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들의 도시
김주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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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도서 #밤새들의도시 #김주혜 #김보람_옮김#다산북스


발레 슬리퍼를 신자 발에 생생함과 기민함이 돌아오며 바닥과 연결되고, 무릎뼈가 들리며, 골반이 열린다. 어깻죽지가 편편히 펴지고 당겨져 내려가며 목은 길고 곧게 선다. 엄청난 안도감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촛불이 어느 바람 한 줄기에 확 커졌다가 다시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나도 순간 나란 존재를 다시 알아본다.p.42


2년 전 사고를 당해 은퇴를 선언한 세계적인 발레리나 나탈리아 레오노바(나타샤)가 자신이 추락했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과거, 현재, 미래가 객차처럼 순서대로 흐르지 않고 서로서로 반투명하게 겹쳐져 있다. 몇 년전의 일은 어제처럼 생생하게 가깝게 느껴지고, 내일은 몇 년 뒤처럼 아득히 멀게 느껴진다.p.19

어릴 적 처음 발레를 했던 순간, 높이 날아올라 점프하던 순간의 자유로움을 느꼈던 그 가슴 벅차오르는 기억, 함께 발레를 했던 니나, 소피아 그리고 세료자와의 기억은 위의 문장들처럼 겹쳐진 기억들로 나탈리는 어떤 기억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툭툭 튀어나오는 이야기들로 나타샤의 현재와 과거를 따라가 본다. 현재 그녀는 사고의 후유증으로 약 없이 잠이 들 수 없고 잠이 들면 악몽에 시달린다.


잠이 들고 나면 검은 새들이 나타나 나를 에워싸고, 그들의 깃털이 내 눈, 목, 등에 부대끼며 내 숨통을 조인다. 이른 봄, 굳은 땅을 뚫고 나오는 크로커스처럼 깃털이 내 살갗에서 터져 나온다. 내 팔은 날개가 되고, 내 입술은 딱딱하게 굳어서 부리가 된다. 날아보려고 애쓰던 나는 결국 영겁하게 느껴지는 시간 동안 검은 깃털을 흩뿌리고 소용돌이를 그리며 하염없이 추락한다. p.120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되기까지 그녀의 여정은 앞만 보고 달리는 기차와 같았다. 홀로 남겨지지 않으려 먼저 떠나는 방법으로 인간관계를 이어가면서 성공만 바라보고 자신을 모두 갈아 넣어 발레를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그것이 자신을 소모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그러던 중 찾아온 사랑, 사샤와 파리에서 화려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고 그녀는 또다시 혼자임을 느끼게 된다. 러시아에서 파리로 이어진 그녀의 발레 인생은 계속 무대 위에서 펼쳐지고 그녀는 거침없이 앞으로만 나아간다.


엄마와의 소원한 관계, 누구인지도 몰랐던 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되고, 사랑했던 사샤의 배신, 삶과 예술의 모호한 경계, 극단 내의 정치적 관계에 더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또한 예술계에 영향을 미쳤다. 나타샤는 발레리나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예술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그 안에서 날아오르는 자유를 통해 그녀는 예술로서 승화 되는 반면 무대 뒤에 모습에서는 허망함을 느끼는 한 인간이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 예술인으로서의 삶에서 자신이 이룬 것을 관조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에 책장을 넘겼다. 겹쳐진 듯 흐릿한 그녀의 삶에서 함께 답답함을 느낀 건 어쩌면 내 모습이 비쳐서 일 것이다. 삶과 예술을 떼어낼 수 없었던 그녀처럼 나 역시, 그리고 우리 모두 삶과 떼어낼 수 없는 다양한 것들을 함께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으니까.


다시 돌아온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지젤>을 맡은 그녀는 과연 성공적으로 재기할 수 있을까? 한 여자의 삶을 따라가면서 같이 웃고, 절망하고, 가슴 설레고, 답답해하며 소설을 읽었다. 발레는 잘 모르지만 발레를 향한 나타샤의 열정에 어느새 취해 사샤를 욕하고 드미트리를 미워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혼자서는 살아갈 없을 깨닫게 해주는 친구 다정한 니나와 스베타 이모에게도 애정이 느껴진다.


