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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세트] 카페알파 (총10권/완결)
아시나노 히토시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4월
평점 :
판매중지
치유계 일상물 만화로 카페를 떠난 오너를 기다리며 카페를 관리하는 로봇 알파의 이야기입니다.
세계관은 치유,일상물이면서도 동시에 세계가 망해가는 아포칼립스물 요소도 있습니다. 드문드문 세계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런 내용을 암시하는데, 신경쓰지 않는다면 이게 망해가는 세계인가 싶을 정도로 등장인물들 상당수가 느긋합니다.
만화의 이야기는 솔직히 말해 별점 1개에서 1개 반 정도입니다. 스토리라고 할 것이 거의 없어서, 1권을 보고 나서 그 다음 권은 뭘 고르든 이해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이야기에 변화도 없으며 어떤 화는 아예 잡담 수준입니다. 다른 만화들이 소설이나 연극 대본 같은 느낌이라면 이 만화는 에세이나 시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딱히 내용이라고 할게 없습니다.
혹 그런 말이 있습니다. 카페를 이용하는 곳은 공간과 시간과 분위기를 즐긴다는 이야기가요. 그런 테마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카페 알파는 매우 높은 수준의 카페를 느끼는 만화를 잘 해내고 있습니다. 한적한 마을에서, 쇠락하는 세계를 바라보며, 커피를 대접하는 로봇 아가씨가 마주 앉아 말동무를 해 주는 그런 독특한 세계의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특히 느긋하고 유유자적한 분위기를 즐기는데 있어 비 내리는 날씨는 금상첨화인것 처럼 만화에서도 비가 내리는 표현을 자주 쓰며 분위기를 깊이 있게 연출합니다.
다만 만화는 호불호가 갈리는 만화입니다. 이야기를 중시하고 뭔가를 탐구하는 성격이라면 마음에 안 들 정도로 밝혀지는 정보가 없습니다. 세계가 망하는 이유, 각지에 존재하는 이상한 요소들, 알파가 기다리는 오너의 정체, 앞으로 닥칠 인간의 미래, 하늘을 나는 비행선의 정체, 로봇의 기원과 정체 등 제대로 밝혀지는게 없이 그저 등장인물들이 나이를 먹어가며 나이를 먹지 않는 로봇인 알파와 함께 그 시간을 바라보는게 전부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세계관을 다 설명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 이유는 납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 한 점은 불만입니다.
특히 주인공인 알파를 포함한 로봇들은 나이를 먹지 않는 것을 제외하면 로봇일 이유가 거의 없이 인간과 차이점이 없으며 로봇끼리 혀를 통해 데이터를 교환하는 것 외에는 특징조차 없습니다. 10권까지 보면서 계속 이 캐릭터가 로봇일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로봇이 아니었다면 좀 더 강하게 이입했을 느낌이 로봇이라는 이유로 조금 애매하게 다가옵니다.
스토리를 중시하시는 분이라면 잘 쳐줘도 2점이지만 분위기를 중시하시는 분이라면 5점 만점도 나올 그런 만화입니다. 저도 스토리 중시파라 스토리가 너무 없다시피 한 흐름이 많이 불만이긴 한데 알파라는 캐릭터에게 빠지고 나니 알파의 다양한 모습을 즐기면서 어느 정도 풀어지게 되곤 합니다.
재미없는 만화는 아무리 느긋한 일상물이라도 7권을 넘기기도 힘들고 빠르면 2~3권에서 강판되는 것을 생각하면 10권이나 나온 카페 알파는 독특한 세계관과 시간대를 공유하는 매니아를 사로 잡는 매력이 있는 만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