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생명의 지문 - 생명, 존재의 시원, 그리고 역사에 감춰진 피 이야기
라인하르트 프리들.셜리 미하엘라 소일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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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칼이 꽂힌 채 응급실에 들어온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피의 기능으로부터 역사, 문화, 종교,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피와 관련된 다양한 측면을 탐구한다. 우리와 가장 가까이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펄떡이는 심장을 돌고 몸의 가장 말단까지 닿지 않는 곳 없는 피. 그 피에 대한 기나긴 여정은 매우 흥미롭다.

 

-피는 산소를 운반할 뿐 아니라, 생명의 온기도 배달한다.

우리는 아직 생명의 모든 비밀을 알지 못하고, 특히 모든 것을 하나로 연결하고 묶어주는 매력적인 기관인 피에 대해 알지 못한다. 피에는 백혈구와 적혈구 그 이상이 들어있다.

피는 조용히 원활히 흐르며 다른 모든 기관을 채우고, 생명을 주고, 연결하는 액체 기관이다. 우리를 가장 깊은 곳에서 하나로 연결하는 것은 우리의 피다. 피에는 생명이 있고, 생명은 의식의 증표이기 때문이다.

 

-거머리 요법은 류머티즘, 테니스 엘보, 허리 통증 같은 염증성 관절통에 효과적인데 거머리의 침에는 항염증 및 통증 완화 효과를 내는 물질이 들어있다. 의료용 거머리는 위가 10, 뇌가 32, 이빨이 수백 개인 기적의 치료 동물이다. 현재 의약품으로 지정되어 번식과 유통을 국가가 감독하고 있다. 의료용 거머리들은 최대 한 시간 이내에 피를 50~100밀리리터나 빨아들인다!!!

 

최근 이유 없는 알레르기 반응으로 고생 중인데 피검사를 진행해 봐도 내부에 일어나는 염증이나 알레르기 반응은 없고 나는 계속 간지럽다. 스테로이드 연고와 항히스타민제를 달고 살아갈 줄 누가 알았을까. 간지러움은 삶의 질을 확 떨어뜨린다.

 

-세균이 없는 완벽한 위생환경이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으며 면역체계가 둔해져서 때로 자기 몸을 공격한다고 한다. 알레르기와 호흡기 질환이 그 예인데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작은 부상과 감염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야 회복력을 갖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전혀 완벽한 위생환경이 아님에도 나의 알레르기는 좀처럼 낫지 않는다.

 

-신체로 난 상처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면역체계를 활성화한다는 것도 인상 깊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근무력증 같은 신경질환, 류머티즘 관절염 같은 관절 질환, 심근염, 과민성 대장증후군, 하시모토병, 피부경화증, 혼반성 루푸스, 인슐린 의존성 당뇨병 등의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뜻인 특발성 질환으로 의료계에 미스테리로 남았다고 한다. 이는 최근 연구 결과로 영혼의 상처는 면역체계에 흔적을 남길 뿐 아니라, 혈액에 아주 특별한 지문, 복잡한 변형 패턴을 남길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이 몸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후생 유전으로 DNA를 변화시켜 자손의 세포에도 유전이 된다고 한다. 후생 유전학은 지금도 활발히 연구 중이며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으니 더 기대되는 부분이다.

 

마음에 생긴 상처가 몸으로 발현되어 병으로 진행되는 것을 종종 목격할 수 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도 깊이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적극적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으로 저자는 명상, 신앙, 사랑, 희망, 가슴과 머리와 영혼의 연결 등을 소개하는데 결국 자기 돌봄의 영역에 닿게 된다.

 

생명을 이루는 피가 원활히 내 몸을 도는 느낌을 지금 바로 느낄 수는 없지만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내 몸의 피가 원활히 돌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되는 순간을 새로운 탐구의 영역으로 알게 되어 즐거움이 충만한 시간이었다.

 

흐름출판사의 도서 지원으로 #이키다랑독토 에서 함께 읽고 토론했습니다.

