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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뉴어리의 푸른 문
앨릭스 E. 해로우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6월
평점 :
호기심 많은 소녀인 재뉴어리는 박물관을 연상케 할 정도의 보물이 가득한 로크 씨의 저택에 산다. 아빠는 로크 씨에게 고용되어 세계 각처에서 보물을 수집하는 일을 하고 재뉴어리는 고고학 협회의 회장인 로크의 집에서 인형 같은 보살핌을 받고 있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재뉴어리는 답답함을 느끼고 모험을 떠나고 싶어 한다. 어느 날 로크씨와 떠난 여행지에서 우연히 들판의 ‘푸른 문’을 발견한다. 푸른 문 뒤에는 바다가 있는 다른 세상이 열린다.
문은 틈새이자 샛길이고 미스터리이며 경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문은 변화다. 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오면 그게 아무리 작고, 아무리 찰나라고 해도 변화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p.106)
아빠가 갑자기 실종되고 실의에 빠진 재뉴어리는 <일만 개의 문>이라는 책을 발견하여 읽게 되면서 세상을 넘나드는 문에 한 걸음 다가간다. 익숙함과 편안함을 뒤로 하고 떠난 모험의 세계에서 재뉴어리는 자신의 탄생의 비밀부터 “문”의 비밀까지 하나하나 알아간다.
소설 속 재뉴어리에게 다른 세상에서 온 제인은 자유롭지 않음을 토로하고 꼭 내가 태어난 곳이 내 세계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문이 다른 세계로 통하듯 지금 여기가 아니라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탈출하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당시의 여성과 흑인들에게 차별적이었던 미국의 모습이 묘사되어 제인이 더 인상적으로 기억된다.
“내가 태어난 곳이 꼭 내 세상은 아니니까. 그 세상에서 난 버림받았고 내 것을 빼앗겼고 거부당했어. 내가 태어난 곳보다 더 나은 세상을 발견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지 않니?” (p.366)
재뉴어리의 나를 찾는 여정은 결국, 뿌리를 찾고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면서 끝을 맺는다. 소설을 읽고 나니 난 원래 다른 나라에서 온 건 아닐까, 누군가의 실수로 여기로 떠밀려 온 것은 아닐까 살짝 상상해본다. <십이 국기>처럼 나는 원래 다른 세계에서 온 공주이거나 나의 케이키가 어디에 있지 않을까 행복한 꿈을 꾸어본다. 어딘가 있을 다른 세계로의 문을 상상하게 하는 소설 <재뉴어리의 푸른 문>이다.
√초반을 넘기면 놀랄 만큼 빠르게 페이지가 넘어가는 흥미로운 판타지 소설이었다.
“잘 들어.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 말해주려고 만들어지는 건 아니야. 때로는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그걸 훔치는 거야. 그 이야기에 깃든 미스터리를 조금씩 훔치는 거지.”(p.151)
‘설명할 수 없는 일을 설명하려는 노력을 통해 이야기와 동화가 탄생하니까.’ (p.301)
이 세상의 틈새를 찾아내 더 넓게 벌려 다른 세상의 햇살이 그 사이로 빛날 수 있게 해주기를 바란다. 이 세상을 계속 통제할 수 없고, 엉망진창이고, 이상한 마법으로 가득하게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열린 문을 모조리 통과한 다음 돌아와서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바란다. (p.538)
@wsesang 도서를 지원해주신 밝은세상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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