“오늘은 점프할 수 있을까?” 라며 불안해하며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 나타샤에게 다정한 위로를 보낼테다.그리고 치열한 삶을 살아낸 그녀를 떠올리며 <지젤>을 검색해서 들어본다. 그리고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행운의 메시지를 보낸다.


토이,토이,토이!


우리는 서로 손을 꽉 잡고, 씩 웃는다. 이 모든 것 때문에. 삶의 모든 아름다움과 비극은 ‘어떻게 될 수 있었는지’와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의 간극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내가 꼭 말하고 싶은 건, 그 간극이 대부분 아름답다는 사실이다. p.500


아무리 위대한 예술 작품이라도 끝이 있는 법이다. 사실, 위대하려면 반드시 끝나야 한다. 그러나 삶에는 결코 끝이 없다. 한 가닥의 실이 매듭지어지고 다른 가닥이 끊기더라도, 영원히 흐르는 음악에 맞춰 계속 엮이며, 오로지 무한대의 높이에서만 그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p.519


*출판사에서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ekida_library

@dasanbooks


#톨스토이문학상 #야스나야폴라냐상 #책 #영미문학 #책추천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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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젓한 사람들 - 다정함을 넘어 책임지는 존재로
김지수 지음 / 양양하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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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의젓한사람들 #김지수 #양양하다


‘의젓하다’는 고통과 시간, 인내와 책임이 인과관계의 실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의미의 출발점은 ‘타인에게 의젓한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다. 의젓함이 지닌 아름답고 깊은 층위는 지금 당장 부조리해 보이는 고통의 시간보다 더 멀리 있는 순리의 시간을 상상하는 능력에서 시작한다. pp.11~12


책은 내게 저자의 시선 따라가기다.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의 시선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느껴지기 때문이다. 인터뷰이를 만나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서 책 안에 또 다른 사람책으로 나는 걸어 들어갔다.


<의젓한 사람들>에는 의젓한 마음에 7명, 의젓한 인생에 7명의 인터뷰이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을 인터뷰하는 저자의 시선에서 오히려 ‘의젓함’이 느껴진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소유보다 향유에 가치를 두는 삶, 김기석 선생의 한번이라도 ‘타자에게 의젓한 존재’가 되어보라는 문장은 깊은 울림을 준다. 지금 선택하고 걸어가는 길이 어떤 방향을 향하는지 되돌아 보게 한다.


여전히 자신의 부족함이 ‘뽀록’날까봐 두렵다고 하는 배우 박정민도 인상적이었다. 나이를 불문하고 의젓함은 존재함을 깨닫는다.


친구가 있으면 성공이나 실패도 즐길 수 있다는 플뢰르 펠르랭의 말도 요즘 절실히 깨닫는 부분이다. 곁을 함께 나누는 이들이 있다는 것에 든든한 위로를 느끼는 지금이라서 더 그랬을까.


오늘 상을 받아도 내일 또 머리를 움켜쥐고 책상에 앉아서 작곡을 하는 진은숙은 그게 삶이라 말한다. 곡을 쓰는 것은 사랑보다는 그냥 헌신의 마음이라고. 후세에 남을 오페라를 쓰는 마음에 헌신이라는 말은 꼭 들어맞는다.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의 러셀 로버츠는 오랜 시간 경제학자로 있으면서 ‘완벽한 결정’은 없고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을 뿐임을 말하며 인생을 그럭저럭 괜찮은 여행이라고 표현한다. 그런 순간들에 우리가 가져야 할 ‘뛰어듦’에 대한 말은 또 나를 설레게 한다.


