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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세트] 약사의 혼잣말 (코믹) (총11권/미완결)
네코쿠라게 / 학산문화사 / 2023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소설 약사의 혼잣말의 코미컬라이즈 작품인 약사의 혼잣말(코믹)입니다.
이 소설의 코미컬라이즈 작품은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이 작품인 네코쿠라게가 그린 것과 쿠라타 미노지가 그린 다른 것이 있습니다. 두 작품은 원작을 따라가긴 하나 약간의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일단 이 네코쿠라게가 그린 작품은 원작소설의 에피소드 중 가볍거나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을 쳐냈음에도 호흡이 긴 편입니다. 이 11권 세트가 원작의 3권 후반부까지 다루고 있고 아마 12권에서 마저 3권의 이야기를 다룰 것을 생각하면 페이스 배분은 원작의 1권=코믹스의 4권이고 원작이 14권까지 나왔고 더 나올 것이니 이 구성대로면 56권 이상으로 나올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그럼 너무 길것 같기도 한데 아직 11권까지 밖에 나오지 않아 모를 일이네요. 반면 쿠라타 미노지가 그린 것은 원작 소설의 에피소드를 네코쿠라게 버전보다는 세세하게 다루는데 현 16권이 4권쯤 내용이니 페이스 배분은 서로 비슷한듯 하면서도 조금 종잡기가 애매합니다. 네코쿠라게는 에피소드의 호흡이 긴 반면 쿠라타는 너무 담백하고 짧게 다루기도 해서 심하게 설명식이 아닌가 싶을 정도며 만화적 표현인 컷,구도 등 보다는 주로 텍스트에 의존하는 편입니다. 네코쿠라게 버전은 코믹스에 가깝고 쿠라타 버전은 텍스트에 가깝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의 밀도를 높이는 걸 좋아해서 꾹꾹 눌러 담은 쿠라타 버전이 더 땡기기는 하나... 쿠라타버전은 코믹스로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꼭 소설 원작이 아니어도 그리고 코미컬라이즈가 아니더라도 중요한건 해당 매체에서 최대한의 퀄리티를 어떻게 뽑아내느냐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 코미컬라이즈라면 코믹스에 어울리는 형태여야 한다고 보는 쪽입니다. 그런 점에서 네코쿠라게 버전은 코믹스로서 컷 배분, 구도, 인물의 표정,데포르메,캐릭터 성격과 개성의 표현, 톤의 사용,그림체 등 여러 면에서 매우 코믹스다운 작품이고 그에 비해 쿠라타 버전은 주로 텍스트에 의존하고 코믹스로서의 퀄리티는 부족한 편입니다. 그리고 쿠라타 버전이 세세하게 다루기는 하나 네코쿠라게 버전엔 있고 쿠라타 버전에선 빠진 내용이 있다보니 둘 다 완전하다고는 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소설 원작을 먼저 접하고 보는 측이라면 쿠라타 버전이 소설 느낌에 더 가깝기에 친숙하고 편하게 느껴질수도 있을듯 합니다. 원작처럼 담백하게 사실전달 위주이기도 하구요. 반대로 코믹스로서 네코쿠라게 버전을 먼저 접하고 그 다음 소설, 그 다음 쿠라타 버전을 보는 입장인 저로서는 쿠라타 버전을 볼 이유가 없습니다. 그야 코믹스로서는 네코쿠라게가 더 낫고, 원작의 내용 재현도를 따진다면 코미컬라이즈보다 그냥 원작을 보면 그만이니 둘 중 어느것도 더 나은 점이 없는 쿠라타 버전은 필요가 없으니까요. 반면에 원작 소설을 전혀 안 볼거라면 그 점에선 쿠라타 버전이 나을것 같기도 합니다. 코믹스로는 좀 부족하지만 원작을 따라가는 부분은 충실하니 이야기만 따라가는 점에선 책 나오는 속도도 빠르니 괜찮거든요.
하지만 저는 코믹스가 코믹스답지 않은 작품은 좀 아닌지라 네코쿠라게 버전을 더 추천하는 편입니다.
