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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세트] 도박마 거짓말 사냥꾼 바쿠 (총49권/완결)
Toshio Sako / 대원씨아이/DCW / 2019년 7월
평점 :
공정한 승부를 위한 환경을 제공하는 특수한 집단 '클럽 카게로'의 두령의 자리를 걸고 겜블을 하는 주인공 바쿠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입니다.
클럽 카게로가 입회인과 자원을 제공하면서 벌이는 승부란 재산만이 아닌 사람의 목숨까지도 거는 위험한 도박이 주를 이루고, 승부의 결과에 불응할 시 국가권력조차 손대기 힘든 뒷세계의 힘으로 강제로 징수를 하는 조직력을 지니기에 그 클럽의 회원이 될 자격은 48명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런 클럽 카게로의 두령자리를 노리는 승부사 바쿠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스포일러가 되는지라 언급하기가 어렵네요. 다만 목적 자체는 그렇게 중요한 뼈대가 되지는 않습니다. 행동의 원인은 되긴 하지만 그것에 집착하는 느낌은 아닙니다.
작화의 퀄리티는 마지막 권까지 일관된 퀄리티로 훌륭합니다. 대충 그린듯한 그림의 만화들이 sns나 인터넷 유행,특정 소비층만 노리고 납득하기 힘든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는 것이 정말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이 정도로 높은 수준의 작화 퀄리티를 유지한 채 적절한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작화 부분은 감점을 할 요인은 없지만 유혈표현이나 잔인한 장면이 사실적인 작풍으로 그려지기에 그런 것이 힘든 분이라면 추천하진 않습니다.
이 만화는 다른 겜블 만화와 달리 격투전 요소를 넣은 특이한 구성을 취합니다. 카이지나 카게구루이나 마작의 제왕 테쯔야나 당장 떠오르는 겜블 만화들은 대부분 겜블에서 지면 순순히 승패를 인정하는 반면 이 만화는 여차하면 폭력으로 엎을 생각을 하기에 클럽 카게로라는 입회인을 중심으로 하는 조직의 힘이 억누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칙에 없다는 이유로, 혹은 폭력을 제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연한듯이 폭력을 행사하며 격투전에 들어갑니다.
문제는 주인공인 바쿠가 허약한 체력이라 지구력도 딸려서 폭력으로는 이길수가 없는 점이고, 그 때문에 바쿠 역시 자신만의 무기가 되어줄 전투원을 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만화는 특이하게 겜블 중 격투전을 벌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대략 만화의 3분의 1 지점까진 쭉 겜블보다 격투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그 이후로도 꾸준히 격투전을 넣습니다. 개인적으로 재미가 없다고 느낀 것도 이 격투전이 위주가 된 3분의 1 지점까지가 큰 고비였습니다. 여기는 점수를 주자면 2점 언저리고 그 이후 30권까지는 3점 정도, 그리고 마지막까지는 4점으로 차근차근 겜블의 퀄리티가 올라가기는 합니다.
5점 만점을 주기 힘든 점은 일단 초반 3분의 1지점 부분까지의 겜블 퀄리티와 격투전의 필요성 때문입니다.
겜블 자체는 상당수가 창의적이고 심오하여 높은 퀄리티를 갖긴 하나, 저 3분의 1 시점까지는 만화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룰을 표현하고 설명하는걸 잘 안 합니다. 그래서 룰이 특히나 복잡하고 한번에 이해하기 힘든 경우는 읽는게 불편하거나 이해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나마 그 지점을 넘어서면 문제를 알았는지 점점 게임의 룰 설명이 자세하고 확실하게 표현되어 갑니다.
그리고 겜블에서의 격투전.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나 제 기준에서는 상당한 분량 잡아먹기용이란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본디 창작 매체에서의 흐름이나 승부의 결말이란 작가의 의향에 의한 것이고 독자는 그것을 보는게 전부입니다. 따라서 재미있는 작품은 이 모든게 작가가 만든 것이란 걸 알면서도 몰입하게 만드는 작품이고, 반대로 재미없는 작품이란 이야기가 말이 안 된다며 몰입이 깨지는 경우일 것입니다.
바쿠에서의 격투전은 말이 안 된다는 느낌의 형태는 아닙니다. 그 반대인 가장 강한자가 이긴다 라는 논리적인 구조의 격투물이기에 제 개인적으로는 흥미가 없을 뿐입니다. 작가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약물 등을 이용한 변칙 요소를 넣기는 하는데 그래도 결국 이길 사람은 이긴다는 구조라서 격투전의 과정이 그저 아무 생각도 느낌도 들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이길 사람은 이긴다는 구조는 겜블에서도 똑같기에 격투전을 할 수록 겜블도 시시해지는 느낌이 들게 만듭니다.
특히나 겜블 도중에 격투전을 하는 경우는 가뜩이나 달아오르고 몰입한 겜블에서 갑자기 이야기의 방향이 바뀌기에 충분한 몰입과 관심을 끌어낼 것이 캐릭터와 상황이지만 아쉽게도 캐릭터는 그다지 안 끌리고, 상황 역시 흥미가 안 생깁니다. 특히나 이런 특유의 상황에 개입해야 할 카게로 조차도 대부분의 상황에서 ●●하지 않았다 라는 겜블물 특유의 말장난으로 방관하기에 얘네들 대체 왜 있어야 하는건지 좀 존재의의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격투전의 분량은 만화 전체에서 거의 절반에 가까우며 분량 때우기가 목적이었다면 매우 유용했을거라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격투전이 별 의미는 없고 무의미한 컷들 뿐이기에 다음 겜블 내용을 궁리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벌었을 것 같긴 합니다. 겜블도 사실 상당한 분량 잡아먹기의 질질 끄는 구조도 종종 있긴 한데, 일단 메인인 겜블의 구성 자체는 퀄리티가 좋으니 겜블에서 질질 끄는건 좀 용인되는 정도입니다. 다만 겜블에서 질질 끄는 것은 정적이라 지루한 반면 격투전이 분량 잡아 먹는 부분은 그래도 동적이라 지루하진 않은 점이 차이는 있습니다.
책 절반에 가까운 내용이 격투전이라 순수 겜블 만화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좀 추천하기 힘듭니다. 반대로 격투전을 좋아하신다면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오기 때문에 보는 재미는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얼마나 강한지는 순위가 없는 모호한 표현이며 카게로 내의 입회인 순번이 그나마 여타 다른 격투물의 순위 표현과 가까워 순위가 엎치락 뒤치락하는 정도는 있지만 정작 바쿠가 격투전에 대응하기 위해 모은 사람들이 순위전과는 상관이 없거나 갈려나가거나 하여, 카게로 내 순위전을 위해서는 별 필요도 없기에 이야기 중간에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한 흔적으로 느껴집니다. 카게로 회원을 대상으로 하던 대결이 제 3세력으로 방황하는 점도 있어 명확한 결말을 세워두고 진행 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강하고, 그 점은 결말에서 크게 나타납니다.
그럭저럭 볼만한 작품이긴 하지만 겜블에 격투전이 과하게 섞여 호불호를 탈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