@ekida_library @nextwave_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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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공익 - 왜 어떤 ‘사익 추구’는 ‘공익’이라 불리나
류하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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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것을 공익이라고 부르는가? 문언 그대로 해석한다면 모두의 이익이란 뜻인데 과연 누구에게나 이익이 되는 보편타당한 공익이라는 게 존재할까?‘라는 질문으로 들어가는 글을 열어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공익과 사익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공익이란, ‘사회적 약자의 사익 중 현재의 공동체 다수가 그 추구 행위를 허용하는 사익이라고. (p.5)

 

공익과 사익 사이에서 노동자의 투쟁과 철거민, 노점상들의 빈민 투쟁을 해온 저자는 공익.인권 변호사로 불린다. 그런 공익 사건들에 뛰어드는 이기적 동기로 끝없는 무의미 속에서 삶의 의미가 필요해서임을, 이타적 동기로는 그 이기적 동기를 부끄럽지 않게 하는 명분의 발견이라고 말한다. 불의한 사회 시스템에 의해 피해를 보는 이들과 연대하고, 변화시키려는 변호사, 활동가가 저자이다.

 

1공룡과의 싸움에서는 국가는 국민의 공익을 보호하는가라는 주제로 국가를 등에 없고 행하는 공권력의 민낯과 스쿨 미투의 뒷 이야기를 통해 안일한 국가의 모습을, 공권력이라는 공인된 폭력을 행했던 강제 철거의 현장 등을 살펴 본다.

2무엇이 공익인가에서는 불온한 사익 투쟁들의 이면이라는 주제로 자기 가슴에 칼을 꽂은 철거민, 지속된 폭언과 폭행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경비 노동자, 노동자 메탄올 실명 사건, 이마트 노동자들의 불법 파견, 80년 무노조 삼성의 흑역사의 무너짐, 이혼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이면들을 다룬다.

3나의 사익 투쟁기에서는 변호사를 변호합니다라는 주제로 거대 회사와의 소송에서 이기고도 결국 패배한 노동자의 모습, 로스쿨 개혁운동에 나선 저자의 이야기, 검경 수사권 등을 다룬다.

 

학생 신분과 수습 변호사 때부터 소수자, 약자를 위해 변호해 온 저자의 행보로 우리 사회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 봄으로서 공익과 사익의 의미를 톺아 본다.

 

시민의 편의, 사회적 합의, 다수의 행복이라는 탈을 쓴 허용된 공익에 맞서는 위험한 사익을 위한 변론이라는 문장에 저자의 변이 들어있다. 우리가 모두합의한다는 것이 굉장히 폭력적이라는 것에 납작한 마음이 들었다. 절대 다수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내가 어느날 갑자기 절대 소수가 되기도 하니까. 함께 서로 배려해야 한다는 말은 유치원에서 배우는데 정작 현실에서는 자신의 이익 앞에서 남을 배려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왜 그러는지 알려고조차 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가 더 악으로 치닫게 되는 지름길이다. 서로의 틈을 조금이라도 좁혀보는 길은 타자의 이해에 있다.

저자는 진실은 대단히 구체적이라고 말한다. 벼랑 끝에 선 노동자들이 더 이상 한 발짝도 물러설 곳이 없음을, 단지 싸우지 좀 마라’,‘데모 때문에 차 막힌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왜 이러냐하기 전에 그들이 대화를 통한 화해가 가능한 상황인지 살펴야 함이다. 정의는 대개 낮은 곳에서 만들어지고 높게 있는 자가 낮게 임할 때 평화와 화해가 구현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공익의 범위가 확장되어 가길 바라게 되는 책 <불온한 공익>이다.

 

@hanibook 한겨레출판의 하니포터9기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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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으로서의 글로벌 차이나 - 시장주의와 반공주의를 넘어, 비판적 중국 연구의 새로운 시각
이반 프란체스키니.니콜라스 루베르 지음, 하남석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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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 중국, 거대한 땅덩어리와 많은 인구를 가진 중국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는가? 우리나라의 정권교체 후 바뀐 외교 기조로 중국과의 무역적자는 최고치를 경신한 지 오래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그들의 갈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우리나라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중국을 오랜 기간 연구한 자료를 토대로 엮은 책 <방법으로서의 글로벌 차이나>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중국을 이해해야만 지구적 자본주의를 이해할 수 있고, 지구적 자본주의를 이해해야만 중국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노동권, 디지털 감시 및 사회적 신용 시스템, 신장 위구르족 및 기타 소수민족에 대한 대량 억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및 중국의 해외 투자, 학문의 자유라는 현재 중국에 대한 논의를 통해 얽혀 있는 관계들을 연구했다.

