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자책] [고화질세트] 쇼하쇼텐! (총6권/미완결)
아사쿠라 아키나리 / 대원씨아이/DCW / 2025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개그를 짜는 센스는 있으나 내성적이어서 무대에 어울리지 않은 소년 시지마 아제미치와, 반대로 개그 대본은 못 만들지만 상황만 주어지면 천재적인 연기력으로 커버하는 히가시카타 타이요 콤비가 고교 개그 그랑프리를 재패하기 위한 도전을 그린 청춘물
그림작가인 오바타 타케시가 참여한 바쿠만의 두 주인공과 비슷한 구성이지만, 동기가 부족한 바쿠만에 비하면 두 주인공이 개그를 목표로 하는 동기의 배경 이야기는 탄탄하고 잘 짜여져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좀 군데군데 나눠서 길게 보여주고 개그 파트 중간에 집어넣기도 하기에 보는 입장에선 이야기 배치와 완급 조절이 좀 아쉬운 편입니다.
개그에 한해서는 안타깝게도 한국보다는 일본이 좀 더 탄탄한 내수 기반을 지니고 있는터라 일본의 개그를 소재로 하는 이야기는 뭔가 다를지가 궁금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기대와는 어긋나게 웃음이나 소재의 발상과 표현 보다는 연기자가 어떻게 청중들을 대처하느냐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다만 이 부분은 작가의 개인적인 이론인건지 전개 내용상 모순점이 많아서 별로 와닿지도 않고, 새겨 들을만한 느낌도 적습니다. 예컨데 1,2권에서 스토리 작가는 웃지 않는 관객을 마치 자질이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거나 개그맨을 적대하는 듯한 측으로 표현합니다. 1권에서는 재미있는 사람일수록 잘 웃고 재미를 민감하게 감지할수 있는 센서를 가졌고 반대로 웃지 않는 사람은 재미를 감지 할 수 있는 센서가 없는 개그 초급자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2권에서는 대회에 웃기려고 나온 개그맨들을 보는 관객들이 웃지 않으려고 마음의 댐을 쌓는다고 하는데, 정작 만화에서 작년에 우승한 개그 콤비가 다른 개그맨들이 이를 갈고 눌러버리려 하는 비하 개그를 사용하는 개그맨들입니다. 작가의 논리대로라면 재미있는 사람일수록 재미를 감지 할 수 있는 센서를 가졌는데 청중들이 만든 마음의 댐을 쉽게 허물고 그 센서에 최고로 반응하여 우승하게 만든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비하 개그이고 이를 다른 개그맨들이 꺾겠다고 하는겁니다.
작가가 잘 웃는 사람을 개그 센서가 발달된 사람이라 추켜 세워놓고 정작 주인공이나 다른 개그맨이 이겨야 할 적이 비하 개그의 달인이 되어 버리니 논리적으로는 사람들의 개그 센서가 잘 받아들이는게 비하 개그고, 그 비하 개그를 재밌다고 느끼지 못 하는 사람들은 개그 초급자라고 하는건데, 이 개그 초급자에 작중 해당 비하 개그 콤비에게 당했거나 이를 갈며 눌러버리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포함되어버리는 모순을 품습니다.
재미있다 재미없다는 어디까지나 개인적 주관이라 이걸 개그 초급자니 뭐니 하면서 구분 해 봐야 때에 따라 다를 뿐이라 제대로 된 분석도 이론도 되질 못 합니다. 그나마 이런 작가의 개인적인 편견(?)은 2권까지만 보여지고 그 이후는 안 보이니 다행이지만 초반에 모순을 보여줘서 그 다음 개그 이론 이야기도 그다지 신뢰는 가질 않습니다. 테크닉적인 부분은 나름 괜찮다 싶긴 한데 모순을 만든 전례를 남겨 버린게 문제지요.
