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층에서 본 거리 - 다섯손가락 이두헌 노래글
이두헌 지음 / 이은북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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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엄마는 자장가처럼 늘 <섬집 아기>를 불러주곤 했다.

나는 그 노래가 이상하게 슬펐다.

잠이 들면 엄마가 사라질 것만 같아 괜히 눈을 감지 못했던 밤들도 있었다. 느리고 구슬픈 멜로디를 듣다 보면 어느새 나도 따라 부르고 있었는데,  어린 마음에도 그 노래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외로움이 스며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엄마는 왜 그 많은 노래 중에 그 노래를 불렀을까 싶다. 어쩌면 그 시절 엄마의 마음에도 말 못 한 쓸쓸함과 외로움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슬픔의 결을 먼저 알아버린 아이였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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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헌의 에세이를 읽으며 오래된 노래는 단순한 멜로디가 아니라, 누군가의 시간과 감정이 눌어붙은 기억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풍선>,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이층에서 본 거리>.

한 시대를 지나온 사람들의 마음속에 아직도 남아 있는 노래들.

노래를 들으면 그 시절의 거리와 계절, 

좋아했던 사람의 표정까지 함께 떠오르는 이유도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그의 글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온도’가 있다.

우체통에 편지를 넣던 손끝의 감각,

전하지 못한 말들,

쓸쓸했던 거리의 공기와 오래 맴돌던 마음들.

온도계로는 잴 수 없지만 분명 존재하는 어떤 감정의 잔열 같은 것들 말이다.


노래는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을 통과하며 만들어진다는 말이 오래 남았다.

기쁨에 설레던 순간도, 목구멍에 걸려 끝내 삼키지 못한 말들도, 

견디기 힘든 시간을 겨우 지나온 흔적들도 결국 노래가 된다.

그래서인지 그의 문장을 읽다 보면 노래를 듣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생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 쓸쓸함 속에서 ‘예술가’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감정을 끝까지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

자신의 상처와 그리움까지도 노래로 건네는 사람.


노래라는 것으로 세상에 말 걸기를 한 이두헌의 에세이를 통해 

그의 삶과 노래, 노래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결국 질문은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나는 어떤 말 걸기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어떤 마음을 문장에 남기고 있는가.

그리고 내 말들은 언젠가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나 오래 남는 한 줄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


#정림올제서평단 으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eunbook

@bagjeongrim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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