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업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누가 봐도 몇억부가 팔려나가는 소년만화라고 생각 할 것이다. 기네스북에 오르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거나 애니메이션화를 하고 가장 많이 팔려 고소득자 명단에 오르기 쉬운 것도 소년만화일 것이다. 그런 판이 큰 시장에는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이고 이는 곧 어설픈 수준으로는 올라서기 힘들기도 하다. 다른 작품과의 차별화를 내세우며 독특한 소재들을 거침없이 활용하지만 결코 어설픈 내용으로는 살아남지를 못 하기도 한다.반대로 보는 사람이 거의 없는 마이너한 장르의 경우에는 수상할 정도로 돈 많은 퍼리라는 호칭처럼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이 직접 만들지 않는 이상 원하는 작품이 나오지 않는 문제가 있다. 나오는 수가 적으니 다양함과 퀄리티가 떨어지고 그나마 가장 잘 팔리는 형식에 매달리곤 한다. 물건을 만들어 파는 사람 역시 보는 사람이 얼마 없는 물건을 만들어 봐야 들인 노력과 비용에 비해 얻는 것이 없으니 가장 팔리는 형태를 원하기 마련일 것이다.BL,GL처럼 마이너한 소재를 다루는 것 역시 그런 문제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다.과거에 비하면 작품수도 늘고 수요도 조금 있는 편이지만 메이저에서 작품을 만드는 것에 비해 돈이 된다고 하기는 어렵고 독자의 취향을 만족하는 퀄리티가 나오기가 힘들다. 만화를 찍어내듯 만들수 있는게 아닌 이상 똑같이 만화를 만드는데 드는 노력으로 더 팔릴만한 만화를 그리는게 나으니까. 한편으로는 공급이 부족하니 어설픈 만화가가 자신의 취향만 내보여도 팔리는 좁은 판이라 아마추어가 득실대기도 한다. 그래서 이 장르는 상당수 작품이 거기서 거기인 비슷한 것들 뿐이거나 혹은 작품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의 결함품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이 만화도 그런 만화에 속한다.일요일의 딸기짱은 여장남자가 주인공인 BL물이지만 성애 표현은 하지 않는다. 섹스는 안 하더라도 어느 정도 애정행각은 보여줘야 흥미로운데 그런 것도 거의 없다. BL물 중에서는 매우 희소한 남성향 취향의 귀여운 그림체와 여장물이라 어느 정도 기대를 했는데 그 어느것도 충족하지 않는다.이 만화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점이라면 이쪽 장르인 BL,GL을 그리는 작가들의 공통점인 이야기를 만드는 구성 능력이 개판인 점이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에피소드들의 쪽수가 적은 구성이라 중요한 내용이 없으며 1권부터 3권 내내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비슷하고 의미도 없다. 갈등 구조도 허접하고 독자가 바랄법한 이야기나 상황을 그리지 않는다. 만약 이게 앞서 이야기한 소년만화였다면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 수준이다. 한편으로는 BL이긴 하지만 이렇게 재미없는 만화가 이 퀄리티로 3권이나 나온게 용하기도 하다.작가는 주인공 캐릭터를 통해서 여장을 하고 그 상태에서 같은 반 친구와 데이트를 하는 과정만 되풀이하는데 답답한 점은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주인공은 여장을 한 자신의 정체를 상대가 모른다고 착각하여 데이트를 계속하고 있고, 상대는 주인공의 정체를 알면서도 좋아해서 데이트를 하는 정보의 불균형 상태를 이룬다. 정보의 불균형은 갈등 또는 심화에 써먹기에 매우 좋은 요소인데 이렇게나 좋은 걸 놔두고 써먹기는 커녕 그저 그런 데이트 장면을 몇번씩이나 반복하는 것에 그친다. 필요한 내용만 담아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라 불필요한 컷들이 넘쳐나고 내용이 억지로 분량을 늘린듯한 것들이 많다. 쪽수도 적은데 그 적은 쪽수마저 제대로 다루지를 못 한다.게다가 이것이 BL물이 아닌 평범한 이성애 이야기였어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스킨쉽이나 접촉, 거리감의 변화 등 순정만화에서는 당연하게 나올법한 것들조차 이 만화에서는 보여주는 것을 대단히 아끼는 것인지 써먹지를 못 하는 것인지 어느쪽이든간에 잘 드러나질 않는다. BL물이라서 분량 조절을 한다기에는 단순히 작가가 BL물을 보는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 하는 측에 가까운 느낌이다. 음지쪽, 동인지 BL물의 장르를 좋아서 그리는 작품들이 그 짧은 페이지 속에서 보여주는 많은 것에 비하면 이 만화는 정반대로 보여줄걸 보여줄 생각이 없는지라 만족스럽지가 못하다.사실 작품의 퀄리티야 어찌되었든 지금의 BL판에서 매우 희소한 남성향 BL물 그림체에 여장물이라 그 자체로도 좀 가치가 있다 생각하여 구매를 했으나 BL물의 공통적인 퀄리티 문제는 피해갈수가 없었고, 보고 싶은 것도 보여주지 않으니 희소성의 문제 보다도 불만족이 매우 크다.판이 작으니 그저 떨어지는 것을 받아 먹을수 밖에 없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는 추천하기에는 매우 부족한 만화다. 그나마 장점이라면 단조로운 색 사용이긴 해도 올컬러라는 점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