살짝 아쉬운게 일반적으로 에스컬레이트하며 올라가는 이야기라면 콩트나 만담의 이야기를 짜고 그걸 어떻게 표현하는가 하는 작은 단계부터 서서히 거쳐가며 성장하는 형태일텐데, 이 만화는 그런 부분을 가볍게 건너뛰고 재능러 주인공들을 우선 무대위로 올려버리기에 전개가 좀 빠른(?) 느낌도 듭니다. 이야기를 롱런 할거라면 1학년인 주인공들이 앞으로 3년동안 구를 내용을 그릴텐데 이야기 속도만 보면 당장 입상하거나 해체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각각의 개그맨들의 개그를 담고 있어 내용의 밀도는 매우 높은데 신기하게도 그림 작가인 오바타 타케시 스타일의 컷 구성이 묘하게 낭비란 느낌이 들 정도로 밀도와 배치에서 언밸런스한 느낌도 받습니다. 꽉꽉 채운거 같은데 사실은 더 빼고 집어넣을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 듭니다. 이야기가 진행 될수록 오바타 타케시 그림체 치고는 여러모로 힘을 빼서 개그 느낌을 살리려고는 하는데 오바타 타케시의 컷 구성이 개그 만화보다는 드라마쪽에 더 어울리고, 캐릭터 얼굴이나 표정도 좀 개그물 느낌에는 지나치게 진지한터라 여러모로 아쉬운 편입니다.
주인공도 캐릭터 설정이 살짝 아쉬운데 개그 대본은 잘 뽑아내지만 연기력이 받쳐주지 못 하는 아제미치에 비해 대충 행간만 읽고도 부족한 부분을 채울수 있는 타이요의 스펙이 넘사벽이라 왜 타이요가 대본을 만들 실력이 없는지는 논리적으로 전달이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소재만 줘도 부족한 부분을 채울수 있다는 것은 개그 센스와 창의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인데 캐릭터를 억지로 구분짓기 위해 일부러 역 배정을 강요하는 느낌이라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차라리 아제미치가 공감대의 완급을 조절하는 부분이 뛰어나고 타이요가 캐릭터 역에 심취해서 평균적인 공감 영역을 끌어내는 개그를 잘 떠올리지 못 하는 정도가 무난하지 않았을까 하는데 정작 갑작스런 상황에도 무난하게 대처하는게 타이요다 보니 너무 캐릭터가 한쪽으로 오버스펙이 된게 안타깝습니다.
개인적으로 개그 내용을 잘 담은 것 만으로도 만화가 만화인데 만화가 없고, 연극 만화인데 연극이 없고 게임 개발 만화인데 게임이 없으며, 취미를 소재로 하는 만화에 취미 내용이 없는 것 보다는야 좋게 보고 높게 칩니다. 다만 작가 편의적인 요소가 앞서 말한 작가의 논리를 스스로 부수는 모순을 만들 정도로 짜임새에서는 문제가 있고, 결국 이 만화도 다른 이야기들처럼 결정적인 부분인 주인공을 꺾은 개그맨팀의 개그나 비하 개그로 우승했다는 비하개그팀의 개그를 담지 않고 이 녀석들 대단해 굉장해 우승까지 했어 라며 보여주질 않고 얼렁뚱땅 넘기는 점은 별로 만족스럽지가 않고, 보여준것 하나 없이 굉장해 최고야 이러기에 와 닿지 않습니다.
그렇긴 해도 오로지 '개그'만을 소재로 하는 만화나 픽션도 드물고, 특히 국내에는 개그 이론관련 서적이 거의 나오질 않는 황무지에, 콩트 위주인 한국은 일본과는 주된 분야가 다르기는 해도 볼만한 내용이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이런게 참 부럽다 싶은게, 국내에는 개그 이론서가 하도 안 나오는데다 이미 나온것 조차 품절과 절판에 공공도서관에서조차 보존이나 폐기처리 된게 일쑤라 접할 길이 없다보니 발전하고 싶어도 발전 할 길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이전에 개그 지식을 공유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질수 있었으면 우리도 더 좋은 코미디 프로그램들을 만날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