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고독한 미식가 - 솔로 미식가의 도쿄 맛집 산책
구스미 마사유키 원작, 다니구치 지로 지음, 박정임 옮김 / 이숲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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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그저 밥을 먹는 만화.

그저 그것 뿐.

드라마의 유명세나 다니구치 지로의 이름값을 제외하고 담백하게 바라보면 그저 먹는 것일 뿐인 이야기다.

왜 이 만화 혹은 드라마의 이야기가 인기가 있는가? 그저 밥을 먹을 뿐인 이야기가 왜 끌리는가? 그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3대 욕구 식욕, 성욕, 수면욕은 본능적인거라 이를 채우는 행위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인간은 단순히 3대 욕구를 채우기만 하는 짐승이 아닌지라 보다 높은 행위, 지극히 당연한 행위에서 가치와 의미를 찾고 싶어하며 직접 하는 것이 아닌 대리만족으로도 부족한 마음을 채울수 있는 고등한 존재다. 타인이 음식을 먹을 뿐인 행위를 컨텐츠화 하여 먹방이란 신조어를 만들기도 한 한국에서 먹는다는 행위의 중요성은 지극히 당연하여 그 의미를 놓치기도 쉬운 편이다.


하지만 그런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는 실제로 지면에, 화면에 담을 때 역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시시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지극히 당연한 것을 보여줄 뿐이지만 너무나 당연하고 시시해서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극을 끌어 낼 수가 없다. 따라서 너무나 시시할 수 밖에 없는 수면욕은 컨텐츠화 하기 어렵고, 너무나 자극적인 성욕은 타겟층을 가린다. 반면 그 중간에 위치한 식욕은 매우 활용하기 뛰어나며 보편성과 안정성을 지니기까지 한다.

대체로 모두가 먹고 싶어하는 것이거나 먹어 본 경험을 자극하는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는 보편성, 쉽게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것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매일 먹을 정도로 시시할 일은 없어야 하는 음식을 먹고 그 감상을 이야기 하는 정보를 채우는 만족감, 기왕 먹을 거라면 먹고 싶은대로 이것 저것 조합 해 보기도 하고 배터지게 포만감 가득하게 많이 먹고 싶은 욕망, 이 모든 것을 채우고 나면 만족감이 몰려와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끽하는 요소들.

일견 별거 없어 보이는 고독한 미식가에는 이런 점들이 균형있게 채우고 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가 다른 먹방계 컨텐츠와는 달리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아 안정적으로 편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과도하게 정보를 쫓지 않아도 되고, 불필요하게 캐릭터가 늘어날 일도 없고, 에피소드라고 할 것이 없이 식당을 찾아서 주문을 하고 먹는 것이 전부인 심플함 속에서 먹고 싶은 음식이 개시하지 않은 아쉬운 느낌의 소소한 리얼리티와 평범한 리액션과 감상. 극단적인 미니멀한 구조에서 동시에 이노가시라 고로라는 캐릭터가 가진 술을 하지 못 하는 점이 좀 더 요리를 중점으로 다가가고 술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공감대를 일으키는 점 등 그런 사소한 점들이 쌓이고 쌓여 독특한 매력을 자아낸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내는 것에 공헌한 원작자 만화 스토리 작가인 쿠스미 마사유키는 이런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소심한 독설가 같은 느낌인데, 본작에서 인터넷에서 찾은 맛집 추천글을 따라 줄줄이 줄을 서는 사람을 바보 취급 하는 것 처럼 그가 쓴 먹는 즐거움은 포기 할 수 없어란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 해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로 자신과 달리 먹는 방식을 바보같이 보는 등 좀 편협한 독설을 하는 것이 기억이 난다. 그런 사람에게서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그가 가진 애매한 소심함, 일본인 특유의 집단에서 따돌림 받지 않기 위해 모가 난 행동을 하지 않는 다테마에와 상반된 혼네가 작품속에 드러나 있기에 일본 사람들에겐 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게 아닐까 싶다. 물론 우리에겐 그런 정서가 없기에 이런 점에서는 그리 공감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 모두가 그런걸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기에 드라마판은 더욱 착한 고로짱 위주로 진행이 된다.


만화는 드라마판과 달리 겉으로 소리내면 상대에게 상처를 줄 혼자만의 독설이 많고, 드라마판과 달리 지면의 한계가 있어 메뉴를 바로 바로 고르는 차이점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역시 드라마판이 좀 더 편한터라 만화판은 좀 아쉬운 점이 있다.

일단 다니구치 지로의 작화는 뛰어나지만 그가 요리 만화를 주로 그린 적은 없기에 요리를 주역으로 띄우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작품의 분위기를 평균적인 선에서 유지하는 하지만 음식이 먹고 싶어지게 하는 매력을 끌어내지는 못 한다.

또한 다니구치가 생각한 고로의 인물상이 조금 아쉬운데 고독한 미식가가 드라마화 되기 전에 이 만화를 책으로 봤을 때도 주인공인 고로가 그다지 호감적인 주인공의 인상은 아니었다. 깔끔한 모습의 수입 잡화상이란 애매한 느낌에서 인간적인 면을 느끼기 어려웠고, 고로의 과거 이야기나 주변 사람과의 이야기에서도 딱히 이런 면모가 있다 라는 매력을 전달하지는 못 했다.

이런 아쉬움들을 드라마판에서 개선한 것이긴 하겠지만, 다니구치 지로의 고독한 미식가는 고독하다는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좀 심하게 드라이한 편이다.


이 만화는 보기 편한 만화고 인기 있을만한 구성이긴 하지만 동시에 재미있다고 보기는 좀 어려운 만화이기도 하다. 이야기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데다 인물간에 갈등이나 변화도 없고 캐릭터의 리액션이 큰 것도 아니니 보는 맛은 떨어진다. 단지 드라마 때문에 이 책을 구매하려는 거라면 확실하게 실망 할 수가 있다.


그냥 추천하기는 어려운 만화고 고독한 미식가의 거친 부분을 가진 원본을 받아 들일 준비가 된 사람에게만 권할 수 있는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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