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꿈
앨런 라이트맨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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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곗바늘은 평생 오른쪽으로만 돌지만

시간은 결코 같은 궤도를 돌지 않는다…”


1905년, 스위스 베른의 특허청에 한 젊은 직원이 책상에 엎드려서 늘어져 있다. 손에는 시간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서술한 원고를 쥐고서. 그는 최근 시간에 관한 꿈을 많이 꾸었고, 꿈을 꿀 때마다 그럴듯한 시간의 본질이 하나씩 나타났다. “시간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건 신에게 좀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야.” 라고 말하는 이 젊은이는 상대성이론을 주창한 아인슈타인이다.


그의 꿈속에서 시간은 무한 반복되고, 역방향으로 흐르고, 속도에 따라 시간이 달라지기도 하며, 하루만 지속되기도 하며, 미래가 없는 세상이 나오기도 한다. 그 꿈속으로 우리는 시공간을 초월한 여행을 떠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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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에 처음 출간된 <아인슈타인의 꿈>은 시간이라는 개념을 과학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전 세계 베스트셀러로 연극과 뮤지컬,음악, 무용으로 재해석 되었고 우리나라에도 여러 출판사에서 한국어판을 펴냈다. 저자 앨런 라이트먼은 이론물리학자로 인문학을 가르치기도 하는 특이한 이력이 있다.


프롤로그, 인터루드, 에필로그, 그리고 사이사이에 시간에 관한 이야기 서른 편이 담긴 독특한 구조의 소설이다. 서른 편의 이야기는 하나하나 독립된 시간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색다른 시공간은 마치 어딘가 있을 법하기도 동화같기도 하다. 어쩌면 내가 경험했던 시간이고, 찰나의 순간들로 지나쳤던 시간이며 지금을, 혹은 미래 속에 나를 데려다 놓기도 한다.


서른 가지 세계 속 사람들은 각각의 독특한 그 시공간에 맞추어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과 닮아 있다고나 할까.


2025년 4월 24일 햇빛이 눈부시고 바람이 강하게 분다. 오후 4시 30분 북서울 미술관 앞 공원에 앉아서 지금 시간을 느껴본다. 나와 같은 공간에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이곳은 어떤 시공간일지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엄마와 공을 쫓으며 뛰어다니는 아이, 하교길 친구와 웃으며 지나가는 아이들, 어딘가 바쁘게 공원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사람들, 미술관 앞 잔디밭의 잔디는 바람에 날리면서 쏴~아 하는 소리를 내고 미술관의 전시를 알리는 깃발은 펄럭인다. 하늘의 구름이 흘러가는 방향을 눈으로 따라가다가 다시 책장을 넘긴다. 다시 책 속의 시공간 여행을 떠나보지만 다시 나는 지금 여기로 돌아온다.

책은 내게 돌아가라고. 지금 너의 시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고 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냐고 질문을 던진다. 어떤 사람이고 싶었나,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후회할 선택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들,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일들, 알면서도 덮어두었던 것들까지도 꺼내게 된다. 다른 시공간 속에서도 작고 짧은 이 책은 읽는 이에게 또 말을 걸 테지. 나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삶의 의미를 얼마나 자주 생각하시나요?

-지금, 삶의 이 순간에 다다르게 된 우연한 사건들을 얼마나 자주 돌이켜 보시나요?


시간에 쫓기는 삶이 아닌 시간을 흐름을 온전히 느끼고 이해하는 삶으로의 첫 걸음의 경험을 한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꿈>은 그렇게 내게 꿈을 통과해 현실에 닿게 했다.

사람들은 순간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논리적으로 보아 과거가 현재에 분명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과거에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현재가 미래에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면 현재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행동은 저마다 시간 속에서 섬처럼 따로 떠 있는 것이어서 그 자체로만 평가해야 한다. p.48


@ekida_library @dasanbooks

출판사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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