그만 두기 코칭의 애니 듀크는 ‘제때 제대로’ 그만 두기를 말하는데 그 스킬로 큇(QUIT)를 소개한다. 어떤 일을 멈추는 것으로, 동시에 그만두는 데서 그치지 않고 경로를 바꾸는 걸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만 두는 것도 옳은 선택이라는 강력한 학습 효과가 필요하다고. 포기도 용기라는 말이 섬광처럼 떠오른다! 누군가의 큇을 응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결심이 선다. 우선 나부터!


이렇게 의젓하게 자신을 삶으로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들은 차갑게 식어가는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실천적 방면으로서의 7명의 이야기는 행동에 대한 용기를 주는 문장들이 많았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살아온 삶이 내 삶에 작은 파동을 일으킨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가 아닌 직접 자신의 삶의 자취로 말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의젓함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어른이라는 말이 가진 참 뜻에 부합하는 이가 되고 싶게 하는 책 <의젓한 사람들>이다.


-책 속 질문들을 보면서 그 질문들에 대답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책이 말하는 의젓함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으로 추천하고 싶다. 내가 인터뷰이가 된다면 하는 상상만으로도 이미 변화되는 기분이 느껴지니까.


-작가님이 김기석 선생과의 인터뷰 후에 돌아오는 길에 ‘의젓한 사람’의 키워드가 떠올랐음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일까 싶었다. 의젓한 이를 더 만나고 더 알리는 과정을 사명으로 가진 어떤 의젓함 같은.


@hyejin_bookangel #헤세드의서재 의 서평단으로 

@yyhdbooks 양양하다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인터뷰집 #닮고싶은 #의젓하게 #6월신간 #책 #책추천 #hongeunkyeong

#다정함을넘어책임지는존재로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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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의 끝
정해연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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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매듭의끝 #정해연 #현대문학


“극한까지 처절한 모성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두 번 다시 이런 소설을 쓸 자신이 없습니다.”-정해연


인우는 부모님과 함께 떠난 캠핑에서 밤에 부모님 몰래 다슬기를 잡으려다가 물에 빠지고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 보니 아빠가 나무에 줄을 매달고 목을 매달았다고 한다. 형사된 인우는 아빠의 사건을 파헤쳐보는데 정황 뿐 증거는 없고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아빠는 누가 죽였어?”


코스메틱 브랜드로 성공을 눈앞에 둔 희숙은 못 미더운 아들이 하나 있다. 그러나 기업을 물려줄 생각에 지방에 영업소에 보내서 정신 차리기를 바랬는데 어느 날 아들 진하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통.

“엄마, 큰일 났어.”

“사고를 쳤어.”

“사람을 죽였어.”


진하의 아파트에서 죽은 시신으로 발견된 회사 경리직원 현재경. 진하는 사망 추정 시각에 집에 없었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졌다. 현재경은 그 시간에 왜 그곳에 있었으며 누가 그녀를 죽였는가.


그러던 중 또 하나의 시신이 발견되고 범인은 같은 방법으로 시체를 처리했다.


지방의 도시에서 일어난 시신 방화사건을 맡은 인우는 냉정하고 침착한 수사로 용의자를 지목해 수사망을 좁혀간다. 한 도시에서 벌어진 두 건의 시신 방화 사건은 너무나 닮았고 그 끝은 누구를 향하고 있을까.


사건 현장에서 수사하는 인우와 범죄를 감추려는 이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흥미로움을 더해 역시 손에서 놓을 수 없는 페이지 터너의 귀환이다. 이번에는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 수 없는 어머니와 어머니를 살인자로 의심하는 아들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모성의 극과 극을 보여준다.


“지금까지처럼 가만히 있어. 갑자기 어른이라도 된 것처럼 나대지 마. 내 뒤에 어린애처럼 숨어 있어. 넌 그러면 된거야.”

“엄마라면 그럴 수 없다. 자식을 살인자의 아들로 만들 수는 없어. 그런데도 자기가 죽였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하나뿐이야.”

“자식을 지켜야 할 때. 자식이 살인자일 때.”


