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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상 위의 비밀 ㅣ 마음틴틴 20
최혜련 지음 / 마음이음 / 2024년 9월
평점 :
그 많던 지우개는 다 어디 갔을까?
다섯 편의 짧은 소설들의 소재는 모두 책상 위에서 보던 것들이라서 친근하다. 학창 시절 방학이면 매일 안 쓰고 몰아 썼던 일기장, 안경 쓴 친구가 부러워 눈 나쁜 척하고 얻어낸 안경, 그때는 없었지만 지금 아이들에게는 외부 장기라 불리는 스마트폰, 많이 써서 짧아지면 깍지를 끼워 쓰던 몽당연필, 쉬는 시간이면 본연의 업무보다 따먹기 놀이에 더 자주 소환되었던 지우개이다.
소싯적 지우개 따먹기 좀 했는데 그 많던 지우개는 다 어디 가고 지금 필통 속에는 아이들에게 얻은 지우개 딸랑 하나다. 시인이 된 지우개가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듯하다.
<물음표 일기장>
“쓰고 싶은 말이 없으면, 진짜 쓰고 싶은 사람이 쓴 글을 보는 거야, 지금처럼.” (pp.23~24)
어느 날 내가 쓴 일기장에 마침표가 물음표로 바뀌어 있다. 다음 날은 말줄임표로! 문장부호가 바뀌는 신기한 경험은 결국 쓰기 싫었던 일기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마법이 된다!
<언니의 안경>
언니는 안경이 되었다. (p.34)
언니는 수백, 수천 가지 일을 할 수 없지만 단 하나의 일, 독서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언니가 책만 읽어야 하는 마법의 주문에 걸린 것은 아닐까 상상했다. (p.37)
책을 좋아하는 언니는 어느 날 안경이 되고, 원하던 책을 마음껏 읽게 된다. 가족들은 안경이 된 언니와 사는 것에 익숙해지고 언니는 1년에 한 권씩 책을 내는 작가가 되는데, 과연 언니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까?
<나 대신 스마트폰>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편하긴 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있어서 안 해도 되는 일까지 해야 하는 건 아닐까. SNS에 ‘좋아요’를 누르고, 게임 케릭터의 레벨을 올리고, 단톡방 메시지에 답장하는 것. 꼭 해야 하는 걸까. 그렇지만 확실한 건,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p.56)
반장인 상우는 스케줄 관리에 어려움을 느껴 ‘나 대신’이라는 앱으로 나 반장을 실행시킨다. 나 반장은 스스로 생각해서 실행하는 AI로 처음엔 도와주다가 점점 선을 넘기 시작하는데. 상우는 이대로 AI에게 주도권을 넘길 것인가?
<몽당연필에게>
“그 연필이 나야.” (p.90)
“나 대신 편지를 보내 줄래? 연필로 사는 건 이제 마지막일거야.”(p.95)
전학 온 날 책상 서랍 안에 있던 몽당연필로 수학 시험을 봤더니 100점! 마지막 문제는 내가 푼 것이 아니라 몽당연필이 풀었다. 몽당연필은 왜 책상 서랍에 있었을까?
<지우개 시인>
선생님은 문장을 지웠지만 내 기억속에는 문장이 새겨졌지. 바람, 그늘, 그림. 시가 될 수 있는 말들. 연필은 시가 될 수 있을까? 필통은? 가위는? 그리고 지우개는? 나도 시가 될 수 있을까. 서랍 속에 스며든 어둠 속에서도 잠은 오지 않았어. (p.104)
“나는 시를 써 보고 싶어.” (p.110)
지우개는 시인 선생님의 시를 읽으면서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고, 책상을 벗어나 산에서 햇볕을 쐬고 하늘과 나무를 느끼는 경험을 한다. 바람을 맞으며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을 지우개는 시인을 꿈꾸게 된다.
누군가 써놓은 공책에 있는 글자들을 지우면서 숨이 차고 어지러웠으나 포기할 수 없다. 지울수록 점점 몸이 작아지는데, 과연 지우개는 시인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책 제목으로 아이들과 말하는 버릇이 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책 제목으로 대답을 하면 아이들이 에이~엄마~하다가 무슨 책인지 물어보는데 은근 재미지다. 그래서 얻어 걸리면 슬쩍 권해줄 수 있다. 책 기둥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결국 책을 읽게 된다는 것이 나의 작은 꿈인데 지우개는 글자를 지우다가 글을 익히고 시인이 되다니 너무 존경스럽지 않은가.
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느껴져 이 책이 더 좋아진다.
책상을 둘러본다.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거는 아이는 없는지.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hyejin_bookangel @mindbridge_publis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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