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인간 - 오야부 하루히코 문학상 수상작
츠지도 유메 지음, 장하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호적 : 국가가 국민의 신분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호주를 기준으로, 한 가에 속하는 사람의 신분에 관한 사항을 기록한 공문서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우리나라의 경우 기록상 한사군 때부터 호적제가 등장, 신라시대부터 본격적으로 사회적 신분을 확인하는 기능을 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본적으로 호적은 그 사회에 속한 사람을 확인하는데 첫 번째 목적이 있고, 이어 호적을 등재한 사람들에게 의무를 부과하는데 그 두 번째 목적이 있다. 이렇듯 호적의 목적을 생각해보면, 평범하게 소속되어 있는 일상을 포기한 무호적자들의 유토피아를 그리고 있는 그림자 인간이 전하는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다.

재택근무 중인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어린 딸을 키우면서도 가마타 경찰서 강력계 형사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워킹맘 리호코. 무탈하게 지나기를 기원하며 당직을 서던 어느 날, 이별을 고하는 남자친구를 칼로 찌른 여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게 된다. 살인미수 사건이지만 현행범으로 체포한데다가 순순히 범행을 자백한 사건으로 비교적 쉽게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리호코의 예상과 달리, 순순히 범죄를 인정하던 하나는 자백을 번복하는 것도 부족해 자신이 이름도, 주민번호도 없는 무호적자라는 사실을 고백한다. 한없이 약해 보이기만하는 하나에게 연민을 느끼지만 살인미수 사건의 진범이라는 확신범이 있음에도 무호적자라는 이유만으로 하나를 풀어주고, 사건 해결을 위해 하나의 뒤를 쫓던 리호코는 '유토피아'라 불리는 그들만의 공동체를 마주한다.

"더구나 이번 사건에서 느낀 무력감은 단연 최고다. 범인이냐, 아니냐 이전에 그녀의 신상조차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명도, 출생지도, 생일도, 정확한 나이도, 정말 무호적자인지도 미궁인 채 수사는 끝나간다. 그녀는 누구일까? 성이 없어서 정식 표기조차 할 수 없는 이름의 '하나'. 만약 그녀가 정말 아무런 연고도 없는 무호적자에 다양한 사회 제도를 피해 살아왔다면 하루라도 빨리 구청에서 호적을 취득해 지금부터라도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p.47)

하나를 비롯한 15명의 무호적자들이 그림자처럼 살고 있는 유토피아를 조사하던 리호코는 하나와 그녀의 오빠 료가 오래전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던 '새장 사건'의 남매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품게 된다. 친모의 방임과 학대로 비정상적으로 양육되던 남매가 극적으로 구조되지만, 그들은 얼마지않아 또다시 유괴되고 새장 사건은 이십 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다.

유토피아에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리호코가 경찰이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새장 사건의 피해자 남매가 하나와 그녀의 오빠 료를 닮아있다. 궁금증을 견디지 못한 리호코는 새장 사건의 담당자 하야마를 만나고, 오래전 미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기 위한 공조수사를 시작하는데,,, 반전과 함께 감춰두었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들은 무슨 이유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유토피아를 꿈꾸며 그들만의 세계에 머무르려고 하는 것일까,,, 그림자로 사는 삶에 익숙해진 무호적자들의 일상과 그들에 대한 연민으로 그들을 돕기 위한 작은 움직임들이 이어진다. 덕분에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뒤표지의 소개 글처럼 휴먼 드라마에 가까운 글이 완성된다.

무호적자들을 다루고 있지만 무호적자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집중한 글이라는 생각이든다. 이 글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것처럼,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들만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세상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는 유토피아를 꿈꿀 수 있는 세상을 바라본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그림자인간 #오야부하루히코문학상_수상작 #츠지도유메 #리드리드출판 #범죄소설 #일본소설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무호적자 #유토피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