자식을 범죄자로 만들 것인가, 평생 의심 받는 부모로 살 것인가. 무엇 하나 선택하기 어려운 질문이고 정해연은 이런 질문으로 과연 ‘모성’이란 무엇이냐고 묻는 것 같다. 책속의 모성은 삐둘어지고, 어쩌면 너무나 희생적이기도 한데 나에게 선택의 순간이 닥친다면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될 터이다. 그렇다. 자식이라는 존재는. 모성에 대해 진지한 질문이 남는 <매듭의 끝>이다. 매듭은 빨리 풀자,제발…


@hdmhbook 현대문학출판사의 서평단으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홍학의자리 #장편소설 #장르소설 #추리소설 #스릴러소설 #반전 #책 #책추천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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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뚫는 기후의 역사 - 1만 1700년 기후 변화의 방대한 역사를 단숨에 꿰뚫다
프란츠 마울스하겐 지음, 김태수 옮김 / 빅퀘스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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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꿰뚫는기후의역사 #프란츠마울스하겐 #김태수_옮김 #빅퀘스천


바야흐로 끝이 시작되었다

춤추고 노래하자 안팎의 새것을 마중하자

이번이 마지막 끝일지도 모른다

이 시작이 처음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첫 시작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이문재(<끝이 시작되었다>,<혼자의 넓이> 중에서)


기후 위기를 직접적으로 느껴 본 적이 있을까? 매년 발표되는 우리나라의 기상 관측은 해를 거듭할수록 전년에 비해 더 무덥고 매우 추운 겨울이 될 거고 예측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찜통 더위가 예상되는데 그것이 기후 변화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막연하게 온실가스와 탄소 배출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아마존의 열대 밀림이 개발로 사라져서 지구가 숨을 쉴 수 없다고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왜 그렇게 된 거지? 그 시작은 어디인가?에 질문이 남는다. 이 책은 인간과 기후의 관계의 시작부터 그것이 어떻게 인간 사회에 영향을 미쳤는지 역사적 관점으로 바라본다. 지금까지 만난 책들은 현재의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말하고 앞으로 변해야 할 부분에 중점을 뒀다면 이 책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의 기후의 역사를 다양한 데이터로 조명한다.


인류에게 닥친 기후 위기에 이제 다각적인 연구와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업화로 인한 화석 에너지 체제에서 원자력으로 발전했던 에너지 구조에서 수소 에너지, 천연가스 등 저자는 다양한 에너지가 국가 간 정치, 경제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음을 밝힌다.


문제의 원인과 시작점을 알게 되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했다는 생각이다. 또한 #평친클나쓰 친구들과의 토론으로 잠시 잊었던 기후, 환경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저자는 인터뷰에서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기후 변화와 그로 인한 문제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본인이 맡은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한다. 강의실 내에서 성공적인 강의를 통해 학생들이 기후 변화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면 그들이 곧 사회로 진출해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장기적인 기반이 될 것이라고. <침묵이 범죄 에코사이드>의 저자 조효제 교수님의 강의에서도 같은 의미의 대답을 들은 기억이 난다.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사회로 가는 것이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일 것이다. 기후 위기에 대한 토론을 나누는 것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기후 행동이었고.


마지막이 아니기를 바라며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우리는 행동한다.


@ekida_library 의 피드에서 공개 토론 내용을 볼 수 있어요. 

@thing_book 

@kch_books

@minhye_writer 

@jji9315 

@violet_bhj

@hyelyun_book 

@hongeunkyeong 

@bagjeongrim21 

@sympa03 

@calm_grin


@bigqns2024 빅퀘스천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


#기후역사 #기후인문학 #기후알고가자 #평친클나쓰6월도서 #기후행동 #책 #책추천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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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번째 레인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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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스물두번째레인 #카롤리네발 #전은경_옮김 #다산북스


집에 들어가기 싫은 날이 있었다. 아니 많았다. 들어가기 무서웠고 두려움은 나를 배회하게 했다. 열일곱 살, 열여덟 살이었을까. 배가 고팠고 아파트 관리실 뒤쪽엔 내일 배달할 우유 박스가 항상 있었다. 집에 못 들어 가서 배가 고팠던 나는 어느 날 우유를 훔쳤다. 누가 볼까 봐 우유를 들고 한참을 뛰어서 놀이터 구석에서 몰래 삼켰다.