단순히 중국의 존재를 그 자체로 세계의 한 구성요소로 인식하기보다는 중국이 지구적 역사, 과정, 현상, 추세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국이 1990년대 세계의 공장으로서 자리매김한 것에는 지구적 자본주의와의 집약적 관계였음을 밝히고 그것이 중국의 노동 착취가 세계적으로 바닥을 향한 경주였음을 말한다. -중국의 디지털 감시가 단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감시 자본주의의 세계적 궤적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를 확장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밝힌다.

-신장 위구르 지역의 대량 억류 사태를 검토하면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과의 유사성과 연관성을 검토한다.

-중국의 일대일로와 해외 투자 계획들이 어떻게 서구의 모델을 모방하고 참조했는지 살핀다.

-중국의 해외 영향력의 확대와 서구 학계에 퍼진 신자유주의화로 학문 검열의 정당화 사례들을 살핀다.

 

지구적 사회·경제 체제에 통합된 지 40년이 지나 세계의 공장이자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경제체가 된 지금에도 중국에 대한 대부분의 논의는 중국을 실재세계 외부에 존재하는 근본적으로 다른 타자로 상정하며 계속되고 있다. (p.25)

 

중국을 표면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중국이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의 한 구성 요소라는 점이며,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가 중국에 미치는 영향과 그 역으로 중국이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를 또 어떻게 변화시켜나가고 있는지 그 상호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함께 비판적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논의 해야한다. 세계화를 이루는 방법으로 중국을 봐야 함을 알게 되었다. 끝으로 역자는 중국을 향한 혐오 정서에 매몰되지 않고 중국과 중화권의 노동, 젠더, 청년, 생태 등을 연구하는 작업을 통해 연대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포퓰리즘에 더 두려운 지금이다. 서로를 가르는 막대가 아닌 포용하는 울타리가 되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패권, 제국, 신식민주의 측면에서 포괄적이고 거대한 일반화에 손쉽게 의지하는 것'에 대해 경고한다. 동시에 '세밀하고 근거를 갖춘 경험적, 비교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일대일로의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강박을 줄이고 대신 중국 행위자들의 현장에서의 실제 행동에 초점을 맞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며, 고착화된 선입견을 넘어 숨겨진 유사점과 연결점을 발굴하고, 중국의 지구화 패턴이 기존의 배열과 공식에서 구축되고 진화하는 방식을 밝혀내는 노력이 필요하다.(p.139)

 

@hanibook 한겨레출판사의 하니포터9기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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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미술관 -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
이진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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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엇을 보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p.280)

 

남성들의 손으로 그려진 여러 시대의 그림들. 그 안에 담긴 차별과 조롱도 있지만 여성성을 떠나서 노동의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그린 작품들. 그리고 이것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다정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시선에서 책장을 놓을 수가 없다. 각 챕터마다 각각의 주제에 따라 소개되는 예술작품들을 작가의 시선으로 따라가 본다. 그 시선 속에 담긴 마음이 느껴져서일까. 에세이인가 싶다가 철학적이기도 하다. 그쯤에서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철학 하는 분이셨음을 알게 된다. 세상에 해가 되지 않는 글과 생각을 내놓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물 흐르듯 이어지는 단단한 일상이 지탱하는 커다란 무게, 그것의 고마움과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물방울 맺히는 다정함, 슬픔을 해석하는 다양한 모양으로 사랑의 깊이를 더해주는 이 책을 보듬게 된다.

 

그에 멈추지 않고 작가는 말한다. 반가사유상이 전시되어 있는 사유의 방을 보며 작가는 뒷모습을 보려면 의지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그것은 바로 멈춰서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노력이고, 그런 자세를 말하며 우리는 어디를 보려고 하고, 어디까지 보려고 하는지. 당신은 무엇을 보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p.280) 라고 삶에 대한 나의 자세를 점검하라고 말을 건넨다. 울림이 있는 많은 이야기 중에 나에게 이 문장이 와닿은 것은 지금 내가 고민하는 지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것. 어쩌면 이건 일생 동안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책 속에서 나를 만났을 때 그 책은 내게 크게, 깊이 새겨지는데 이 책이 그러하다. 저자의 세상에 해가 되지 않는 그런 글들을 계속 만나고 싶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러 의자를 바짝 당겨 앉는다.

