빠져나가 정리 된 책 뒤편에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는 경우도 있을수가 없다.... 누가 일부러 몰래 집어 넣는게 아닌 이상 반납 체크 과정을 건너 뛰고 책만 놓일수가 없는 관계로 차라리 해당 에피소드의 관련 인물이 의도적으로 안쪽에 놓고 갔다면 모를까 이걸 업무를 하는 사람이 실수를 해서 누락이 되었다고 표현하는 것은 좀 매우 많이 어처구니가 없다. 일본은 그럴수도 있나? 라고 넘기려고 해도 아니 일본은 업무 얼마나 개판으로 하길래 그게 된다는거지? 싶기도 한게 너무 거슬려 집중해서 읽기가 힘들다.
보면서 만화,소설화 하기 위해 지나치게 과장된 캐릭터와 상황, 또는 생략 해 버린 요소 등으로 이야기를 위해 희생된 부분이 너무 커서 자꾸 신경에 거슬리는데다, 아무리 소재로 써먹기 위해서라지만 가정 환경의 문제를 그것도 단순 희화화 및 반납된 책의 오염을 소재 삼기 위해 써 먹는다는게 받아들여지질 않는다. 물론 진상이나 불량 이용자는 상당히 많고 이걸 하나하나 다 소재로 풀면 진상 관련 에피소드만으로 30권은 넘게 뽑을 수 있어도 그러면 누가 이 책을 보겠냐는거다... 진상,불량 이용자는 대충 축약해서 이딴 짓 하면 안 됨으로 정리해서 넘겨야지 그걸 하나하나 풀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원작자가 매 에피소드 뒤에서 지자체마다 다름이라며 어정쩡하게 썰 풀기 보다는 도서관에서 하면 안 되는 거나 적는게 더 유익하지 않을까?
심지어 도서관 업무를 해 봤다는 원작자란 인간이 대출자 개인정보를 캐기 위해 도서관 아르바이트를 하는 양아치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점에서 개인정보법은 어따 팔아먹었나 싶기까지 하여, 아무리 픽션의 재미를 위해서라곤 해도 넘어서는 안 될 선을 아무 생각 없이 넘어버리는 것이 도저히 받아 들여지지 않는다. 독자 입장에서 내 개인정보를 누군가 멋대로 확인하고 이용할수 있다는 불쾌감을 심을수도 있는 부분인데, 책 꽂느라 바빠 죽겠는 직원들에게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선입견을 심을수 있는 이딴 캐릭터며 이야기를 소재랍시고 쓸 생각을 하는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는다. 도서관에서 일을 해 봤다면서 오히려 도서관에 악감정이 있는게 아닌 이상 이런 이상한 캐릭터들을 내세우는 이유를 이해하기가 힘들다.
참고로 도서관은 교육기관이기에 직원을 고용 할 때 범죄 경력 조회를 하므로 문제 있는 사람은 일할수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 이 만화에서 표현되는 일본의 도서관은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한국에선 그럴 걱정은 없다.
이야기도 책에 관한 이야기 보다는 그냥 도서관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위주로 그것도 과장해서 다루는데 내용이 진중하지 못 하고 깊이도 없어서 여러모로 실망스럽다. '도서관의 주인'이란 만화와 비교하면 이 만화는 책도, 사서도, 이용자도 그저 잠깐 쓰다 버릴 소재에 불과한 형태다.
작화도 매우 실망스러운데, 아무리 메인 주인공이라지만 표지에 실리는 캐릭터가 독자를 빤히 바라보는 형태일 경우 독자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끔 해야 하건만, 같은 사람이 그렸음에도 소설판 표지와는 다르게 오로지 주인공만이 띠꺼운 시선으로 독자를 바라보고 있어 구매욕구도 떨어지게 만들고, 제일 중요한 책도 대충 그리고 배경도 대충이라 영 구매 욕구가 생기질 않는다.
세트 구매 이전에 혹시나 싶어 1권만 대여로 봤더니 구매 욕구가 팍 죽는데... 그래도 도서관 관련 이야기라 국내와 차이가 있긴 해도 관심은 가는터라 볼까 말까 싶다가도 퀄리티가 기준치 미달이라 심하게 갈등이 된다.
일본은 현재 16권까지 나왔는데 또 한편으로는 이게 16권이나 나올 정돈가? 싶기도 하여 여러모로 갈등된다. 물론 도서관을 이용하는 별별 인간 군상이나 도서관의 업무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에피소드를 뽑아내는건 어려울건 아니지만 실제 업무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건 책을 꽂는 배가와 제 위치에 꽂히지 않은 책을 찾아내는 거라, 이용자와의 휴먼 드라마 따위 생길 일이 없어 어지간히 이야기를 잘 뽑는게 아니라면 이 16권이란 분량이 그저 질질 끌기만 하는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데 일본 사정으로만 쓰여져 있는걸 제대로 감수도 안 된게 별론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