나쁜 기억이 나를 지배하지 못하게 나는 스스로 내 기억들을 지웠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방어기재 라고 여겼고. 그런데 틸다를 보고 내면 깊숙이 숨어 있던 나쁜 기억들이 떠올랐다. 집이 두려웠던 나, 학교를 가지 않는 방학이 두려웠던 나, 숨을 곳이 없는 숨 막히는 공간이었던 집. 그때의 내게 집이란 따뜻하고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그래서 인지 나는 공간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고 집안 분위기를 피부로 느낄 만큼 민감하다. 아직도 싸늘하고 냉랭한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주변 눈치를 보는 편이다.


알콜 의존에 술에 취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엄마. 대학을 다니면서 계산원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고 생활비를 해결하는 ‘틸다’와 어린 여동생 ‘이다’. 틸다는 지친 몸으로 집에 들어가기 전 수영장에 들러 레인을 스물두 번 도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대도시에서의 대학 박사 과정 지원을 권하는 교수의 말에 틸다는 걱정이 앞선다. 이다 혼자서 불안정한 엄마를 감당할 수 있을까.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계속 할 수 있는 기회 앞에서 틸다는 동생을 남겨두는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갈등한다.


마를레네와 이반, 틸다는 단짝 친구로 함께 지내던 어느 날 이반이 사고로 사망하게 되고 틸다는 상실의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우연히 수영장에서 만나 시작된 틸다의 사랑의 상대는 이반의 형 빅토르이다. 그 역시 가족의 상실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이 둘은 서로를 의지하게 되는데…


과연, 틸다는 자신을 위해 살 수 있을까?


‘나쁜 기억’은 잊히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의 두뇌에서 편도체는 공포와 불안 등 나쁜 기억을 담당하는데 나쁜 기억은 건망증과 인지 장애를 앓더라도 끝끝내 살아남는 무서운 지속력을 갖고 있다고. 그런 나쁜 기억을 없애는 것은 어렵고 좋은 경험으로 좋은 기억으로 왜곡해서 벗어나야 한다고 한다.


나의 두렵고 어두웠던 나쁜 기억은 살아오면서 켜켜이 쌓은 좋은 기억들-주변의 친구들, 나의 반려자-로 많이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기억들이 갑자기 튀어나오더라도 단단해진 마음으로 떨쳐낼 수 있게 되기까지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고 아직도 노력 중이다.


틸다와 이다가 가진 나쁜 기억들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일어날 좋은 경험으로 왜곡되길 바란다. 누구도 어떤 아이도 외로움과 두려움에 떨지 않을 권리가 있으니까.


고통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소설은 조금만 버텨보라고, 힘을 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러기 위해 나만의 레인을 하나 가져 보라고 권한다. 내가 힘들었던 시절 숨어 지내던 곳은 학교 도서관이었고 방과 후에 꼭 들려서 책을 빌려와서 읽곤 했으니 나의 레인은 책인 셈이다. 책으로의 도피는 나를 살아 있게 했고 아직도 유효하다. 세상의 모든 틸다와 이다에게 꼭 말하고 싶다.

“나도 그랬어. 너도 꼭 괜찮아 질 거야.” 라고.


*출판사에서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 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ekida_library @dasanbooks

#책 #책추천 #성장소설 #독일문학 #책리뷰 #hongeunkyeong


여기 위에 그대로 머물러 있고 싶다. 여기 위에서는 아래의 모든 것이 너무나 작아 보인다. 여기 위에서 보면 엄마는 진분홍 하늘에서 철새 떼가 동시에 남쪽으로 출발해도 아무 관심도 없는, 수많은 작은 점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여기 위에서는 어떤 점이 술을 마시는지 주스를 마시는지, 뭔가를 마시기나 하는지 알아볼 수 없고 그 점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수도 없다. 점은 그저 점일 뿐이다.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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