 

예전의 내가 보았던 거울이 반사하는 물건이었다면 지금 내가 보는 거울은 반영하는 물건에 가깝다. 아마 시간이 더 지나면 수렴하는 물건이 될 것이다. 이런 변화는 시간이 마음을 고이게 하기 때문이다. 반사와 반영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그 사이에는 시간의 웅덩이가 있다. 시간이 모여 그림자를 만들어낸 것이 반영이고, 수렴은 그 그림자들이 모여 향하게 되는 지점이다. (p.88)

 

을 쓰려다 사람으로 오타가 났기에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우리가 을 살면서 실수하기에 사람이 되고, 또 우리가 이렇게 실수를 하기에 사람이 크게 보인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만들려는 것보다는 그 서투름과 불완전함을 널리 사랑하는 일. 그게 먼저다. 우리 삶을 품는 것은 사실상 한 치의 오차, 거기에서 생기는 헐거운 틈이라는 것도. (p.193)

 

@hanibook  한겨레출판사의 하니포터9기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언니네미술관 #이진민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9#철학 #그림 #인생이야기 ##책친구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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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으로 숨은 엄마 - 그림에서 발견한 삶의 가치 36가지
한도연 지음 / 북클로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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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았다고 저자는 힘들었던 시절을 회상한다. 그 터널 안에서 혼자인 것 같다고. 그 먹먹한 마음이 전해지는 건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있어서일까. 그럴 때 다가온 미술은 저자에게 새로운 시간을 선사했고 취미였던 미술이 공부로 이어졌다. 현재 저자는 뉴욕의 미술관에서 프라이빗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그림 인문학 북클럽과 클래스를 운영하며 그림 인문학 주제 강연을 하고 있다.

 

그림을 통해 붙들고 싶은 가치들을 발견할 때 그 그림은 오랫동안 저자에게 머물렀다. 마음과 머리를 통과해 살아온 경험들과 이미지가 버무려져 자신만의 특별한 그림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그런 순간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저자는 자신만의 작은 가치 미술관을 만들었다. 가치 미술관은 총 6개의 전시실로 꿈, 배움, 유연함, 행복, 관계, 나눔으로 구성되어 있고, 다양한 예술작품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 그림을 통과한 저자의 이야기로 가치를 찾는 여정을 함께 떠나게 된다.

 

곳곳에 여러 질문을 통해 삶의 가치를 찾는 여정에 독자를 참여 시킨다. 기억에 남는 질문은 내 취향은 무엇일까?’인데,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떨 때 오감이 즐거운지 나를 음미해야 한다고 한다. 자신을 섬세하게 관찰한 적이 있었나. 스스로 자문해 본다. 나를 관찰해서 나의 감각 리스트를 작성하고 그것으로 나만의 감각 사용 설명서를 완성하는 작업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취향을 만들어가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며 내 안에서부터 나오는 나만의 취향을 만들어가는 것은 나를 더 자세히 알아가는 여정 중의 하나이다. 나를 아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인 셈이다.

 

인상 깊었던 그림은 존 화이트 알렉산더의 <한가로운 순간>이다. 턱을 괴고 앉아서 어항 속의 금붕어를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 그런 여인의 모습에서 무해한 것을 바라보며 무해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열망이 꿈틀거린다. 그림이 나를 통과하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런 느낌이 그것이 아닐까.

 

어떤 강렬한 그림보다도 내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더 깊이 생각해 보자. 나는 아마도 휴식, 쉼이 절실했나 보다. 자연 속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소리, 새가 지저귀고 풀벌레가 내는 소리를 듣는 것처럼 가만히 어항 속을 헤엄치는 금붕어를 상상한다. 그 무엇도 생각하지 않고 가만히. 금붕어가 가르는 물살이 이는 파동을 그냥 가만히 지켜보는 상상은 왠지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이제 또 다른 페이지를 펼쳐서 나는 그림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간다.

 

마이사이더 mysider는 나를 중심으로 기준을 세우겠다는 의미로 나를 중심으로 나다움을 고민하고 자아를 깊이 들여다보려는 이들을 말한다. 튀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필요도, 유행에 뒤떨어질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이 그저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를 기준으로 자신만의 취향을 표현한다. 이제 우리도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나의 색을 뿜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p.35)

 

마음속 그림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계획하면 설렌다. 그 미술관에 가면 붙박이처럼 그 자리에서 날 기다리는 그림. 그 도시에 가야 할 이유다. (p.321)

 

@dodohansalon 한도연작가님과 함께한 그림 인문학 여행 즐거웠습니다.

 

#미술관으로숨은엄마 #한도연 #북클로스 #미술이야기 #예술 #그림인문학 ##책친구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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