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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으로 숨은 엄마 - 그림에서 발견한 삶의 가치 36가지
한도연 지음 / 북클로스 / 2024년 10월
평점 :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았다고 저자는 힘들었던 시절을 회상한다. 그 터널 안에서 혼자인 것 같다고. 그 먹먹한 마음이 전해지는 건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있어서일까. 그럴 때 다가온 미술은 저자에게 새로운 시간을 선사했고 취미였던 미술이 공부로 이어졌다. 현재 저자는 뉴욕의 미술관에서 프라이빗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그림 인문학 북클럽과 클래스를 운영하며 그림 인문학 주제 강연을 하고 있다.
그림을 통해 붙들고 싶은 가치들을 발견할 때 그 그림은 오랫동안 저자에게 머물렀다. 마음과 머리를 통과해 살아온 경험들과 이미지가 버무려져 자신만의 특별한 그림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그런 순간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저자는 자신만의 작은 가치 미술관을 만들었다. 가치 미술관은 총 6개의 전시실로 꿈, 배움, 유연함, 행복, 관계, 나눔으로 구성되어 있고, 다양한 예술작품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 그림을 통과한 저자의 이야기로 가치를 찾는 여정을 함께 떠나게 된다.
곳곳에 여러 질문을 통해 삶의 가치를 찾는 여정에 독자를 참여 시킨다. 기억에 남는 질문은 ‘내 취향은 무엇일까?’인데,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떨 때 오감이 즐거운지 나를 음미해야 한다고 한다. 자신을 섬세하게 관찰한 적이 있었나. 스스로 자문해 본다. 나를 관찰해서 나의 감각 리스트를 작성하고 그것으로 나만의 감각 사용 설명서를 완성하는 작업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취향을 만들어가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며 내 안에서부터 나오는 나만의 취향을 만들어가는 것은 나를 더 자세히 알아가는 여정 중의 하나이다. 나를 아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인 셈이다.
인상 깊었던 그림은 존 화이트 알렉산더의 <한가로운 순간>이다. 턱을 괴고 앉아서 어항 속의 금붕어를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 그런 여인의 모습에서 무해한 것을 바라보며 무해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열망이 꿈틀거린다. 그림이 나를 통과하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런 느낌이 그것이 아닐까.
어떤 강렬한 그림보다도 내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더 깊이 생각해 보자. 나는 아마도 휴식, 쉼이 절실했나 보다. 자연 속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소리, 새가 지저귀고 풀벌레가 내는 소리를 듣는 것처럼 가만히 어항 속을 헤엄치는 금붕어를 상상한다. 그 무엇도 생각하지 않고 가만히. 금붕어가 가르는 물살이 이는 파동을 그냥 가만히 지켜보는 상상은 왠지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이제 또 다른 페이지를 펼쳐서 나는 그림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간다.
√마이사이더 mysider는 나를 중심으로 기준을 세우겠다는 의미로 나를 중심으로 나다움을 고민하고 자아를 깊이 들여다보려는 이들을 말한다. 튀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필요도, 유행에 뒤떨어질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이 그저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를 기준으로 자신만의 취향을 표현한다. 이제 우리도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나의 색을 뿜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p.35)
마음속 그림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계획하면 설렌다. 그 미술관에 가면 붙박이처럼 그 자리에서 날 기다리는 그림. 그 도시에 가야 할 이유다. (p.321)
@dodohansalon 한도연작가님과 함께한 그림 인문학 여행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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