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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이 살아있는 동물 그리기 - 세밀화가의 기초와 비결
나이토 사다오 지음, 일본콘텐츠전문번역팀 옮김 / 므큐 / 2021년 9월
평점 :
저자가 설명을 못 합니다.
저자가 설명을 심하게 못 합니다.
두번이나 강조한 이유는 위의 이유로 이 책이 배우는데 별로 적합하지 않아서 입니다.
작법서는 카툰,일러스트에 어울리는 깔끔하고 명확한 선 형태의 작법서와 입시미술 같은 데셍이나 크로키 등에 치우쳐진 작법서가 있는데 이것은 후자 측에 속합니다.
데셍쪽 작법서는 별로 본 적이 없어서 뭐라 섣불리 말하긴 어려우나 이 책은 데셍 방식의 작법서로도 대단히 안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위에서 언급한 설명을 못 한다는 부분에 대해 적자면, 그림을 그릴때 이건 이렇게 하는게 좋다 라거나 저건 저런 방식으로 하면 된다 라는 식의 설명이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대부분의 내용이 그냥 사진을 보고 본 대로 이야기 하는 수준입니다. 그리는 방식에 대한 내용이 거의 없어요.
예를 들어 60쪽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개의 시선 끝에는 늘 주인이 있다" 라는 내용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시선 끝에는 주인이 있다. 그런데 그게 그리는 방법과 무슨 상관이 있지? 네 없습니다. 주인을 바라보는 개의 그림에 설명이 붙은 것 뿐 그 그림을 그리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69쪽 "늑대의 특징인 울부짖는 소리는 무리를 규합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 역시 그리는 방법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일부만 가지고 문제 삼는게 아닌가 하시겠지만 책 내용의 대부분, 70~80%가 이런 식입니다. 31페이지의 긴 혀의 표면은 거슬거슬하다 라면서 거슬거슬한 표현 방법에 대해선 아무것도 없고 발이 닿지 않는 머리 같은 데를 쓰다 듬으면 매우 좋아한다 라던지 그 다음 33페이지의 손 등에 타액을 묻혀 얼굴에 비벼댄다 등 그냥 이런 예시는 끝도 없이 들 수 있습니다. 책 내용이 전부 저런 식이니까요.
책을 읽으면서 뭐지? 번역이 이게 맞나? 싶어서 일본 아마존에 해당 도서 미리보기를 보니 맞습니다. 번역이 맞고 저자가 설명을 너무 쓸모없는 것만 합니다.
미술을 하시던 분 또는 데셍을 하시던 분들에겐 맞을지 모르겠는데 전혀 그런거 없는 초보자 분들이나 비숙련자 입장에선 너무 막연하고 사진을 보고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만 하는 설명만 있어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 입문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다 못해 완성된 그림 이전의 기본적인 형태,덩어리,프레임이라도 좀 보여주었으면 좋았을텐데 초반의 개, 고양이 이후로는 잘 다루지 않습니다. 그나마 해부학 골격은 그럭저럭 담고 있습니다. 수록된 동물들의 골격을 전부 다루지는 않지만 그거라도 있는게 어디인가 싶네요.
설명을 못 한다 라고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저런 쓸모없는 설명 밖에 없다? 라는 것도 있습니다만, 정작 중요한 설명들이 어디엔 있고 어디엔 없는 식으로 중구난방입니다. 이것도 예를 들자면 68페이지에서 늑대 얼굴은 오각형으로 잡는다 처럼 기본적인 형태를 잡을때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설명은 어떤 동물에겐 있고 어떤 동물들에겐 없어서 일관성이 없습니다. 83페이지 물소에서 얼굴폭은 1, 뿔은 중심으로부터 1.5로 잡으면 그리기 쉽다 같은 설명을...
다른 동물들에게도 해 줘야 하는거 아니냐고요.
없어! 그런 설명들을 안 해요. 아예 안 하면 아 그냥 신경 안 쓰시는구나 하겠는데 어떤건 있고 어떤건 없고 하니, 보는 입장에선 되게 신경 거슬립니다. 정작 집중하고 내용을 읽어봐야 대다수는 "달라붙어 장난치는 모습이 귀엽다" 처럼 쓰잘데기 없는 내용들 뿐이구요. 대체 왜 본인의 감상을 적냐구요. 그리는 방법을 적어야지!
그나마 이 책의 20~30%의 가능성을 남겨 둔 이유는 채색 파트는 설명을 신경써서 하기 때문입니다.
책이 너무 숙련자 기준으로 쓰여 있습니다. 저자가 프로이긴 하지만 교육자로서는 경험이 없는 느낌이 강한게 못 하는 사람, 처음 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습니다. 아니면 미술쪽에서는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전혀 신경 안 쓰는 것일수도 있구요. 중고등 미술에서도 관찰을 하고 표현을 하라는 이야기는 듣지만 정작 비율이며 구도며 다 개판나는 사람 입장에선 그저 막막하기만 할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저자 역시 책 내용의 설명이 단순히 감상 수준에 그치는 것도 미술쪽에서 말하는 관찰을 하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감상=관찰의 결과이기에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초보자 입장에선 당연하다고 느끼지도 않으며 막막함을 해소시켜주지 못 합니다. 관찰을 해도 정작 그려 놓으면 귀가 딴데 가 있고 입이 틀어져 있고 눈은 어딜 보는지 모르겠으며 눈코입이 몰려 있거나 퍼져 있거나 팔다리가 이게 맞나? 싶은 경험을 가지신 분이라면
차라리 태블릿pc같은 거에 드로잉 소프트웨어 켜서 동물 그림 올려 놓고 따라 그리는게 더 낫지요.
하다 못해 이 책에 삽입된 동물 삽화가 따라 그리기 쉬운 구도거나, 동물의 근육,골격,프레임,형태를 이해하기 쉬운 예시였다면, 혹은 e북으로 나와서 그 위에 따라 그리는게 되는 형식이었다면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은 이 상태로는 전혀 추천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동물 그리기로 책을 찾아 나온 것 중 수인 그리기의 출판사의 책이라 일본쪽 책의 선구안을 믿고 골랐던 건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반대로 수인 그리기는 따로 리뷰를 올리긴 하겠지만 이 책보다는 몇배는 더 낫습니다. 아니 열 몇배 아무튼 그 이상으로 높게 쳐 주고 싶어요. 차라리 김충원 선생님의 동물 그리기를 살 걸 그랬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