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고화질세트] 이거 그리고 죽어 (총5권/미완결)
토요다 미노루 / 대원씨아이/DCW / 2025년 9월
평점 :
판매중지


만화 덕분에 친구를 사귀고 적극적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야스미 아이. 평소에도 만화를 보다 선생님에게 걸려 혼이 나면서도 만화에 대한 사랑을 포기 할 수 없는 아이에게 가장 좋아하던 만화가 호시노 레이의 작품이 코미티아에 판매된다는 소식에 곧바로 만사를 제쳐두고 찾아가 만나게 된 만화가는 다름 아닌 학교의 선생님. 운명적인 만남으로 이어진 소녀의 만화를 그리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만화를 그리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만화는 꽤 많이 나왔지만 이 만화는 독특하게 아마추어 동인 만화가의 이야기를 그리는 내용으로 프로 만화가들이 겪는 고충들이 약간은 부드럽게 순화되어 표현된다.


캐릭터는 정석적인 구성으로 완전한 그림 초보이지만 발상은 유연하여 그림이 아이디어를 따라잡지 못 하는 야스미 아이, 그림을 잘 그리지만 소심하여 자기주장이 약한 작화 담당 후지모리 코코로, 여기에 약간의 변화구를 주어 독자의 입장을 담당하는 평론 즐기기 전문의 아카후쿠 사치와 그녀들을 통솔하는 만화의 지옥을 경험한 전직 만화가 현직 동아리 고문 선생님인 테시마 레이. 그리고 감각파 라이벌인 세키류 히카루와 열혈파 후배 모리사키 우라라의 조합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보통 만화를 그리는 이야기에서 초보 만화가를 주인공 또는 편집자도 주인공일 때 더블 주인공으로 설정하면 프로 등단을 위한 난관이 제시되고 이를 어떻게 넘어야 할지를 먼저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나 이 만화는 어디까지나 동인 입장에서 만화를 그리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동인지 판매회에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잡지에 실릴 수 있는가 없는가를 두고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닌 판매회에 참여해서 자신의 작품이 사랑 받을지 어떨지를 두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전개한다.


앞서 이야기한것 처럼 만화를 그리는 과정을 순한 맛으로 표현하는 대신 매 권 마지막 부분에 고문 선생인 테시마 레이가 만화가였을 때의 이야기를 담아 만화가로서 작업을 하던 것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그 경험을 뼈저리게 이해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이 담당하는 아이들이 프로로서 나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기에 오히려 프로 만화가를 지향하지 않는 식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독특한 맛이 있다.


"이거 그리고 죽어" 라는 도발적인 책의 제목과 달리 내용은 순하긴 하지만, 이런 패턴으로 동인 판매에 안주하기만 하면 이야기가 그대로 가라 앉을 가능성이 높기에 1권 128페이지에서 테시마 레이가 당부한 "'이거 그리고 죽어'라는 식으로 만화에 목숨을 걸지 않을 것"이란 약속은 언젠가는 깨지게 되겠지 라는 우려 섞인 추측을 하게 된다.


약간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으로 가공한 독특한 캐릭터 작풍에 매우 높은 수준으로 공을 들인 디테일한 배경이 독특한 시너지를 내는데, 보통은 캐릭터와 배경의 퀄리티를 비슷하게 맞추는 반면 이 작품은 매우 뛰어난 감각으로 배경의 수준을 분위기에 맞춰 완급을 조절해 필요 할 때는 배경을 강조하여 분위기를 내고,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배경의 강약을 줄이거나 같은 명도를 맞추면서도 캐릭터 주변을 화이트로 캐릭터와 배경을 분리시켜 절대로 캐릭터가 배경에 묻히지 않게 하는 센스를 보인다. 초반에는 특이한 작풍에 선뜻 마음이 가기 힘들지만, 보다보면 매력적인 캐릭터와 내용을 잘 살리는 작화로 인해 금방 빠져들게 된다.


만화를 그리는이야기 이기에 만화를 그리는 방법에 대해서도 내용을 할애하는데 동인 레벨에서 취미로 만화를 그리는 것이기에 프로 기준으로 높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아 초심자 입장에서 부드러운 분위기로 익혀나가는 이야기를 즐길수가 있다.


또한 이 만화가 훌륭한 점 중 하나는 만화를 그리는 이야기, 게임을 만드는 이야기, 연극을 하는 이야기, 소설을 만드는 이야기, 개그를 하는 이야기처럼 무언가를 만들거나 표현하는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전개를 할 때 필연적으로 작중에 등장하는 작품을 독자에게 보여주어야 이 작품은 이래서 굉장하다 혹은 이래서 사랑스럽다 라는 것을 전달 할 수가 있다. 그런데 의외로 상당수의 이런 만화들이 정작 작중 등장하는 창작물을 전혀 보여주지 않은채 그저 주변 엑스트라의 반응으로 굉장하다 천재적이다 라는 식으로 추켜세우기만 하기에 몰입이 깨져 버리는 반면, 이 만화는 작중 등장하는 만화의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다 보여주는 점이 매우 칭찬할 만한 점이다.

작중 등장인물들의 작품을 보여줌으로서, 작품을 보여주지 못한 만화들이 전달하지 못 하던 캐릭터 내면의 심리와 창작 스타일, 작풍과 전달하고 싶어하는 이야기 등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 전달됨으로서 캐릭터를 더욱 이해하고 빠져들게 한다.


만화를 그리는 만화로서 컷을 다루는 방식도 흥미로운데 작중 그리는 4컷 만화를 옆에 배치하고 일상을 같이 그리거나, 각 캐릭터의 일상을 4줄로 나누어 동일 시간대에 표현한다던가, 표현을 위해 컷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던지 등 동인 만화가의 이야기지만 절대 어설프게 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야기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독특하게 사용하면서 일상물 같은 잔잔한 분위기이면서도 흥미롭게 전개 해 나간다. 특히 창작의 지옥을 경험한 전직 만화가가 멘토로서 오히려 프로로 등단을 만류하는 벽이 되어 주는데다, 만화가와 팬의 운명적인 관계인 야스미 아이와 테시마 레이의 관계는 현 시점에서 역전되어 있어 어떻게 전개하든 매력적인 관계를 유지 할 수 있는데다, 각각의 캐릭터가 각자의 롤을 유지하며 조금씩이지만 이야기를 전개하며 성장하고 있어서 좋다.


도발적인 제목과 독특한 작풍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표지 그림으로 내용을 보기 전에는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 만화이나 일단 보게 되면 금방 빠져들 수 있는 만화다. 특히 동인 시점에서 만화를 그리는 이야기는 이전에는 현시연이나 동인 워크 같은 것도 있지만, 요즘 감각으로서 돈이나 판매량 같은 것 보다 순수하게 그리고 싶은 마음을 담아내는 동인을 주제로 하는 작품으로서도 가치가 있기에 추천 할 만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