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 생활을 하는 주인공 나코시 스스무. 화려한 호텔과 마주한 공원의 노숙자들 그 사이의 중간에서 살아가는 그를 눈여겨 본 뇌외과 의대생에게 트리퍼네이션을 큰 돈을 보상으로 트리퍼네이션을 제의받습니다.뇌막 이전 지점까지 머리 뼈에 작은 구멍을 내는 시술인 트리퍼네이션은 매우 위험하고 따라해서는 안 되는 일이기에, 스포일러를 조금 하자면 만화에서는 독자들에게 경각심과 거부감을 주기 위해 주인공에겐 안타까운 결과가 기다리고 있습니다.시술을 통해 특수한 능력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꽤 흥미로운 화두를 던집니다. 잘 만든 픽션이 가지는 특징인 픽션과 현실의 그 중간에서 그럴법한 이야기를 풀어가며 서서히 발을 걸치게 하여 픽션으로 끌어들이는 진행을 탁월하게 풀어냅니다.시술을 통해 주인공이 얻은 능력은 호문클루스. 자신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괴물의 모습으로 보이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그리고 그 능력을 통해 타인의 트라우마나 문제에 간섭하면서 상대가 가진 문제를 해결 해 주지만, 정작 괴물의 모습이 자신에게 하나 둘 옮겨오게 됩니다."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당신이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 본다면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 볼 것이다"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에 빗댄듯이 주인공은 자신 안의 문제를 투영하는 괴물들을 마주하면서 점점 괴물이 되어 갑니다.그러나 타인에게 공감하며 문제를 해결 해 줘도 그 문제를 마주하여 해소하지 못 한 괴물이 되어가는 주인공의 모습과 문제를 공감하며 바라봐 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주인공은 자아를 찾아가고 자신을 봐 줄 사람을 찾게 됩니다.만화 호문클루스는 상당히 호불호를 타는 작품입니다. 여타 다른 작품에서 호불호를 가르게 되는 문제인 개개인의 취향에 적당히 이탈 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작품이 꾸준하게 인간의 내면을 들춰내면서 역겹고 추잡하며 마주하기 싫은 장면들을 쏟아냅니다. 또한 대부분의 작품에서 터부시 되는 요소들을 거리낌 없이 활용하고 있으며, 자아를 찾고 내면의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일들은 심리학에 어느 정도 관심이 없다면 잘 이해가 되지 않을수 있기에 상당히 높은 수준의 허들을 제시합니다.그러나 그 모든 허들들을 넘을 수만 있다면 호문클루스는 독자의 마음의 서고에 파고 들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메세지를 던지는 그런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허들을 넘지 못 한다면 단 1점도 주기 싫은 그런 작품일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작품성이 높기는 하지만 독자를 가리는 그런 작품이기도 하니까요.만화는 대체적으로 괴물로 보이는 등장인물 1명당 2권 분량을 할애합니다. 보통 한권당 190페이지 이상이라 380페이지 분량을 한명에게 할애하는 것 치고는 대사가 많거나 복잡한 이야기 구성을 취하지 않습니다. 그 반대로 대부분이 대사 없는 컷 위주로 구성되어 등장인물의 심리나 상황을 묘사하는데 할당합니다. 그래서 대사가 많지 않다보니 읽어 내리는 속도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다른 만화와 비교하면 금방 완독하게 됩니다. 너무 대사없는 컷 위주로 진행되는 것도 단점이라면 단점이라 할수도 있는데 작품 특유의 분위기가 그것을 허용합니다. 마치 공포나 스릴러물에서 등장인물들의 비명 말고는 대사가 필요 없는 장면들이 분위기를 잡는 것과 비슷합니다.인간 내면의 심리를 다루는 것도 단순히 하나의 트라우마에서 멈추는게 아닌, 그 트라우마로부터 걸어온 인생에서 밑바닥과 최정상 그리고 다시 밑바닥을 오가는 주인공의 과정을 통해 겪은 것들이 누적되어 투영되는 점이 작품의 수준을 끌어 올립니다. 정말 마음같아서는 이 정도의 작품 수준을 지니는 만화가 많이 나와 줬으면 하지만, 작품성=매출은 아니기에 매출이 중요한 잡지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네요.사소한 불만이라면 주인공 캐릭터의 완성도는 좋지만 호문클루스로 투영되는 타인인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의 트라우마는 작품의 비중에 따라 결정되는데 비중이 얕은 캐릭터일수록 타인을 상처입힌 죄책감 트라우마 위주로 되는 단순함이 조금 아쉽습니다.상당히 좋은 작품이고 추천도 하고 싶지만, 독자를 가리는 작품이기에 섣불리 추천은 하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제 자신 조차도 이 만화가 나온 2000년대 초에 읽고는 한번 중도 하차를 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의 제가 이 만화를 보고 느낀 점과 지금의 제가 이 만화를 보고 느낀 점이 다른만큼, 그 차이가 있기에 지금에 와서야 이 만화를 받아들일수 있는 것 같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