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고화질세트] 도라에몽 개정 완전판 (총45권/완결)
후지코 F. 후지오 / 대원씨아이/DCW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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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부터 96년까지 연재된 도라에몽의 개정 완전판입니다. 지금이 2024년이니 연재 종료 이후 28년이나 지난 셈이네요. 연재 시작 시점을 기준으로는 50년이 넘은 작품입니다.

만화가 10년만 지나도 세월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 하거나 요즘과 안 어울린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50년이나 지난 이 만화는 세월의 흐름을 무색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만 요즘 시대와 괴리가 있는 부분은 세상이 이만큼 변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네요. 럭키 스케베도 용인이 힘든 시대에 대놓고 목욕하는걸 훔쳐보는건 이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도라에몽의 옴니버스식 구조적 재미는 잘 짜여져 있어서 45권을 쭉 읽어도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작가의 한계가 명확해서 다양한 소재나 이야기는 보여주지 못 합니다. 매번 반복되는 패턴은 비실이의 자랑을 부러워하는 것, 퉁퉁이가 심술을 부리거나 노래를 하는 일, 진구의 게으름이나 방어기제로 미루어진 일들이 대부분이고 간혹 드물에 주변의 곤란한 상황을 돕는 정도가 있습니다. 초반에는 진구가 퉁퉁이,비실이에게 당하고 부러워하고 사고를 치는 이야기가 연민이 간다면, 30권쯤 온 시점에서는 다르게 보입니다. 도라에몽은 진구의 성향을 학습해서 도구를 빌려주지 않으려 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달성하길 바라고 비실이와 퉁퉁이도 진구가 도라에몽의 도구를 쓰고 있다고 유추를 합니다. 이슬이도 진구를 따돌리는 비실이와 퉁퉁이 그룹에서 빠져나와 진구 편을 들어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유일하게 진구만큼은 발전이 없습니다. 그나마 40권쯤 가면 가뭄에 콩나듯 깨닫고 자기 힘으로 하려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대부분은 도구의 힘만 믿고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게으름을 피울 뿐 진구가 발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도라에몽을 읽으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면 노진구가 그리 긍정적인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노진구는 항상 도구를 악용하는데 그야 그래야지 이야기가 꼬이고 흥미진진해지긴 하지만 이를 통해 보여지는 노진구의 모습은 주인공보다는 악역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매번 악의 과학자가 만든 발명품을 이용해 나쁜 짓을 저지르는 악당에 가까운 모습이죠. 악역이 실패를 반복해야 선역이 승리하는 상황 마냥 노진구는 항상 실패를 거듭하며 노진구가 괴롭히던 대상으로부터 혼쭐이 납니다. 진구 아니면 퉁퉁이나 비실이가 자업자득으로 혼이 납니다. 단순히 자기 꾀에 자기가 빠지는 것이라면 그냥 안쓰러운 정도지만 노진구는 여기에 추가하여 게으르고 포기가 빠르고 책임전가가 심합니다. 매번 울궈먹는 소재가 수영과 스키인데 단순히 못 하는게 아니라 도라에몽이 판을 깔고 도와줘도 조금이라도 자기가 원하는대로 안 되면 곧 포기하고 단념해 버립니다. 그런 주제에 질투심은 끝이 없고 쉽게 성공하고 싶어하죠.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는 반면교사로 삼기에는 진구의 수준이 너무 낮고 스스로 노력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본보기도 되지 않습니다. 부정적인 모습에서의 실패와 긍정적인 모습에서의 성취가 대비되어야 전달될 것인데 부정적인 모습에서의 실패만 반복하니 45권에 도달 할 때쯤이면 도라에몽에서 가장 꼴보기 싫은 캐릭터가 되고 맙니다. 이런 내용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게 좋은가? 라는 의문마저 듭니다. 아이들보다는 오히려 70~90년대를 살아온 그 시절의 공감대를 가진 대상층에게 더 어울리는 만화가 아닌가 싶네요.

그 시절의 경험을 공유하는 입장에선 확실히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노진구가 도라에몽의 도구로 공간을 만들어 한달에 월세 100원만 내라는 부분에서는 아 그래 그때는 100원만 있어도 좋았지 지금은 월세가 100원이면 완전 천국이네 싶고, 넓은 공터와 수많은 단독 주택들은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고 지금은 벌집같은 다세대주택으로 서로 모여 살지만 그때보다 더 멀어진 관계를 생각하면 씁쓸하기도 합니다.

도라에몽의 도구들도 그 당시에는 매우 기발한 도구였지만 지금은 그리 신기하지 않은 경우들도 나타납니다. 대표적으로 나만의 방송을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 그런 예인데 지금은 동영상 포털응 통해 자신만의 컨텐츠를 올리는 경우가 넘쳐나고, ai와 그래픽 기술의 발전으로 등장인물과 합성한 영상이나 음성변조나 증강현실,가상현실 컨텐츠가 가까운 시대가 되었고, 인터넷의 발전으로 그 시절 오래 걸리던 일들을 빠르게 처리하는 도라에몽의 도구들은 지금은 거의 다 커버가 되곤 합니다. 만화에선 비실이가 48인치 tv를 자랑하지만 지금은 구하기 어렵거나 부러운 사이즈는 아니죠. 거의 30년이 지났으니까요. 반대로 향후 30년 안에는 어떤 것이 가능해질지도 궁금합니다. 현재 도라에몽의 도구를 따라잡지 못 하는것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도구들 정도인데 도라에몽의 22세기까지는 76년, 세상의 특이점을 뛰어넘는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는 일이죠. 도라에몽이 끝나던 96년에도 여전히 전화는 전화선으로 연결되어 있고 만화는 책으로 보고 있었으니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볼거라곤 상상도 못 했었죠. 그런 차이를 생각하며 즐기는 재미도 있습니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소재의 빈곤함은 많이 아쉽습니다. 애니메이션이나 극장판 도라에몽에서 쓰이는 도구와는 달리 만화판에서의 도구는 대부분 시간을 조작하거나 물건을 복제하거나 만들거나 할일을 대신하게 하거나 하는게 대부분입니다. 반면에 재미있고 기발한 에피소드들은 주로 저 케이스에서 벗어난 소재들이 많죠. 요즘 만화들은 일상물이든 옴니버스든 다양한 소재들을 사용하는데 옛날 만화라고는 하지만 아쉬운 마음은 어쩔수가 없네요.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물건들이나 흔한 요소들을 살린 케이스가 적은것도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이 만화가 좁은 틀 안에 갇혀 있는 느낌도 듭니다.

그래도 도라에몽은 볼만한 만화이고 요즘 나오는 어지간한 만화들과 붙어도 지지 않을 이야기의 힘이 있는 만화입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라면 이게 개정 완전판이라는건데도 오탈자가 너무 심합니다. 주로 30권 이전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30권 이후로도 간간히 보여지는터라 검수 퀄리티에 불만을 가지지 않을수가 없어서 1점 깎습니다. 그리고 양면 보기로 읽을 때 전장 페이지의 좌우가 바뀐 경우가 있는 것도 아쉽구요. 읽는 방식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은데 개정 완전판라는 네이밍을 붙이기에는 여러모로 완전하지 않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린이보다는 그 시절을 살던 어른이들에게 추천하는 만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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