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의 아줌마 - 사노 요코 10주기 기념 작품집
사노 요코 지음, 엄혜숙 옮김 / 페이퍼스토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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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백 만번 산 고양이>로 비경쟁토론을 했었다. 책을 같이 읽고 한 명만 자리에 남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른 테이블로 가서 또 다른 질문을 만들고 시간이 되면 또 다른 테이블로 옮겨가는 것을 여러 번 진행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와 사랑이라는 질문을 그림책으로 나눠보던 시간은 내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는 우리의 모든 삶과 질문들이 있어 더없이 좋은 시간이어서 사노 요코는 내게 각인되었다.

 

그 후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며 툭툭 던지는 말속에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힘든 시간을 견뎌내는 힘을 얻기도 했기에 이 책이 더욱 반갑다. 평생 쓰는 삶을 살았던 작가의 글은 작가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계속 발견되어 이렇게 독자들의 곁으로 오게 된다. 책 속에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동화부터 짧은 이야기들, 사노 요코가 그린 나의 복장 변천사’, 에세이, 어린이를 위한 희곡, 그리고 연애와 결혼생활까지 다양한 글이 실려 있어 즐거움을 준다.

 

사노 요코의 복장 변천사는 그림과 함께 어릴 적부터 30살까지의 모습을 소개한다. 중국에서 입었던 옷부터 전쟁 중 부족했던 물자 때문에 재활용 옷을 만들어 입은 모습, 고등학교 교복으로 입었던 세일러복에서 나던 원숭이 냄새가 3년 내내 났다고, 미니스커트를 입었을 당시의 개방감(^^), 미니스커트 임부복까지 복장 변천사를 보고 위트 있는 글에 당시의 어려움들이 담담하게 표현되어 사노 요코 다운 글의 맛이 느껴진다

 

계속 라며 질문하는 아이가 철학자이자 시인이라는 말에 둘째의 어릴 적 모습이 생각났다. 하늘의 구름도, 사람들은 왜 죽는지, 개미는 왜 땅에서 기어 다니고, 아파트는 왜 높은지, 비는 왜 오는지 정말 수없이 많은 질문으로 곤혹스럽기도 했던 지난날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시간을 관통해서 지금에 와 있어서인지 더 반갑다. 이젠 왜냐는 질문을 하지 않으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과거로의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사후에도 꾸준히 발견되는 글들을 모아 정리하고 다듬어 정성과 애정이 듬뿍 담긴 사노 요코의 세계 <언덕 위의 아줌마> 함께 읽어 보시렵니까.

 

오래 산다고 해도, 뭔가를 잘 알게 되는 게 아닙니다. 아마 자신의 마음을 가장 모르겠지요. 슬픔과 기쁨과 노여움이 어째서 인간의 온몸을 압도하는 것일까요. 그것이 태어나는 곳은 눈입니까. 심장입니까, 머릿속 어디입니까. 하지만 그것은 태어날 때부터, 이윽고 죽을 때까지 한순간도 나를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기쁨과 슬픔과 분노를 아이들이 충분히 받아들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언덕 위의 아줌마 중> p.169

 

도서를 지원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kali_suzie_jin

@paperstory_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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