라노벨 원작 코미컬라이즈 작품들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실상 만화로서 재미를 갖춘 경우가 드물다 보니 어지간해선 거들떠도 안 보는게 지갑 건강, 정신 건강에 좋은 경우가 더 많은 편입니다. 특히나 무슨 생각인지 권 마지막 부분에 소설 페이지를 넣어놓는 경우는 더더욱 코믹스를 우습게 보나? 하는 생각 밖에 들지 않구요. 코믹스를 보는 입장에선 코믹스로서 완성도가 중요하지 원작의 짜투리 소설 넣어주는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소설을 넣느라 페이지 낭비하는게 더 속쓰릴 뿐입니다. 소설 내용이 중요하면 원작을 보면 그만인거지 굳이 진도도 느린 코믹스를 볼 이유도 없구요. 특히나 원작의 코미컬라이즈의 의미는 원작에 관심을 갖게 하는데 있는데 소설 페이지를 할당한다고 해서 없던 관심이 생길 일도 없고 코믹스 퀄리티를 신경 쓰지 않으면 원작도 마찬가지겠지 하고 관심이 끊기기 마련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 약사의 혼잣말 코미컬라이즈 작품은 여러모로 훌륭합니다. 코믹스로서의 완성도도 높고 어설프게 소설 페이지를 집어넣지도 않으면서 자연스레 원작에도 관심이 가게 만드니까요.
특히 이야기의 주인공인 마오마오가 독자에게 쉽고 친근하게 받아들여질수 있게 적당히 데포르메도 섞고 캐릭터적인 성격도 강조하는 점도 매우 좋습니다. 작화도 뛰어나고 주인공 외의 캐릭터에도 개성과 특징이 잘 드러나게 그립니다.
그러나 에피소드나 설명이 생략된 부분들이 있어 깔끔하지 못 한 부분들이 종종 보이기도 합니다. 후에 원작을 볼거라면 알게 되긴 하겠지만 원작을 안 본다면 모르고 애매하게 이해한 상황에서 넘어갈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코믹스적인 부분과는 별개로 주인공이 호기심은 많지만 추리를 공개하는 것을 꺼리기에 그것을 끌어내는 주변인물들이 필요한데 이런 경향이 이어지다보니 좀 주인공 원툴의 띄워주기 양판소와 흡사한 느낌도 받습니다. 수동적인 주인공이 답을 말해줘야 해결이 되고 주인공이 똑똑하기 보다 주변인물들의 지능이 못 따라 오는 느낌도 받습니다. 돌팔이 의관도 의관으로 일하는 후궁을 기준으로는 그럴수도 있겠지 싶지만 후궁을 벗어난 곳에서의 일이나 약사로서의 지식이 필요없는 파트에서는 주인공이 아니면 정말 답이 없나? 하는 그런 느낌을 받곤 합니다. 이게 김전일이나 코난같은 추리물이면 어디 외딴 곳에 집어넣고 범인을 찾아낼때까지 살육쇼가 이어지고 주인공의 의존도가 높아지겠지만 그런게 아니다 보니 충분히 외부의 도움을 받을수 있는 구조에도 그러지 않으며 마오마오에게 답을 구하러 오고, 마오마오의 경쟁구도를 지우고 편하게 활동하기 위해 의관이 돌팔이로 설정된 점도 작가 편의적인 설정이란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마오마오에 버금가는 인물로는 라칸이나 뤄먼 등이 있기도 하지만 이야기내 영향력이 강한건 아니어서 다시금 김전일의 아케치나 타카토 요이치 같은 인물이 얼마나 감초같은지, 코난의 검은 조직이 중2병 설정 같긴 해도 정작 없으면 이렇게 주인공 혼자 노는 모습이 되는구나를 깨닫게 됩니다. 빙과의 오레키도 그다지 적극적이진 않지만 나름대로 이야기를 이끌땐 주도적인지라 좀 더 주인공이 주도적으로 나오고 주변에서 띄워주는거는 자제했으면 싶지만 계급상 힘들일이긴 하겠죠. 그리고 종종 서방을 운운하며 편의적으로 끌고 오는 요소들이 일관된 분위기를 저해하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코믹스로서의 퀄리티는 큰 불만은 없지만 미스터리물로서 매력은 좀 부족해서 4점으로 책정하게 되었습니다. 여성 주인공, 약사, 중세 중국, 후궁 내 정치싸움 등 매력적인 설정들이 모여 있긴 하지만 그것들이 미스터리물로서의 매력을 높여주지는 않아 조금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