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니다. 제가 그랬습니다"일본의 서브컬쳐물을 보면 종종 상대방과 연관된 비밀을 숨기다가 상황이 꼬여 가며 관계가 틀어지는 전개를 볼 수 있다.단순히 말로 풀면 될 문제를 제때 풀지 못 하고 문제를 점점 키워나가는 것은 창작자가 이야기를 심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라곤 하나, 보는 입장에선 문제를 숨기는 인물의 심리에 다가가지 못 하면 되려 진입장벽이 되곤 한다.그런 점에서 "평화로운 나라의 시마지키에게"는 독특하다.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아 숨기는 작품들과 달리 시마자키는 관계를 깨고 싶지 않은 상대에게 솔직하다.사실대로 말하면 상대가 자신을 미워하거나 피하려 할수도 있지만 시마자키는 그래도 비밀을 터 놓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관계가 서툰 시마자키에게 있어 이런 행동은 적 아니면 동지로 구분되는 관계가 아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가까워지려 하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시마자키가 구한 소년과의 소통 과정 속에 시마자키의 과거 회상편으로 이야기가 자연스레 녹아든다. 보통 회상씬을 잘 못 쓰는 작품은 아무 이유 없이 단독으로 회상씬이 튀어나오는 반면 이 작품은 시마자키가 소년에게 전달하는 이야기로서 둘 사이의 관계성과 근거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시마자키의 과거 이야기에도 흥미롭게 접근한다.대체로 안경으로 가려 눈을 잘 보여주지 않아 쉽게 보여지지 않던 시마자키의 살기 어린 표정들이 과거 회상 편에서 매우 강렬하게 드러나며,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옅어지는 것이 흥미롭다."예를 들어 앞으로 1년이라면... 나 하고 싶은거 잔뜩 있습니다"1권 1화에서의 마지막 설명. 시마자키 신고가 전장에 복귀하는 것은 340일 뒤의 일이다 라는 설명이 이것의 이야기일까.365일 12개월 31536000초 525600분. 시마자키에게 주어진 1년 남짓한 시간이 점점 줄어들며 그가 다시 전장으로 내몰릴 것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이야기가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그저 다시 전장에 나간다는 예고인줄만 알았는데 사실은 그에게 남겨진 시간이 그것 뿐이라니 예고의 의미가 더더욱 다르게 다가온다.시마자키의 과거 회상은 흥미로우나 과거 회상에 내용을 배분하는 만큼, 실제 시점에서의 이야기는 정체되기에 뭔가 큰 것이 터질것만 같은데 높은 분의 흥미나 복수를 위해 단련하는 소년이나 점차 약해져 가는 시마자키의 마음이나 lel의 추적 등 여전히 긴장을 놓칠 수 없는 것들이 산재 해 있어 다음 이야기를 예상하기 힘들다.권수가 늘면서 좀 느슨해지거나 어설프게 되는 만화들이 있는 반면 이 만화는 기존의 이야기 전개 중 시마자키의 과거 회상이 드문드문 섞이기만 할 뿐인 단점을 본격적으로 조절하면서 스스로의 약점도 고치고 있어 매우 만족스럽다. 앞으로 더 치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기대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