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중쇄를 찍자'의 안티테제 느낌의 책.대형 출판사의 만화 편집자의 이야기를 다룬 '중쇄를 찍자'의 반대편에 존재하는 소규모 출판사에서 의욕없고 비전없는 편집자의 책을 내는 이야기.잘 될거란 기대가 없기에 의욕도 없고, 태도도 건성인 편집자나 직원들이 그저 해야 할 일이기에 책을 내기만 하려 한다. 씁쓸하고 암울한 이야기지만 일본의 출판 구조를 보면 그럴수 밖에 없겠다 싶다.중쇄를 찍자 14권 113페이지에서도 나오는 총판 이야기를 보면 출판사가 아무리 책을 내고 싶어도 총판을 거치지 않으면 팔기가 힘들다. 그러나 총판이 갑인 일본에서 총판이 판매부수를 정해주기에 잘 팔릴 책의 운명도 총판의 판단에 휘둘리게 된다. 대형 출판사조차 총판과 좋은 관계여도 팔릴지 어떨지 모를 책의 판매 부수를 짜게 주는 마당에, 소형 출판사는 오죽할까. 책을 공격적으로 선보여서 고객의 눈에 들게 해도 팔릴까 말까인데 적게 배정받고 그것도 온갖 서점에 조각조각 나뉘어 보내지면 눈에 띄기도 힘들겠다 싶다.그러나 총판의 갑 문제는 둘째치고 직원들의 태도나 사장의 포기한 듯한 모습은 별로 유쾌하지 않다. 열심히 일하다 고꾸라지는 모습도 안타깝지만, 딱히 시도도 하지 않고서 몰락해 가는 모습도 흥미롭진 않다.작가가 예대는 나왔으나 만화에는 소양이 없는지 만화로서 구성은 매우 별로다. 컷이나 연출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아마추어의 습작 느낌.이야기도 암울하고 씁쓸한 이야기일 뿐 하나의 형태로서 흥미를 불러오고 전개를 기대하게 만드는 그런게 아닌 무미건조하게 편집자의 일과를 보여주는게 전부라서 이야기적 재미도 떨어진다.이 책의 가치라면 편집자가 하는 일 내지는 일본의 소형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겪게 될 일 정도를 구경하는 것 정도.인구 1억이 넘는 일본에서조차 1천부 정도 팔릴 것 같은데요라거나 소형 출판사의 초판 부수가 2000부인데도 그 2000명에게 선택도 못 받는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비율로 따지면 0.002%인데 그 정도 수치의 사람들에게도 선택을 못 받는단 소리인데 말이지.물론 뒤쪽 저자의 말을 보면 일본은 도서 완전 정가제라 하니 책 값에 따라 씀씀이가 달라지긴 하겠지만... 분명 뭔가 문제일텐데 말이다.총판이 문제인가 싶어도 만화 '동경일일' 3권 157쪽에서도 나온거지만, 총판을 거치지 않은 개인 편집자인 주인공이 책을 팔기 위해 여러 소형 서점을 방문하며 입고를 부탁해야 하는 걸 보면, 2000부를 팔려면 각 서점당 10권씩만 입고해도 200곳을 돌아다녀야 하니 그것도 고생이다.전자책에 익숙해진 입장에선 솔직히 공간만 차지하는 책 보다는 전자책이 몇십배 더 낫다. 아니 몇천배라고 해도 좋다. 전자책이 실물 책 보다 더 낫다. 전자책이 나은 이유를 이야기 하자면 한도 끝도 없고 리뷰에서 이야기 할 법한 이야기는 아니기에 넘어가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젠 실물 책이라는 형태에 집착 할 필요는 없는거 아닐까. 하지만 전자책이 전부가 되어버린다면 소형 서점들은 전부 사라질테고 책과 관련된 경제가 무너질테니 쉬운일은 아니겠다. 그러나 0.002%의 비율의 사람들에게도 전달되지 않는 책들이 넘쳐나 중쇄를 찍자 드라마판에서 보여진 안타까운 책 폐기를 생각하면 여러모로 쉬운 문제가 아니긴 하다.책을 보는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생각 할 거리가 많은 내용이지만 정작 책 자체의 내용은 별거 없기에 그리 추천하기도 뭐하고 추천 안 하기도 좀 아쉬운 애매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